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의연, “첩약 급여화는 건강보험 취지 망각한 포퓰리즘”
바의연, “첩약 급여화는 건강보험 취지 망각한 포퓰리즘”
  • 조재민 기자
  • 승인 2019.04.0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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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약 급여화 사업 보고서는 첩약 표준화 불가능 인정 보고서

바른의료연구소가 첩약 급여화에 대해 건강보험의 취지를 망각한 포퓰리즘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강한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이미 해외사례를 통해 첩약 급여화가 잘못된 정책임이 증명됐고, 건강보험공단이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 의뢰한 연구용역 결과도 이를 반영했다는 지적이다.

1일 연구소는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을 위한 ‘첩약 건강보험 보정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연구’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의 분석결과 분석에 따르면 첩약의 안전성 및 유효성 입증하지 못했고 첩약 표준화 불가능과 경제성 결여를 일정했다는 것이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김승택 원장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오는 12월에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건보공단은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지난 2018년 12월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바의연은 해당 보고서가 정부와 한의계는 시범사업 실시 명분으로 적극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면밀하게 분석했다.

“첩약 급여화의 조건에 대한 분석”

한약은 약사법 제2조에 의해 “동물, 식물 또는 광물에서 채취된 것으로 주로 원형대로 건조, 절단 또는 정제된 생약”으로 정의한다.

보고서에는 첩약에 대해 한 종류 이상의 한약을 처방에 따라 조제한 것으로서, 전통적으로 한번 달일 분량을 약포지에 싼 것을 첩이라는 단위로 세었기 때문에 첩약으로 불린다고 정의했다.

더불어 첩약을 물에 넣고 달여서 액상으로 만든 탕약과 알약(환약), 가루약(산제), 고약 등 조제 한약 전반을 첩약으로 통칭한다고 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의 핵심이 바로 첩약을 급여화하겠다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의약품이나 의료기술은 안전성, 유효성 검증을 통한 신의료기술 평가를 거쳐야 시장에 진입하고 비급여로 등재된다. 이후 경제성평가(대체가능성 및 비용효과성 등)와 급여적정성평가(보험급여원리 및 건강보험재정상태 등)를 통해 급여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첩약이 급여화를 위해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필수다. 처방 및 진료과정의 표준화, 경제성/급여적정성 평가가 반드시 선행돼야한다.

이에 연구소는 과연 첩약이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고 있는지 확인하고자 보고서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안정성 및 유효성 평가 전혀 실행되지 못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첩약을 포함한 한약은 과거 한약서에 언급된 처방이면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 및 신고에 관한 규정"의 제24조(안전성·유효성 심사대상)의 심사제외 대상 규정 중 "4. 제2조제14호”에 의해 안전성, 유효성 심사를 받지 않는다.

즉, 현행법상 과거 수백 년 전 동의보감에 실린 처방이면 안전하고 유효하다는 판단이며, 아무런 평가 없이 바로 비급여로 처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소는 건강보험재정이 투입되는 첩약 급여화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비급여 의료기술이나 의약품이 급여 대상이 되려면, 철저한 안전성 및 유효성 평가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다.

여러 차례의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이 필요하고, 이 임상시험들을 대상으로 메타분석 및 체계적 문헌고찰을 수행해 안전성과 유효성의 확실한 입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보고서에는 "처방 단계의 안전성·유효성은 국내·외에서 수행된 한약 치료에 대한 임상연구와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임상적 근거가 축적되고 있으며, 이에 기반해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질환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이 임상현장에서 활용되도록 권고함"이라고만 언급하고 있다.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구체적 근거들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첩약의 단계별 안전성·유효성 평가 및 관리 방안만을 언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첩약의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음을 보고서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해석이다.

또 보고서는 처방단계에서 첩약의 안정성 및 유효성 평가 체계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연구 및 체계적 문헌 고찰을 통한 근거기반 관리를 제시하면서, 이에 대한 각주에 "현재 한약에 대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는 아니나 향후 도입의 필요성이 있는 사항임"이라고 기술했다.

즉,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평가에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과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를 적용하지 않았음을 실토한 것으로 평가했다.

 

연구소는 “높은 수준의 연구 없이 질 낮은 연구만을 근거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할 수는 없다”며 “실제 임상현장에서는 첩약 복용 후 간독성, 신독성 등의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들을 많이 경험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공개된 식약공용 한약재 관리 규정에 의하면 한약재의 중금속 검출 기준치가 식품보다 더 높아 첩약의 안전성이 심각히 우려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는 유효성 역시, 최근 지자체 지원을 통해 시행되고 있는 한방난임사업이나 한방치매사업들만 보더라도 한약의 치료 효과를 증명해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구소가 지난 2017년부터 지자체 한방난임 및 한방치매사업을 꾸준히 분석했고,  그 결과 한약의 치료효과를 확실히 입증한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첩약의 표준화가 불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연구소는 해당 보고서가 표준화 불가를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급여 항목으로 관리되기 위해서는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검증은 필수적이고, 여기에 처방부터 진료, 조제 과정의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련 이해단체 또는 학술단체, 문헌 근거, 처방 표준화에 대한 기존 사례 등을 종합해 처방별 구성 약재와 용량 기준을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기재했다.

