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치매수급자 방문간호 서비스, 왜 이용률이 저조할까?
최초 치매수급자 방문간호 서비스, 왜 이용률이 저조할까?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3.06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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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요양등급 받은 후 60일 내 방문간호 서비스 4회 무료 이용
존재해도 알지 못하고 이용하기도 어려운 복지 서비스
 최초 치매수급자 방문간호 안내 페이지 / 실버케어 플랫폼 '또하나의가족'

‘최초 치매수급자 방문간호’라는 복지 서비스가 있다. 2018년 7월부터 시행됐지만 이 서비스의 이용률이 거의 제로에 가깝다. 시행 7년째를 맞고 있고 치매 진단률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최초 치매수급자 방문간호’ 서비스가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건 단순히 홍보 부족 문제만은 아니다.

최초 치매수급자 방문간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치매 코드로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1~5등급 수급자는 최초 치매수급자 방문간호 서비스 대상자가 된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월 한도액과 관계없이 방문간호급여를 총 4회 범위에서 월 2회까지 이용할 수 있다.

장기요양등급을 처음 받은 치매 환자는 치매전문교육 기본과정 40시간을 이수한 방문간호사로부터 치매 돌봄 정보, 교육·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서비스 1회 이용 시 비용은 3만4,330원이지만, 이용자는 본인부담 없이 건강보험공단이 전액 부담한다. 다만, 방문간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방문간호지시서를 받아야 한다.

방문간호지시서란 어르신의 건강 상태에 맞게 적절한 방문간호가 이뤄지도록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가 발급해주는 서류로 환자에게 필요한 방문간호 내용을 적도록 돼 있다. 방문간호는 간호사가 가정에 방문해 의료행위를 하는 것이기에, 방문간호지시서를 바탕으로 간호사가 의사의 지도 및 처방 하에 적절한 의료행위가 이뤄지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방문간호지시서 발급비용은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괄호 안의 금액이 본인부담금이다.

대상자가 의료기관에 방문할 경우 
의사가 가정을 방문하는 경우 
대상자가 보건소(보건지소)를 방문하는 경우 
보건소(보건지소) 의사가 가정을 방문하는 경우 

20,470원(4,090원)
64,540원(12,900원)
5,460원(1,090원)
11,780원(2,350원)

따라서 평소 진료를 보는 병원에서 발급받는 것이 좋고, 병원에 따라 발급이 어려울 수 있어 미리 유선 확인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전국의 장기요양기관 중 최초 치매수급자 방문간호 서비스를 실시하는 기관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방문간호 서비스가 가능한 기관은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www.longtermcare.or.kr) 장기요양기관 찾기에서 검색이 가능하다.


최초 장기요양 등급을 받은 환자는 자기 인생에 펼쳐진 현실과 미래에 당황해하기 마련이다. 치매 환자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첫 과정에 심리적 케어가 필요하고, 환자에 따라 긴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정신과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가 제시한 5가지 단계인 부정, 분노, 협상, 우울, 수용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 때문에 이런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첫 서비스를 받기가 두렵고 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 받도록 돼 있는 서비스이므로 기간을 놓칠 수 있다.

30일 안에 자신의 치매를 수용하고 그 증상이 앞으로 깊어져 갈 것이란 데서 오는 심리적 위축감을 정리했다면 초기 치매 진단 환자는 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방문간호지시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문제에 부딪힌다. 서비스를 받으려는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의료기관에 가려고 해도 일단 방문간호지시서를 알고 있는 병원을 찾아서 내용을 숙지한 의료진을 만나기가 어렵다. 제보에 의하면 의사가 방문간호지시서를 몰라서 당황해하거나, 지시서에 오더를 써주는 데 거부감을 가진 의사도 있다고 한다. 초기 치매 진단 환자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 장벽을 넘고 나면 최초 치매수급자 방문간호 서비스를 실시하는 기관을 찾아야 한다. 기자가 노인장기요양보험 홈페이지 장기요양기관 찾기에서 방문간호 서비스가 가능한 기관을 검색해 보았다. 기자가 사는 경기도 화성시의 경우 10곳의 기관이 검색되는데 방문간호 우수 평가(A) 기관은 두 곳이고, 평가 등급이 보통(D)인 곳이 두 곳, 나머지 여섯 곳은 신설기관이거나 평가비대상 기관이다. 화성시의 규모에 비해 기관 숫자가 적고, 서비스 퀄러티도 장담하기 어렵다.

처음 치매 등급을 받은 환자와 그 가족은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요양상담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를 위한 유용한 서비스를 펼쳐 놓아도 이용률이 저조하다면, 편하게 이용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치매 등급을 받을 때 친절한 안내로 이 서비스 내용을 전달받아야 하고, 의료기관도 방문간호지시서를 써주는 데 대한 이해도와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치매 환자와 그 가족이 혼자가 아니며 낯선 광야의 출발선에 있을 때 지옥으로 들어가는 듯한 심정을 돌봐주는 좋은 제도가 ‘최초 치매수급자 방문간호’다. 등급을 받은 지 60일 이내 최대 4회까지 본인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이 서비스의 편의성 제고와 확대 방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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