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카네맙은 아두카누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칼럼] 레카네맙은 아두카누맙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 양현덕 기자
  • 승인 2023.08.28 07: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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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용기전, 효능, 부작용, 비용 등에서 우위

- 적절 투여에 대한 상세 권고안 마련

2021년 6월 7일, 미국 FDA는 가속승인프로그램(Accelerated Approval Pathway)을 통해 아두카누맙(aducanumab, 상품명 아두헬름 Aduhelm)의 시판을 조건부 승인했다.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알츠하이머병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최초의 항체 치료제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고 있으며, FDA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시판 후 조사(4상 임상시험)를 통해 효능을 추가로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23년 1월 6일 또 다른 항체 치료제인 레카네맙이 아두카누맙을 조건부 허가했던 가속승인프로그램(Accelerated Approval Pathway)을 통해 두 번째로 조건부 허가를 받았으며, 급기야 7월 6일에는 FDA로부터 정식 허가를 얻어냈다. 선두 주자인 아두카누맙을 제치고 FDA에서 정식으로 허가 받은 최초의 알츠하이머 항체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이 글에서는 레카네맙의 개발,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미국 FDA 정식 허가를 받기까지의 과정, 아두카누맙의 한계를 극복하기 의한 노력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한다.

레카네맙의 개발

레카네맙(mAb158, BAN2401, Lecanemab, 상품명 Leqembi)은 IgG1 단일 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로 알츠하이머병의 원인으로 알려진 용해성(soluble) 베타아밀로이드 원섬유(protofibrils)에 선택적으로 결합하여 독성을 중화시킨다.

2007년도에 스웨덴의 웁살라대학교(Uppsala University)가 APP 유전자 돌연변이(Arctic mutation) 쥐 연구를 통해서 mAb158이라는 이름으로 개발했으며, 초기에는 스웨덴의 BioArctic과 일본의 에자이(Eisai)가 BAN2401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으로 추가 연구를 진행했으나, 2014년부터는 에자이가 미국의 바이오젠(Biogen)과 함께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다.

레카네맙의 전임상 연구를 보면, mAb158은 알츠하이머 유전자 돌연변이 쥐(Tg-ArcSwe mice)의 뇌에서 아밀로이드 원섬유를 성공적으로 제거했다.

참고로, 아두카누맙은 스위스의 뉴리뮨(Neurimmune)이 처음 개발해 2007년에 바이오젠에서 넘겨 받았고, 2017년부터는 레카네맙과 마찬가지로 에자이가 바이오젠과 공동으로 연구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단일클론 항체(monoclonal antibody)로 분류되나 작용 기전에 약간의 차이를 보여, 아두카누맙이 응집된 형태의 아밀로이드에 결합하는 반면 레카네맙은 응집되기 전 형태인 수용성 아밀로이드 원섬유(protofibrils)에 선택적으로 결합한다.

현재까지 진행되어온 레카네맙의 임상시험

2016년도 발표된 1상 임상시험은 성공적이었으며, 레카네맙은 80명의 경증 및 증등도 알츠하이머 환자에서 안전성을 확보했으며 대조군과 유사한 뇌부종(ARIA-E)과 뇌출혈(ARIA-H) 발생빈도를 보였다.

2017년 12월 21일,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2상 임상시험에서 레카네맙 투여 12개월 후 인지 개선 효과를 보이지 않았다고 발표했으나, 연구를 예정된 18개월 동안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2018년 7월에 18개월 연구결과가 발표됐으며, 레카네맙 고용량(10 mg/kg, 2주 간격) 투여군에서 ADAS-Cog와 ADCOMS 척도의 악화를 각각 47%와 30%만큼 지연시키고 동시에 뇌 아밀로이드 축적을 93%까지 줄였음을 확인했다.

2022년 9월에 1,566명의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18개월 동안 진행된 3상 임상시험(Clarity AD) 결과가 발표됐으며, 일차 평가변수인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Sum of Boxes, CDR-SB)가 대조군에서는 1.66점 증가한 반면 치료군에서는 1.21점 증가하여 대조군과 비교할 때 치료군에서 0.45점(27%)만큼 덜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치료군의 2/3에서 아밀로이드-PET 영상 검사가 음성으로 전환됐다.

아두카누맙보다 적은 ARIA-E 발생 빈도

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이다. 3상 임상시험에서 ARIA-E와 ARIA-H 모두 대조군(각각 1.7%와 9.0%)에 비해 레카네맙 투여군(각각 12.6%와 17.3%)에서 더 흔하게 발생했다. 이는 41.3%의 ARIA (ARIA-E와 ARIA-H) 부작용 발생 빈도를 보인 아두카누맙에 비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미국 FDA의 레켐비 허가

레켐비 (출처: https://www.leqembi.com/)
레켐비 (출처: https://www.leqembi.com/)

2023년 1월 6일, 미국 FDA는 가속승인프로그램(Accelerated Approval Pathway)을 통해 초기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레켐비를 허가했다. 레켐비가 2상 임상시험에서 아밀로이드를 효과적으로 제거했음을 근거로 그 사용을 승인한 것이다.

참고로, 가속승인프로그램은 FDA가 미 충족 의료요구도(unmet medical need)가 높은 중증 질환 치료제의 승인을 앞당기기 위해 1992년도에 도입한 제도이다. 아직까지 임상 효능이 명확하게 입증되지는 않았더라도, 임상 효능을 예측할 수 있는 대리결과변수(surrogate endpoint) 결과를 제시하여 조건부 허가에 해당하는 가속승인을 받을 수 있다.