또 개인별 맞춤 처방을 실시하고 있는 첩약의 특성을 고려해 권고 수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즉, 보고서 스스로 아직까지 첩약의 표준화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았으며, 설령 표준화가 된다 해도 첩약의 특성상 권고 수준 이상은 불가능함을 인정하고 있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표준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보고서의 다른 내용만 봐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는 전국 31명의 한의사들을 대상으로 패널조사를 시행했는데, 31명의 한의사가 ‘요통’에 처방한 첩약의 종류만 해도 인원 수의 두 배에 달하는 59가지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를 전체 한의사 숫자에 대입해보면, 하나의 질환에 한의사들이 처방하는 첩약의 종류는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고, 결국 급여화의 필수요건인 첩약의 표준화가 불가능함을 보고서가 인정한 셈이라고 해석했다.


“첩약의 경제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연구소는 첨약의 경제성 역시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첩약의 경제성 평가를 위해 대체가능성 및 비용효과성을 평가해야 하지만 현재 첩약이 처방되는 대부분의 증상 및 질환은 이미 급여등재 의약품으로도 충분히 처방이 가능한 것들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대체가능성 측면에서 급여화의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비용효과성 측면에서 보면, 보고서는 일반적인 질환에 투여되는 첩약 1제(20첩, 10일분)의 관행수가가 15만9,000원부터 38만6,000원까지 다양하다고 하면서, 한의원 경영수지분석에 의해 174,324원의 첩약 수가를 제시했다. 한의사 대상 설문에서 1첩당 첩약의 적정수가는 11,000~13,000원이라고 답변했다.

질환별로 다르지만 위 표에 근거해 특정 질환이나 증상에 대략적으로 30~40첩 정도의 첩약이 처방된다면, 보수적으로 첩당 10,000원 정도의 수가를 고려해도 무려 30~40만원의 치료비가 소요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급여등재 의약품으로 수 천원에서 수 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치료되는 질환이나 증상에 대해 첩약은 무려 수십 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으로 이는 첩약의 비용효과성이 전혀 없음을 의미한다 게 연구소의 해석이다.

첩약의 급여적정성 미충족과 건강보험의 근본취지 부정 지적

연구소는 해당 보고서가 첩약의 급여적정성 마저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건강보험의 근본적 취지를 부정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급여적정성을 위해 보험급여원리 및 건강보험재정 등을 고려해야 함에도 보고서는 2018년 한국한의학연구원이 302명의 한의사를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는 첩약의 급여화에 ‘매우 그렇다’와 ‘그렇다’를 합쳐 79.5%가 찬성하였고, 2014년과 2017년에 이뤄진 ‘한방의료이용 및 한약소비 실태조사’에서는 일반 국민의 51.5%(2014년)와 66.4%(2017년)가 첩약 이용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리고 급여화 우선 순위에서도 첩약이 1위를 차지했으며,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보고서 연구자들은 첩약 급여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가 높으니 급여화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의학적, 경제적 판단이 아닌 단순 여론조사로 급여화를 논하는 것은 보험급여원리 측면에도 맞지 않고, 오히려 건강보험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문재인 케어로 인해 2018년 건강보험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첩약을 급여화하는 것은 건강보험 재정상태 측면에서도 맞지 않다는 해석이다.

보고서 자체의 문제점도 다양 

연구소는 보고서가 첩약 급여화를 위한 필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뿐 아니라 다양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가 지적한 문제는 ▲31명의 한의사만으로 시행한 패널조사는 연구 신뢰성 없음 ▲ 방제기술료를 수가에 반영한 것은 형평성 상실 ▲의도적으로 포괄지불방식을 유도 ▲해외 사례는 오히려 첩약급여화가 잘못된 정책임을 증명 ▲첩약 급여화 연구는 첩약분업(한약분업)을 의도적으로 배척  ▲공단이 주문한 연구용역 과제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 부실 덩어리 연구보고서 등이다. 

먼저 연구자들을 첩약 사용현황에 대한 심층적 파악과 첩약 진료 수행시의 업무량 및 진료비용의 평가를 위해서 한의사 패널 조사를 시행했다.

연구자들은 이 조사 결과를 급여화 정책 수립 시 기초 자료로서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패널 조사에 참여한 한의사 수는 2만 명이 넘는 한의사 중에서 고작 31명에 불과했다. 이러한 조사에서 얻어진 연구결과는 전혀 신뢰할 수 없으며 이처럼 수준 낮은 연구를 첩약 급여화의 근거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지적이다.

