용산구 치매안심마을 결국 무산, 원점 '재검토' 예고
용산구 치매안심마을 결국 무산, 원점 '재검토' 예고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2.11.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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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주시에 재판 패소 후 문광부 국고 보조금 반환 진행
▲용산구가 계획 중인 치매안심마을 조감도(출처. 용산구)
▲용산구가 계획 중인 치매안심마을 조감도(출처. 용산구)

한국의 호그백 마을을 꿈꾸며 야심 차게 출발했던 서울 용산구 치매안심마을이 경기도 양주시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산됐다. 

특정 지자체가 입지 환경이 좋은 다른 지역에 치매안심마을을 건립하는 최초의 시도였지만, 지역 간 견해차와 치매 시설에 대한 기피 인식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용산구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생활문화센터조성(치매안심마을 생활SOC복합화 사업)을 위해 받았던 국고보조금 반납을 진행 중이며, 부지에 대한 사용처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예정이다. 

최근 용산구에 따르면 지난 8월 치매안심마을 건립과 관련된 소송에서 양주시에 패소하면서 사실상 치매안심마을의 건립이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부 지방법원이 용산구가 제기한 '건축 협의 부동산의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양주시가 용산구의 치매안심마을 건축 협의 요청에 동의하지 않은 것이 정당한 행정 행위라고 판단했다. 

앞서 용산구는 치매국가책임제에 따라 기존 요양시설의 통제 및 폐쇄적 형태를 벗어나 치매환자도 가정적인 분위기에서 자율성을 갖고 생활할 수 있는 신개념 돌봄 시설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를 통해 탄생한 계획이 바로 용산구 치매안심마을이다. 용산구는 양주시 백석읍 기산리에 과거 용산가족휴양소로 쓰이던 부지를 지목해 치매안심마을로 탈바꿈을 추진했다. 

치매마을의 대명사로 알려진 네덜란드 호그백의 형태를 일부 빌린 작은 마을 형태로 내부에는 카페나 극장, 편의점과 같은 부대시설뿐 아니라 텃밭과 녹지를 조성해 마을 안에서 산책과 치유농업을 제공하는 자연 친화 요양시설을 표방했다.
 
용산구는 지난 2018년 7월 국·시비 보조금 47억 원 가량을 확보하고 같은 해 12월 치매안심마을 건립 상세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다음 해 3월에는 서울시 재정투자심사를 통과 후 설계 도면까지 확정하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양주시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사업이 장기간 중단되고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된 것이다. 

양주시는 이번 승소 이후 용산시의 항소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자체적으로 추진 중인 옥정신도시 치매안심마을 조성사업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양주시 치매안심마을은 총사업비 248억 원을 투입해 옥정동 884-1일대 6,000㎡ 부지에 펜션 형식의 치매안심마을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2024년께 준공할 계획이다.

서울시 시의회 의원들도 용산구에 차후 대책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일부 의원은 매각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용산구청에서 열린 민선 8기의 첫 구정 질문에서 전임 구청장의 역점사업이었던 치매안심마을에 대한 시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형원 용산구의원은 "지역적·지리적 여건과 사업성 등 많은 문제점으로 인한 반대가 심했음에도 집행부의 밀어붙이기식 사업으로 구민의 혈세가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 김송환 용산구의원은 "매각 등 적극적인 대처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매각과 활용 방안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해당 부지의 사용처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사업 초기 면밀한 검토가 부족했다"며 "해당 부지의 활용 방안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안이 정무적 판단으로는 다소 실패한 사업이지만, 지역 치매환자에게 새로운 개념의 치매 시설을 제공하고자 했던 도전은 큰 의미가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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