2023년 7월 6일, FDA는 3상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레켐비의 임상 사용을 정식 허가했다. 조건부 허가는 아두카누맙이 먼저 받았지만, 아두카누맙을 추월하여 FDA에서 정식으로 허가 받은 최초의 치료제로 등극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레카네맙 허가 신청서가 제출된 상태이며, 일본 후생성에서는 8월 21일 레카네맙의 임상 사용을 승인했다.

레카네맙은 과연 어느 정도의 임상 효능을 보였는가?

레카네맙 3상 임상시험은 일차 평가변수를 18개월 동안 CDR-SB 점수의 변화로 설정했다. 연구 시작점에서의 레카네맙 투여군과 대조군의 CDR-SB 평균 점수는 3.2점(치료군 3.17 vs. 대조군 3.22)이었다, 18개월 후, CDR-SB 점수가 대조군에서는 1.66점 증가했으며 치료군에서는 1.21점 증가해 대조군 대비 치료군에서 27%만큼의 효능을 보였다고 회사는 발표했다. 아두카누맙의 23%에 비해 약간 나은 임상 효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18개월 동안 CDR-SB 점수 변화 대신 18개월 후 치료군과 대조군의 CDR-SB 점수 자체(치료군 4.38 vs. 대조군 4.88)를 비교하면, 두 군간의 CDR-SB 점수 차이는 0.5점으로 치료 효능이 27%에서 11%로 급감한다. 11%만큼의 차이가 임상에서 얼마나 피부에 와 닿을 것인지에 평가가 기다려진다.

레켐비의 비용은 어느 정도인가?

개발사는 아두헬름의 시판 허가 이후 약값을 연간 5만 6,000달러로 책정했다. 하지만,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되었고, FDA 정식 허가를 위해 4상 임상시험을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약값을 절반 수준인 연간 2만 8,200달러로 낮췄다. 이 영향으로 레켐비의 연간 약제 비용은 아두헬름보다 약간 저렴한 연간 2만 6,500달러로 책정했다.

레켐비의 적절한 사용을 위한 권고

레켐비의 임상시험은 알츠하이머병의 여러 단계 중, 초기 단계(경도인지장애와 경증 단계의 알츠하이머치매, MMSE 20점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러므로, 증등도나 중증의 알츠하이머치매 환자에게는 투여할 근거가 없는 셈이다.

레켐비를 투여 받은 환자는 ARIA 발생의 위험성이 높다. 대부분은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지만, 드물게 치명적인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 레켐비를 투여 받은 3명의 환자가 뇌출혈로 사망했다. 

뇌에 미세출혈(microbleeds)이 있으면 ARIA 발생의 위험이 높기 때문에 뇌 MRI에서 미세출혈이 4개 이상 보이는 경우 레켐비를 투여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더불어, 레켐비를 투여하는 동안 ARIA 발생 유무를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뇌 MRI를 촬영할 것을 권고한다.

또한, 항응고제가 뇌출혈의 위험을 높이므로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는 레켐비를 투여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레켐비 투여 중에 사망한 3명의 환자 중에서 2명이 항응고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유전자인 APOE4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ARIA 발생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레켐비를 투여하기 전에 APOE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투약 편의성 개선을 위해 피하주사제 개발 중

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 모두 정맥주사제로 개발됐다. 아두카누맙은 한 달에 한 번 정맥으로 투여하는 반면, 레카네맙은 2주에 한번 투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에자이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간편하게 투여할 수 있도록 레카네맙의 투약 편의성을 개선시키고, ARIA 부작용 발생을 낮추기 위해 현재 피하주사제를 개발하고 있다.

결론

실패로 평가받고 있는 선발 주자 아두헬름과 비교할 때, 레켐비는 차별화된 항아밀로이드 작용기전, 개선된 임상 효능, 적은 ARIA 부작용 발생 빈도, 낮은 약제 비용, 안전한 사용을 위해 마련된 상세한 권고 사항, 그리고 복용 편의성 증대를 위한 피하주사제 개발 등 다양한 장점을 지니고 있다. 레켐비의 이러한 장점들은 아두헬름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하는 데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레켐비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서 정식 승인을 받은 만큼, 현장에서 판가름 날 레켐비의 성공 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자료

[칼럼] 아두카누맙은 최초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
http://www.dementi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76

[칼럼] 아두카누맙의 개발, 미국 FDA 허가, 그리고 이어지는 논란
http://www.dementi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13

[칼럼] 아두헬름의 교훈
http://www.dementi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5944

[칼럼] 아두카누맙·레카네맙·도나네맙의 효능: 임상에서 체감할 수 있을까?
http://www.dementi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6447

Cummings J, Apostolova L, Rabinovici GD, et al. Lecanemab: Appropriate Use Recommendations. J Prev Alzheimers Dis. 2023;10(3):362-377. doi:10.14283/jpad.2023.30

van Dyck CH, Swanson CJ, Aisen P, et al. Lecanemab in Early Alzheimer's Disease. N Engl J Med. 2023;388(1):9-21. doi:10.1056/NEJMoa221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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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2023-08-28 07:54:28
냉정하게 생각하면 약간의 병의 진행과정을 늧추기 위해서 몇천만원의 약값과 매우 높은 뇌부종과 뇌출혈의 위험성을 감수하여야 하는데.... 과연 자신의 부모에게도 선듯 추천할 수 있을지 의심입니다. 일단 임상을 지켜 봐야 할 듯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