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결국 ‘아두헬름’ 판매 중단, 17년의 개발 여정 마감
바이오젠 결국 ‘아두헬름’ 판매 중단, 17년의 개발 여정 마감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2.0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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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판 허가 후 효능 논란에 매출 급감
원 개발사 뉴리뮨에 권리 반환 및 확증 시험 중단
아듀헬름
바이오젠 아두헬름(Aduhelm, 성분명 아두카누맙)

2021년 미 FDA가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Aduhelm)’을 가속 승인한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다. 임상실험 결과가 기대에 못 친 데다 노인의료보험 보장이 적용되지 않는 점 등 아두헬름의 신뢰도는 추락했다.

아두헬름은 FDA로부터 ‘2030년까지 효능을 추가적으로 입증하는 임상 4상을 진행한다’는 조건부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지난해부터 임상 4상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고, 외부 파트너도 찾지 못했다.

결국 지난 31일 바이오젠은 아두헬름의 임상 및 판매를 중단하고 레켐비에 집중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혁신 경영을 위해 바이오젠의 새 대표가 된 크리스토퍼 비바커(Christopher A. Viehbacher)는 부임한 지 반년 만에 전체 직원의 11%인 1,000명을 해고했다. 이는 아두헬름의 상업적 실패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오젠은 2023년 4분기에 아두헬름 프로그램 종료와 관련된 비용 6,000만 달러(한화 약 793억4천만 원)를 지급했고, 아두헬름의 모든 권리를 원 개발사인 스위스 바이오기업 뉴리뮨(Neurimmune)에 반환했다. 2007년 라이센스 취득 후 17년의 개발 여정을 마감했다.

이로써 초기 알츠하이머병의 인지 저하를 늦추는 신약으로 주목받은 아두헬름은 역사의 뒤편으로 퇴장했다. 아두헬름의 실패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 얼마나 어려운지 증명해 보였다. 알츠하이머는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우리의 뇌는 외부 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촘촘한 벽이 있어 약물이 통과하기 어렵다. 세계적으로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은 그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제대로 된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제약업계는 아두헬름이 노린 초기 알츠하이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 일라이 릴리의 ‘도나네맙’이 주목받고 있다. 레켐비는 지난해 7월 FDA 승인을 받았고, 도나네맙은 올해 초 승인을 앞두고 있다. 모두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 발견되는 ‘베타 아밀로이드’에 붙어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항체 치료제다. 치료 방식이 같기에 인지 저하 지연 속도, 부작용 정도에 따라 승부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젬백스앤카엘, 차바이오텍, 아리바이오, 엔케이맥스 등 여러 바이오기업이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가장 속도가 빠른 젬백스앤카엘의 ‘GV1001’은 글로벌 임상 2상, 국내에서 삼성제약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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