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족휴가제, 이용률 낮은 이유는?
치매가족휴가제, 이용률 낮은 이유는?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1.24 17: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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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특별자치도광역치매센터, '치매가족휴가제 활성화 방안 조사보고서' 발표
시행된 지 10년 된 제도, 낮은 이용률의 현실적 대안은...
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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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치매 환자가 있는 집에서 가장 세밀하게 돌보는 보호자는 휴가는커녕 단 몇 시간의 쉼도 갖기 힘들다. 보통 치매 어른 한 명을 돌보는 데 최소 3명의 가족이 수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책임감 강한 보호자 혼자서 감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잠시라도 마음 놓고 치매 환자를 맡길 수 있는 대상이 없다면 독박간병으로 지쳐간다. 근골격계 질환에 걸리고 돌봄 제공자 자신이 아파도 돌볼 겨를이 없다. 나 홀로 치매 간병을 하는 이의 대부분은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간병해 줄 전문 간병인을 구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쉬고 싶다고 치매 환자의 증상과 성향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마음 편히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공적 돌봄 공백’이 커졌고, 가족이 직접 돌봄의 부양 의무를 지는 숫자가 많아졌다. 9일 여성경제신문에 따르면 동덕여자대학교 보건관리학과 연구팀이 ‘대한보건연구’에 게재한 ‘코로나19 팬데믹 전후 배우자 돌봄 부담 실태와 요인’에서 노인 부부로만 이뤄진 가구 비중이 줄어들고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 부부 비중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팬데믹 전후 배우자에게 돌봄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 420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상황(노노케어)은 갈수록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배우자에게 돌봄을 받는 노인의 평균 연령은 코로나19 유행 전 77.7세에서 유행 후 79.1세로 높아졌다. 노노케어는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젊은 사람도 힘든 치매 간병에서 노노케어의 치매 돌봄 제공자는 죽음만을 바라보는 형국이다. 치매 부모를 모시고 있는 자녀는 가족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 24시간 돌봐야 하는 치매 간병의 혹독한 고통에 숨 쉴 틈을 필요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제도적 지원으로 만든 것이 ‘치매가족휴가제’다.

치매가족휴가제는 2014년 7월부터 시행했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중 치매 환자 가족의 돌봄 부담 경감을 위해 마련했다. 가정에서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의 휴식을 위해 월 한도액과 관계없이 연간 9일(2023년 기준) 이내의 단기보호급여를 이용하거나, 방문요양급여를 1회당 12시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연간 최대 9일은 하루 24시간 미만을 기준으로 최대 9일을 의미한다. 하루 12시간씩 사용하면 총 18회까지 가능하다.

치매가족휴가제를 신청하려면 먼저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에서 재가방문요양을 이용하고 있어야 한다. 모든 등급이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 2등급을 받은 환자가 가능하다. 2023년까지는 치매 판정을 받은 1, 2 등급 노인만 신청이 가능했으나, 2024년부터는 1, 2등급을 받은 모든 노인이 신청할 수 있다.

하루 비용은 본인부담금(15% 기준) 13,750원​으로 비교적 낮다. 휴일에는 비용의 30%, 근로자의 날은 비용의 50% 가산금이 있다(최대 2,750원 추가). 기초생활수급자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치매가족휴가제도 활성화 방안 조사보고서 / 강원특별자치도광역치매센터
치매가족휴가제 활성화 방안 조사보고서 표지 / 강원특별자치도광역치매센터

 

지난 12월, 강원특별자치도광역치매센터에서는 ‘치매가족휴가제 활성화 방안 조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 목적은 강원도 내 주·야간보호기관을 이용하고 있는 치매 환자 돌봄 제공자들이 치매가족휴가제에 대한 인지와 이용 경험 등을 조사해 향후 정책 요구와 제도 개선 방안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연구 참여기관은 도내 국민건강보험공단 ‘주·야간보호기관 내 단기보호 시범사업’ 참여기관 3개소와 동일지역 시범사업 미참여 기관 5개소다. 총 8개소 기관을 이용하는 치매 환자 돌봄 제공자 143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치매가족휴가제 인지도는 각 39.5%, 29.4%로 낮게 나타났다. 정보 습득 경로는 가족 등 지인(32.9%), 타 기관(31.5%), 방송매체(14.0%) 순이다. 치매가족휴가제 정책의 홍보가 방송매체를 통해서는 미흡한 것으로 밝혀졌다.

치매가족휴가제 이용 경험은 각 3.5%, 0.7%로 나타났다. 이용 경험이 있는 응답자에게 돌봄 부담(정서적, 신체적, 시간적) 감소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이용 경험이 없는 이유는 치매가족휴가제를 몰랐음이 36.9%, 필요한 시간에 이용하기 어려움 16.9%, 지역 내 제공기관 없음이 11.1%다. 이는 정책 홍보 부족과 서비스 이용 제한, 서비스 제공기관 부족으로 파악됐다.

치매가족휴가제의 이용 의향은 있다가 85.3%, 없다가 14.7%로 나타나, 2022년 장기요양실태조사 결과(30.5%)에 비해 이용 의지가 높게 나왔다. 재가급여 이용자 중 특히 주·야간보호기관 이용 돌봄 제공자는 치매가족휴가제 이용 의향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치매가족휴가제 정책 필요성은 필요하다 95.1%, 필요 없다 4.9% 순이며, 치매 환자 돌봄 제공자에게 치매가족휴가제는 매우 필요한 정책이며, 이용일 확대(9일→16일)와 자부담 비율 감소(15%→10.1%)를 희망함을 확인했다.

