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인가 약이지만 공급받는 길이 있다?
국내 미인가 약이지만 공급받는 길이 있다?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1.19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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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희귀병·난치병 치료 위해 의약품 수입해 제공
치매 약, 아두헬름 수입 가능, 레켐비는 아직... 효과 신뢰성 고려해야

디멘시아뉴스는 최근 국내 미인가 치매 약을 처방하는 병원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아직 사용 허가를 받기 전인 약이 시판되려면 많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적법하지 않은 과정으로 미인가 약을 치료제로 쓰는 행위는 치료 시장의 질서를 깨트리므로 심각한 사안이다.

어떻게 해외 신약을 공급받았는지, 투여에 관한 비용과 의료행위는 정당한지, 부작용을 모니터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MRI 촬영으로 인한 급여와 비급여 문제는 어떻게 볼 것인지 등 질문이 잇따른다.

확인 결과 FDA(미국 식품의약국)와 EMA(유럽의약품기구) 등 해외에서 승인받아 유통되는 약 중에 국내 미승인된 것이어도 절차를 거쳐 수입해 쓸 수 있다. '국민의 든든한 의약품 안정망'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곳,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이하 희귀센터)가 난치병 환자를 위한 의약품 수입을 담당한다. 희귀 질병 치료의 기회를 확충하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약사법에 의거 1999년 9월 설립된 공익법인이며 식품의약품안전처 유관기관이다.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로고 /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홈페이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로고 /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홈페이지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난치병약, 수입해서 쓸 수 있을까?”, “수익성이 낮아 판매되지 않고 있는 결핵약을 구할 수 없을까?”, “꼭 필요한 약인데도 구하기 어려운 약을 수입해 주고, 위탁·제조해 공급하는 곳이 있다면...” 등의 질문을 해결해 주는 곳이다. 지난 코로나 팬데믹 때 코로나 백신을 빠르게 수급하고 온도 이탈 없이 보존하고 공급한 역할을 수행한 곳이기도 하다. 국가필수의약품을 관리하고 있어 꼭 필요한 약의 공급에 차질이 없게 하는 역할도 한다. 또한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취급 승인을 받은 마약류 의약품도 희귀센터가 공급하고 있다.

희귀센터에서는 해외에서 판매 중이지만 국내 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이거나 개발 중인 신약을 다음 절차에 따라 구매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구매 과정 /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의약품 문의 → 미국, 유럽, 일본 등 제약 선진국에서 구매 가능한지 여부 조사 → 해외약품조사의뢰서 등 필요 서류들 제출 → 의약품 가격을 예치 → 의약품 구매 진행

기자가 센터 담당자에게 문의한 바, 미국 바이오젠(Biogen)과 일본 에자이(Esai)가 공동개발한 ‘아두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이 희귀센터를 통해 공급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 아두헬름은 FDA에 의해 승인된 최초의 알츠하이머 신약으로 뇌 단백질 축적 치료제로 알려져 있지만, 약효 논란으로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 약의 두 가지 대규모 임상실험 결과가 상반된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한 실험에서는 치료가 알츠하이머병의 특징인 인지력 저하를 다소 늦추는 것을 보여주었고, 다른 실험에서는 아두헬름과 위약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더군다나 두 실험의 결과는 바이오젠이 2019년에 실패했다고 발표한 뒤 이뤄진 재평가였다.

2020년 11월 미 FDA 자문위원회의 만장일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21년 6월 FDA는 알츠하이머성 치료제로 ‘가속승인’을 강행하자 소속 자문위원들이 잇따라 사표를 던졌다. 이어서 EMA는 2021년 12월 아두헬름의 허가를 거부했으며, 에자이는 2022년 3월 아두헬름의 이익공유권을 포기했다. 따라서 아두헬름은 비싼 약가에도 효과성은 보장하기 어려운 실패한 약으로 알려져 있어, 희귀센터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어도 사용에는 신중을 기하는 주의가 필요하다.

희귀센터 담당자에게 미국과 일본, 최근 중국에서 승인된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도 수입 가능한지 확인했다. 담당자는 "레켐비는 현재 가장 많은 문의를 받고 있는 품목인데 수입 이슈가 있어서 통과가 되지 않는 약이다"라고 답변했다. 즉, 국내 미승인 의약품 중 수입을 원하더라도 한정적인 품목이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레켐비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약이다. 

한편, 희귀센터에 해외약품조사를 가장 많이 의뢰하는 환자는 말기 암환자이고, 해외에서 허가 중이거나 임상시험을 하고 있는 약에 관한 문의가 가장 많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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