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DR-SB 점수 변화를 중심으로
- 임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인가?
지금으로부터 117년 전인 1906년도에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가 최초의 알츠하이머 환자를 보고했으나, 그로부터 87년이 흐른 1993년도에 이르러서야 ‘타크린’이라는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뒤를 이어 도네페질(1996년), 리바스티그민(1997년), 갈란타민(2000년), 메만틴(2003년)이 개발됐지만 메만틴 이후로 18년 동안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나오지 못했다.
도네페질을 중심으로 한 약은 알츠하이머치매의 임상증상 만을 일부 개선할 뿐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와 타우를 없애지는 못하므로 엄격한 의미에서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치료제는 아니다.
존 하디(John Hardy)와 제럴드 히긴스(Gerald Higgins)가 1992년도에 아밀로이드 증폭 가설(Amyloid cascade hypothesis)을 제안한 이후, 아밀로이드와 타우를 제거하여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고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졌으나,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해 이뤄진 수많은 임상시험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런데도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드디어, 2021년 6월 7일 미국 FDA는 최초의 근본적인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로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아두카누맙(aducanubmab, 상품명 Aduhelm)의 사용을 조건부 승인했다.
아두카누맙의 뒤를 이어, 미국 FDA는 에자이와 바이오젠의 레카네맙(lecanemab, 상품명 Leqembi)를 2023년 1월 가속 승인했으며 6월에는 정식 승인하기에 이르렀다. 또한 일본 후생성도 지난 21일 레카네맙에 대한 사용을 승인했으며, 우리나라는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레카네맙 허가 신청서가 제출된 상태이다.
또한, 일라이 릴리는 지난 7월 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 (AAIC) 2023에서 도나네맙(donanemab)의 최종 임상 결과를 발표했으며, 이 결과를 근거로 미국 FDA에 허가 신청을 마친 상태이다.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도나네맙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로 분류되나 작용 기전에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두카누맙은 아밀로이드 단량체(monomer)에는 결합하지 않으며, 응집된 형태의 아밀로이드에 결합한다. 레카네맙은 수용성 아밀로이드 원섬유(protofibrils)에 선택적으로 결합한다. 도나네맙은 아밀로이드반 내에 응집된 pyroglutamate 형태의 베타아밀로이드에 결합한다.
위 항체를 이용한 3상 임상시험은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CDR) 0.5와 1에 해당하는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경도인지장애와 경증 단계의 알츠하이머치매)를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이뤄졌으며, 효능을 평가하기 위한 변수로 임상치매척도 총점(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 CDR-SB)을 이용했다.
참고로, CDR은 임상에서 치매의 중등도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억력’, ‘지남력’, ‘판단력과 문제해결 능력’, ‘사회활동’, ‘집안 생활과 취미’ 그리고 ‘위생 및 몸치장’의 6가지 영역을 평가해 점수를 산출한다. 최종 점수는 위 6영역의 점수를 모두 합한 박스 총합(CDR-Sum of Boxes, CDR-SB, 0~18점)과 기억력 점수를 기준으로 한 전체 CDR (Global CDR, 0, 0.5, 1, 2, 3점)로 결정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치매의 정도가 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두카누맙·레카네맙·도나네맙의 3상 임상시험의 CDR-SB 점수 변화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아두카누맙은 두 개의 3상 임상시험(EMERGE Trial과 ENGAGE Trial) 중 통계적 의미를 보인 EMERGE 연구에서, 대조군의 CDR-SB가 18개월 동안 1.74점 증가한 반면, 고용량 치료군은 1.35점 증가하여 대조군에 비해 치료군에서 0.39점(23%) 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레카네맙은 18개월 동안 진행된 3상 임상시험(Clarity AD Trial)에서 대조군의 CDR-SB가 1.66점 증가했지만, 치료군에서는 1.21점 증가하여 대조군과 비교할 때 치료군에서 0.45점(27%)만큼 덜 악화했다.
한편, 도나네맙은 같은 기간 동안 진행된 3상 임상시험(Trailblazer-Alz 2 Trial)을 통해 대조군의 CDR-SB가 2.42점만큼 악화했지만 치료군에서는 1.72점 악화하여 치매 진행을 대조군 대비 0.7점(29%) 늦췄다고 발표했다.
위의 치료제들이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대략 25% 늦췄다고 하면, 약제의 치료 효과가 매우 큰 것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CDR-SB 총점이 18점이라는 점과 병이 진행함에 따라 CDR-SB 점수가 해마다 자연스럽게 증가하는 폭이 있다는 점이다.
CDR-SB는 알츠하이머병이 진행하면서 점수가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데, 전체 CDR이 0.5점일 경우에는 해마다 CDR-SB가 1.43점 증가하고 전체 CDR이 1점일 경우에는 해마다 1.9점 증가한다. 이러한 CDR-SB 점수의 연간 변화는 알츠하이머 임상시험에서 치료제의 효과를 평가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대부분의 3상 임상시험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CDR 0.5와 CDR 1)를 대상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 대상자에서 CDR-SB는 연간 대략 1.67점 증가하며, 그리고 통상의 임상시험 기간이 18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기간 동안에는 2.5점 증가한다고 예상할 수 있다. 위의 세 가지 약제 중에서 도나네맙 임상시험 대조군이 이와 가장 유사한 점수 변화(2.42점)를 보였다. 반면, 도나네맙 대조군과 달리 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 연구에서의 대조군은 CDR-SB점수의 증가 폭이 예상보다 적었다.
위 세 가지 치료제는 대조군과 치료군에서의 CDR-SB 점수 변화가 18개월 동안 대략 0.5점의 차이를 보였는데, 통계적으로는 유의성이 검증됐다 하더라도 이 변화를 과연 임상에서 체감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실제 임상에서는, 특히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에서는, 총 3점 체계로 평가하는 전체 CDR (Global CDR) 변화도 체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불어, 비용·효율성 측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두헬름과 레켐비는 약제 비용만도 연간 3천만 원을 넘어선다. 여기에 약제를 투여하기 전 알츠하이머병 확진을 위해 시행하는 1백만 원을 넘어서는 아밀로이드 PET 영상 비용과 뇌부종(ARIA-E)이나 뇌출혈(ARIA-H) 등의 약제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뇌 MRI를 촬영하는 데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밖에 위 치료제들의 3상 임상시험은 알츠하이머병의 여러 단계 중, 초기의 환자(경도인지장애와 경증 단계의 알츠하이머치매)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중등도나 중증의 알츠하이머치매 환자에게는 투여할 근거가 부족하므로, 모든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한계도 여전히 존재한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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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CDR)의 평가
http://www.dementi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89
[칼럼] 아두카누맙의 개발, 미국 FDA 허가, 그리고 이어지는 논란
http://www.dementi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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