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 만들겠다는,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의 실제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 만들겠다는,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의 실제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3.12.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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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심이 아닌,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정부의 진정성은 어디에?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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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2025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이 20.6%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많은 노인이 요양병원과 호스피스병동에 입원하고 보호자는 돌봄 참여를 요구받는다. 생계가 불안한 계층일수록 병원이 요구하는 돌봄인력에 간병인을 투입하거나 가족 돌봄을 할 수 없기에 결국 영세한 요양원에서 인생을 마감하는 노인이 늘어간다. 인생의 마지막에 나를 모르는 간병인의 간병을 받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이가 대부분이다. 

임종을 지키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많은 경우 보호자가 연락을 피하거나 잠적한다. 보호자가 잠적해도 노인장기요양보험 등록이 되면 한 명당 정해진 수가를 받으니, 앞으로 우리 인생의 마지막은 간병 산업이라 불리는 임종 산업에 맡겨야 한다.

사회는 급속히 변하면서 죽음은 대비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요양원이라는 공간으로 우리 인생의 마지막이 몰아 넣어진다. 이 마지막 공간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화두는 간병비다. 윤 대통령은 지난 19일 간병 부담을 덜어내는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21일 당·정 협의를 통해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을 발표했다. 국가가 책임지고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호를 건 간병비 대책의 실체를 조명해 본다.

우선 요양병원 간병비를 국고로 지원하고 보험으로 편입시키겠다는 방안은 허울 좋은 방편이다. 내년 요양병원 간병비 시범사업 예산은 85억 원에 불과하다. 윤 정부의 임기 안에 본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건강보험에 편입해서 시작해야 하는 현실적 대안과는 거리를 두었다. 생색만 내면서 시범사업으로만 끌고 가보겠다는 심산이다. 한마디로 시범사업으로 하는 척만 하면서 임기 마칠 때까지 구색만 맞추며 표심만 얻겠다는 수단과 다름없다.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려면 누가 간병을 할 것인가, 간병 담당 1인에 환자 몇 명을 붙일 것인가 등 본문이 있어야 한다.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는 사업에 예산도 콘텐츠도 부실하기만 한 시범사업을 간병비 대책이라고 내놓았다. 실제로 노인장기요양보험 1, 2등급에 속하는 중증 환자의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면 연간 1조5천억 원, 모든 1, 2등급 환자에게 적용하면 2조4천억 원이 든다. 수년 내에 노인장기요양보험 3등급까지 간병비를 지원하려면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시범사업은 무의미하다. 현실적인 예산을 잡고 건강보험 안에서 논의해야 하기에 그 부담을 어떻게 지울 것인가가 우선이다.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을 확정하면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확대해 2027년까지 이용 환자를 400만 명으로 늘리고, 간병비 부담을 10조 6,877억 원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2013년 13개 기관 29개 병동 1,423 병상에서 시범사업으로 시작했고, 2015년 건강보험에 적용받으면서 시행 규모를 확대해 2016년 300개 기관, 451개 병동, 18,646병상에 진행했다. 2022년 말 기준, 병원급 이상 병상 약 24만 개 중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상은 약 7만 개에 불과했다. 전체 입원 환자 중에 이 서비스로 간병을 받는 환자는 30%도 되지 않았다.

그동안 입원 환자 중심으로 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지 않고 병원 운영 주관에 맡겨왔다. 그러니 편법적으로 운영하면서 간병이 필요한 중환자보다는 척추질환이나 재활 병동의 경증환자 위주의 선별된 병동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진행해 왔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시작된 지 10년이 돼 가지만 정부는 대책이 없었다. 이번 간병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대책에 중증환자 전담 병실을 운영하며 간호조무사 1인당 환자를 30~40명에서 12~20명으로 줄여 배치하겠다고 하지만 사실상 중증환자 간병의 질적 개선과 서비스 병동 확대에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

노인들은 자신이 친숙한 공간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한다. 재가서비스에 대한 돌봄 정책이 요구되는데도 요양병원 간병비 시범사업에만 집중했다. 장기노인요양보험의 재가급여를 높여서 가족 간병의 경우 간병파산이 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대책이 절실하다. 경제적인 문제로 전문 간병인을 쓰지 못하고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자신의 사회 근로 기회를 포기하고 간병에 인생을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대한 간병비 지원 대책은 전무하다.

지난 11월 13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통합재가서비스 제도의 성과와 발전과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이정석 건강보험연구원 장기요양정책연구센터장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늘어난 장기요양 수급자들이 의료와 요양 서비스에 관한 실제적인 필요,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며 가정에서 돌봄 서비스를 원하는 이용자들의 요청이 많아짐에 따라 이에 따른 서비스 질과 양을 개선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거주 공간에서 세심한 돌봄 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노인 가구 증가에 따라 지역사회 내 보호 체계의 다양성과 공급자의 세분화를 강조했다. 상당히 중요한 내용이었지만, 내년 총선을 겨냥한 행사인 양 국회의원과 주요 인사들은 정책 토론회 시작 전에 의례적인 인사를 하고는 사라졌고, 연자들의 형식적인 발표가 이어지며 순식간에 끝났다. 토론회에 나선 이들의 프로필도 자료집에 명기돼 있지 않았고, 토론회라지만 일방적인 자기 전문영역의 짧은 멘트 전달뿐 토론은 없었다. 국회에서 열리는 정책 토론회의 현실이 이렇게 졸속주의다.

이번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방안’ 또한 졸속주의로 만든 대책이다. 간병비로 고통받는 국민의 목소리를 얼마나 청취했는지 묻고 싶다. 아울러 간병파산으로 쓰러져 간 불행한 피해자 고통에 얼마나 공감하며 그 대책을 고민했는지 의문이다. 왜 정부 기관은 인건비 싼 중국인 간병인들만 돌봄인력으로 병원에서 간병하고 있는지 그 구조적 문제 해결책은 고민하지 않을까? 간병비 고통 해결은 총선 표심을 얻으려는 수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사회적 약자의 고통에 실제적인 힘을 주려는 정부의 진정성이 드러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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