또 보고서에는 한의사 패널조사를 통해 첩약의 원가를 산정하고, 이를 수가에 반영하고 있다. 이렇게 산정된 수가에 방제기술 수가도 책정돼 있다.

첩약 처방 시 심층진단 수가 15,716원 말고도 방제기술 수가로 15,410원을 책정했는데 방제기술은 ‘사진(四診)과 변증진단을 통해 환자 개인에 맞는 첩약의 치료 원칙과 방법을 설정한 후 수백여 개의 한약재 중 처방을 구성할 약물을 선택하고 정밀하게 세부가감을 하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현대의학의 기준으로 보면 심층진단은 진찰에 해당되고, 방제기술은 약제처방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결국 한의사들은 첩약을 급여화 하면서 진찰료와 처방료를 같이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연구소는 "만약 정부가 한의사들의 방제기술료를 인정해준다면, 의과에 대해서도 처방료를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첩약 처방에만 방제기술료가 인정된다면 현재 의원 초진 진찰료의 두 배에 달하는 수가를 한의사들에게 책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연구소는 해외 사례는 오히려 첩약급여화가 잘못된 정책임을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보고서는 첩약 급여화의 해외 사례로 일본과 중국의 사례를 조사했다. 하지만 일본과 중국, 대만 등은 한국과 아주 상이한 의료제도를 갖고 있어, 이들 나라의 사례를 첩약 급여화의 근거로 활용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먼저 일본에는 한의사가 없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한방의학을 처방·진료하기 위해서는 의사면허 소지자가 별도의 자격요건을 갖춘 후 ‘한방인정의’ 자격을 취득해야 하나, 전체 일본 의사 중 0.7%에 불과하다. 한의학을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처럼 대체의학의 한 분야로만 제한적으로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또 한국은 타 국가에 비해 유독 첩약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보고서에는 2002년 기준 일본의 한약제제나 생약이 보완대체의학 분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제약회사에서 규격에 맞춰 생산하는 한약제제가 90%를 차지하고 그 외 10%가 첩약에 사용되는 한약재 또는 생약 완제품이다.

한약진흥재단이 발간한 한의약 정책 리포트(2016년 제1권 제2호)의 '한약의 안전성·유효성 정보 강화를 위한 제언'에는 일본의 첩약 비율은 1% 내외에 불과하고, 나머지 99%는 모두 한약제제라고 기재했다. 

결국 일본에서는 첩약이 거의 활용되지 않음을 알 수 있으며, 심지어 중의학이 활성화되어 있다고 알려진 대만의 경우에도 전체 한약 중 첩약 비율은 10% 미만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산제약이다.

중국 역시도 첩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미미하고, 중국은 중의약의 이론 하에 한약재를 원료로 하여 규정된 처방과 생산기술, 품질표준에 따라 생산된 제제인 중성약이 처방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중성약은 일부 고전의 처방도 있지만, 대부분은 고전의 처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처방들이며, 중국의 대표적 공공의료기관인 위생부북경의원의 외래처방 분석에 의하면, 중성약 처방이 88.4%이고, 첩약은 11.6%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는 중약신약을 연구개발해 세계로 진출시키기 위해 중양신약의 안전성, 유효성을 평가한 임상시험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반해 한국은 2016년 첩약 비율이 81%에 달했고, 매출액 기준으로는 첩약이 97.3%(한약제제 2.7%)를 차지하고 있다. 

연수고는 "첩약은 동일한 처방이라고 하더라도 제품별로 구성 한약재의 함량이 서로 다를 수 있다. 동일 처방에 의한 첩약이라도 동일한 첩약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일본과 중국, 대만은 제품별로 일정한 품질과 효능을 갖도록 표준화하고,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된 한약제제 개발을 뒷받침하기 위해 한약제제 급여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일본, 중국, 대만은 첩약 처방의 빈도가 우리나라에 비해 월등히 낮으며 첩약 대신 한약제제 급여화를 추진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반대로 첩약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조선시대로 회귀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첩약 급여화 연구는 첩약분업(한약분업)을 의도적으로 배척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보고서에는 시범사업에서 첩약의 조제나 탕전 행위를 한약사나 한약조제약사뿐만 아니라 한의사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언급하고 있고 있으나, 첩약분업, 즉 한약분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계획은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첩약 급여화가 한약제제에 미치는 영향과 첩약과 한약제제의 상호발전 방안만 기술되어 있어, 한의계는 첩약의 조제와 탕전까지도 자신들이 모두 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연구소는 해석했다.