결국 치매가족휴가제는 꼭 필요하며 이용 의향이 높은데 “있는 줄 몰랐기 때문”에 사용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활성화 방안은 홍보 확대, 이용 기관 수 확대 및 이용일 확대, 기관 환경 개선, 자부담 경감 등으로 조사됐다.

강원특별자치도광역치매센터는 “치매 환자를 장기간 돌보는 돌봄 제공자가 공적 가족지원 정책을 이용해 심신을 회복할 수 있도록 치매가족휴가제를 더 많이 애용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치매가족휴가제가 시행된 지 올해 10년이 된다. 인지도가 낮은 제도에 머물러 있는 이유가 뭘까? 단지 언론의 홍보 부족으로 보기에는 치매가족휴가제 정책의 실효성이 낮은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시행한 기간이 짧지 않음에도 이용 경험 숫자로는 무용지물에 가까운 원인을 알려면 이해관계자의 사례 안으로 좀더 파고들어야 한다.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2021년 치매가족휴가제 이용률은 0.15%에 불과했다. 이 제도의 이용률 조사가 시작된 2018년엔 0.13%의 이용률을 보였다. 2019년, 2020년 모두 0.18%의 치매 가족이 휴가제를 이용했다. 4년째 0.2% 선을 넘지 못한 것이다. 사실상 무용지물 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언론에서는 6일에서 8일로 늘어났다며 날짜 혜택을 주고 있다고 홍보했고, 치매 질병 코드를 받지 않은 1~2등급도 서비스 이용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손을 내밀면 도와준다는 그 현실적 도움의 온기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도입 당시 치매가족휴가제는 1~2등급 치매 노인을 돌보는 가족에게 월 한도액과 관계없이 15%의 본인부담금만으로 연간 6일 범위에서 노인을 단기보호기관에 맡기는 방식으로 시작되었다. 그 후 치매가족휴가제는 단기보호기관이 부족하고 거동이 불편한 중증 치매 노인들이 시설 입소를 꺼리는 문제가 나타나 2016년 9월 ‘24시간 방문요양서비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 제도도 서비스 제공자와 수급자의 안전 문제, 재정 여건을 고려해 1~2등급자로 대상을 제한하다 보니 이용률은 크게 높아지지 않았다. 2018년 1월부터는 제도 활성화 방안으로 인지지원등급을 포함한 전 등급의 치매 노인으로 확대했으나 이용률은 여전히 낮았다.

홍보 부족이라는 분석보다 실제로 재가 케어 중인 치매 가족과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다 좌절된 이들에 대한 분석이 더 필요하다. 1~2등급 노인은 방문요양과 함께 의료적 이슈가 따른다. 보호자는 자신의 집에 오고 있는 친숙한 방문요양사가 휴가 기간에 케어해 주기를 바라지만, 24시간 넘는 케어를 해당 요양사가 해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장례식장 참석, 2박 3일 여행 등 2~3일을 맡겨야 할 경우 방문간호서비스로 간호조무사가 파견돼야 하는데 방문간호서비스센터는 서울에서도 찾기 힘들다. 휴가를 편하게 다녀오기 위해서는 방문요양과 방문간호 인프라 개선 및 그에 따르는 요양 수가 문제, 더불어 의료 서비스 문제에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

홍보 부족으로 이용률이 적다고 보기에는 10년 제도의 현실이 무색하다. 치매가족휴가제가 올해 1월부터 ‘장기요양가족휴가제’로 명칭이 바뀌었다. 중증 환자를 맡기고 안심하고 여행을 떠나라고 하기에는 이름만 잘 지은 제도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내용의 헛점은 보완하지 않고 무슨 내용으로 홍보한단 말인가.

서비스 내용을 충실히 다듬는 것이 먼저다. 지역마다 방문간호사 시스템 확충, 보호자와 함께 돌보는 요양보호사가 보호자 없이 24시간 넘게 케어할 수 있느냐의 문제 해결, 갑자기 진료의뢰서가 필요할 때 원활하게 제공되는지에 관한 점검 등 내용을 단단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신체 및 인지 기능 손상이 심한 노인을 돌보는 가족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다양한 사회 서비스 지원 없이 보호자가 안심하고 휴가를 떠날 리 만무하다.

기자는 시골에 계신 장모님이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신 일을 겪었다. 장모님의 증상이 심해지면서 서울의 자녀들 집으로 모시고 오려 했지만, 평생 살아온 익숙한 시골 환경을 떠나 도심 아파트에서 살 수 없다며 극구 거절하셨다. 치매 등급을 받은 후 부근 마을에 사는 요양보호사를 수소문해 간신히 평일 낮 방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고, 가족들이 당번을 정해 찾아뵙고 간병해야 했다. 치매가족휴가제를 알고 있었지만, 도서 벽지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제도다. 정작 농촌 마을에서는 치매 어른이 늘고 있고, 화재로 사망하는 노부부 뉴스도 연일 나오고 있는데, 수도권과 광역시 위주로만 노인 서비스가 시행 중이다. 노인이 있는 곳에 서비스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서 구색 맞추기에 머물러 있다. 그것도 휴가를 떠나기 어려운 '휴가제'라는 이름의 제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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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혜 2024-01-25 08:51:44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