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살기 힘든 나라,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
노인이 살기 힘든 나라, 언제 벗어날 수 있을까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3.11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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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노인의 분포 _여성과 초기 노인, 수도권 거주 많아
노인 세대 절반이 빈곤에 허덕여...노인 파산과 자살 방지 위한 대책 시급

노인빈곤율은 가처분소득(전체 소득에서 이자나 세금 등을 뺀 것으로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 기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상대적 빈곤율을 뜻한다. 전체 노인 인구 중 소득이 중위소득 50% 이하(전체 가구 기준)인 노인의 비율이다. 2021년 37.6%였고, 2022년은 0.5% 포인트 상승해 38.1%로 OECD 회원국 평균에 비해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의 노인빈곤율을 기록했다.

한국의 빈곤한 노인의 숫자는 남성(39.7%)보다 여성(60.3%)이 많고, 65~69세인 초기 노인(26%)에 많았으며, 수도권 거주 지역에서 높게 분포됐다. 빈곤하지 않은 노인(1,797만 원)보다 빈곤한 노인은 약 천만 원가량 가처분소득(804만 원)이 낮았다.

이 통계는 사회보장에 관한 주요시책을 심의하기 위해 국무총리 소속하에 설치된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사한 ‘사회보장 행정데이터’의 결과다. 사회보장 행정데이터는 전 국민의 20%(약 천 만명)을 표본으로 부처별로 분산돼 있는 자료를 모아서 만든 통합데이터로 2020년 자료를 시작으로 현재 2022년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2020년 기준의 사회보장 행정데이터로 분석한 ‘한국 빈곤 노인의 특성’은 다음과 같다.

 

빈곤노인 성별 분포(%) / 보건복지부
빈곤노인 성별 분포(%) / 보건복지부
빈곤노인 지역 분포(%) / 보건복지부
빈곤노인 지역 분포(%) / 보건복지부
노인의 소득수준(만 원/연) / 보건복지부
노인의 소득수준(만 원/연) / 보건복지부

노인빈곤율은 연령이 높을수록, 지역규모가 작을수록 높았다. 노인은 전체인구 대비 대도시보다 농어촌에 많이 거주하고 있다. 노인빈곤율은 농어촌(57.6%), 중소도시(47.0%), 대도시(42.1%) 순으로 나타났다. 대도시 거주 65~69세 노인의 빈곤율은 32.4%, 농어촌 거주 80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67.5%로 노인 안에서 연령별·지역별 특성에 따라 빈곤격차가 달라졌다. 

 

지역별 연령별 노인빈곤율(%) / 보건복지부
지역별 연령별 노인빈곤율(%) / 보건복지부
지역별 성별 노인빈곤율(%) / 보건복지부
지역별 성별 노인빈곤율(%) / 보건복지부

노인 전체의 연평균 가처분소득은 1,719만 원으로 빈곤한 노인(약 8백만 원)보다 약 천만 원 높았다. 비빈곤 노인의 가처분소득은 1,797만 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78만 원 높게 나타났다. 빈곤 노인의 시장소득은 연평균 135만 원으로 심각한 수준이다. 국가개입을 통해 7백만 원가량 평균소득이 상향되고 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노인의 자산보유율(55.1%)은 전체보다 21.3% 포인트 높으며, 19~64세보다 18.4% 포인트 높았으며, 70~74세의 자산보유율이 58.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체 노인빈곤율은 시장소득 기준 63.1%, 가처분소득 기준 45.6%로 노인의 절반 가까이가 빈곤 상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참고,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2020년)에 따르면, 노인빈곤율 시장소득 기준 58.6%, 가처분소득 기준 38.9%다. 사회보장 행정데이터는 사적 이전·신고 외 소득 등이 제외돼 설문 및 행정자료로 보완된 통계청에 비해 빈곤율이 5~7% 포인트 높다).

여성 빈곤율은 49.0%로 남성 빈곤율 41.2%보다 약 8% 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 초기 노인(65-69세)의 빈곤율이 35.0%로 가장 낮으며, 연령이 높아질수록 빈곤율도 상승해 80세 이상은 절반이 넘는 56.5%가 빈곤한 상태다.

기초생활보장 및 노인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 지급으로 인한 빈곤 감소 효과는 70~74세에 가장 높으며(20.1% 포인트), 80세 이상이 가장 낮았다(13.4% 포인트). 이에 대해 사회보장평가과 담당자는 연금에 대한 준비와 이해, 집중도가 70~74세에서 높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향후 80세 이상 노인의 빈곤 감소를 위한 복지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번 분석은 사회보장 행정데이터를 활용해 근거 기반의 정책 설계를 지원하고 국가 사회보장의 종합적 효과를 파악하는 데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통계·행정데이터 전문위원회 이현주 위원장은 “사회보장 행정데이터는 정확성·신뢰성이 높아 사회보장 정책 기획의 근거 자료로 유용하며, 표본의 크기가 커서 여러 차원의 세부 분석이 가능하여 제도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라며, “향후 사회보장 행정데이터의 활용이 사회보장제도 발전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2020년, 주요국의 인구고령화 속도 / 의료정책연구원 

한국의 노인 인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고령화사회(2000년)에서 고령사회(2017년)를 거쳐 초고령사회(위의 표와 달리 2025년으로 앞당겨짐)가 되는 데 2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은 36년, 독일은 77년, 프랑스는 154년이 걸렸다. 미국은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사회와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나 초고령사회는 2036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돼 94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한국의 노인 빈곤 문제는 심각하다. 장기화하고 있는 고금리·불경기에 노인들이 가장 파산하고 있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 파산 신청자 10명 중 4명(41%)이 60세 이상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의 2020년 통계에 의하면 인구 10만 명당 노인자살률은 48.6명으로 전체 연령 자살률 26.6명의 1.5배이며, OECD 국가 평균(18.4명)보다 약 2.9배 높게 나타나 더욱 심각하다.

노인의 성별, 거주 지역별, 나이별로 다른 빈곤율에 대해 공적연금 제도가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연금소득이 충분하지 않은 현행 노후 소득보장 체제에서는 노인빈곤율을 개선하기 어렵다. 한국의 연금 소득대체율(연금 가입 기간의 전체가입자의 평균소득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금액 대비 연금으로 지급하는 비율)은 31.2%로 OECD 평균치인 42.2%와 큰 격차를 보인다.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현세대 노인과 미래세대 노인을 분리해 대응책을 마련하고, 노인의 자산 현황을 고려해 소득이 적더라도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과 소득과 자산 모두가 부족한 그룹 각각에 적합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사한 사회보장 행정데이터 분석으로 ‘노인이 살기 좋은 나라’로 향하는 실효성 높은 정책이 제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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