연구소는 "한의계와 보건복지부가 '한약'보다 협의의 용어인 '첩약'을 사용하는 것은 '한약 급여화'로 명명할 경우 한약분업 주장이 자연스럽게 표출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보고서에서 사례로 제시한 일본과 중국 북경시 등의 다수의 성‧시는 임의분업 형태의 한약분업을 채택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해당 보고서를 공단이 주문한 연구용역 과제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 부실 덩어리 연구보고서라고 평가했다. 

해당 첩약 급여화 연구는 2018년 공단이 「첩약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기반 구축 연구」에 대한 연구 용역을 발주한 것이다. 

당시 공단은 제안요청서에서 첩약의 치료적 목적과 건강증진 목적의 구분 기준 및 방법, 첩약의 안전성·유효성, 치료적 효과성 근거 분석 및 제도적 심사방안, 급여화를 위한 표준화 및 관리기준 마련(조제표준화, 첩약 규격·원료의 함량 등 규격화, 한약재 관리기준, 처방·조제기록 기준) 등을 주문했다.

하지만 연구소의 분석 결과 보고서에는 공단이 요구한 주요 과제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거나 매우 부실하다. 

특히나 안전성과 유효성은 구체적인 과학적 증거에 대한 언급 없이 문헌상 잘 알려져 있다는 말로 얼렁뚱땅 넘어가고 있고, 표준화와 관련해서는 사실상 불가능함을 시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건강보험 수가 시범사업 모델을 개발해 달라는 과제에 대해서는 고작 31명의 한의사 패널 조사만으로 넘어가는 무성의함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연구소는 "결국 첩약 급여화 연구는 연구용역 과제를 불성실하게 수행한 부실 연구임이 드러났고, 이는 국민의 소중한 건강보험료로 지급된 연구용역비가 낭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공단은 부실한 연구를 진행한 것에 책임을 물어 연구용역비를 환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소, "보고서가 첩약 급여화의 허구의 근거를 제시"

연구소는 첩약 급여화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의 근거로 활용하려고 했던 첩약 급여화 연구가 오히려 첩약이 급여화 되면 안 되는 이유를 잘 설명하는 근거가 됐다고 평가했다.

첩약 급여화 연구는 첩약의 안전성·유효성을 평가하지 않고, 첩약의 평가 및 관리 방안만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첩약의 안전성·유효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보고서는 소수 한의사에게 얻은 자료로 연구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있고, 의과의 처방과 같은 방제기술에 대해서 수가를 추가로 책정하고, 수가 지불방식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포괄지불방식으로 유도하는 이기적인 모습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약사와 약사조제약사들의 완전 한약분업 요구를 무시하면서 한의계의 입장만 반영하는 편파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첩약 급여화 강행은 직무유기-연간 6천억원 이상 건보재정 추가소요

연구소는 근거 없이 추진되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은 건강보험료를 낭비하는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며, 이를 강행하는 것은 정부와 건강보험공단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다른 급여등재 의약품처럼 각각의 첩약에 대해 대규모 이중맹검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과 체계적 문헌고찰을 통해 특정 질환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이 철저하게 평가되어야 하며, 첩약의 처방 및 조제에 대한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경제성/급여적정성 역시 제대로 입증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도 첩약의 안전성과 유효성, 표전화 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준현 공동대표는 한의약 정책리포트에 기고한 글에서 "탕약 등 조제한약의 경우 한의 비급여의 주된 항목이며 높은 환자부담으로 직결되는 반면 처방 범위에 제한이 없으며, 처방 방법도 표준화되어 있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 "첩약의 경우에도 향후 보험급여를 전제로 안전성·유효성 평가가 시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그럼에도 복지부는 안전성·유효성 평가 없이 오로지 건강보험 보장률을 제고시킨다는 명분으로 첩약 급여화를 추진하고 있다. 건강보험 취지를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왜곡하는 것"이라며 "문재인 케어를 빌미로 안전성·유효성이 미입증된 첩약을 급여화하는 것은 문재인 케어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복지부 스스로 증명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보고서는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시행되면 연간 5천억원에서 6천5백억원 정도의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전체 첩약이 급여화가 되면 1조원 이상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건강보험료는 대폭 인상은 불가피하며 몇 천원 정도의 의약품으로 호전될 수 있는 증상이나 질환에 대해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수십 만원의 첩약을 처방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기꺼이 보험료 인상에 동의할 국민은 없다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만약 첩약 급여화나 추나요법 등 한방치료에 대한 급여화가 진행된다면 한방치료를 받을 의향이 있는 국민들만 별도로 한방보험료를 납부하는 한방보험 분리가 추진돼야 한다. 첩약 역시 다른 의약품처럼 한약분업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만약 한약분업이 안 된다면 의약분업이 지속될 이유가 없다. 의약분업 역시 철폐되어야 한다. 다만, 한방이 국민들이 약 조제기관을 직접 선택하는 국민선택분업을 고려한다면, 의료계 역시 공조를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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