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치매척도(CDR)란?
임상치매척도(CDR)란?
  • DementiaNews
  • 승인 2017.05.23 16: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 용 수 교수
가톨릭 의대 신경과치매의 중증도

치매는 기억력 등의 인지기능이 저하되면서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초기에는 약속을 잊거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찾지 못하며, 했던 말을 반복해서 물어보는 등의 인지기능 저하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과거에는 이러한 인지기능의 저하가 나이가 들면서 당연히 나타날 수 있는 일종의 노화현상으로 생각해 왔다.

상황에 맞지 않는 말과 행동들, 즉 자기 물건을 누군가 훔쳐갔다거나, 밥에 독을 넣었다 하는 등의 망상, 돌아가신 부모님을 본다거나, 가족의 얼굴을 못 알아보는 등의 증상 또는,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밖으로 나가려 하고 의미없이 배회하는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에만 치매로 인식하기도 했었다.

치매의 가장 많은 원인질환인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이런 증상은 대개 중기 정도가 지나 나타나는 증상이다. 더 진행하게 되면 혼자서는 독립적인 생활이 힘들어지고 요양시설 등에서 지내야 할 정도가 된다. 이처럼 치매는 질병이 점점 진행됨에 따라 그 증상들도 단계적으로 더 악화되게 되는데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Association)에서는 치매의 단계를 3 단계로 정리하기도 하였다(http://www.alz.org/alzheimers_disease_stages_of_alzheimers.asp).

물론 모든 환자들이 같은 정도의 진행 단계를 보이는 것도 아니고, 치매의 원인 질환에 따라 치매의 단계적 증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대개,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에서 환자는 아직 독립적으로 기능을 할 수 있다. 여전히 운전이 가능하고, 일상생활, 사회생활에서 전과 같이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단어가 잘 생각이 나지 않거나 물건의 위치를 잊어 버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환자 자신이나 가까운 친구, 가족 또는 다른 사람들이 어려움을 느끼기 시작하게 된다.

자세한 면담을 통해 의사는 환자에게서 기억이나 집중력 문제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병이 진행되면서 중기가 되면, 환자는 보다 큰 보살핌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환자 자신도 혼란스러워지며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목욕을 거부하는 등의 예기치 못한 행동을 하는 경우도 관찰하게 된다. 생각을 표현하고 일상적인 작업을 수행하기가 어려워지게 되고, 과거 사건이나 자기 자신의 개인사에 대한 기억을 잊게 되며, 계절이나 상황에 맞는 옷을 선택하는 데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일부 환자에서는 낮잠을 자고 밤에 불안해지는 등 수면 패턴이 바뀌게 되고, 길을 잃거나 배회하는 증상도 나타난다. 망상 또는 강박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등도 나타나게 된다. 질병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환자가 자신의 환경에 반응하고, 대화를 유지하는 일도 어려워지고, 결국 운동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도 상실하게 된다. 여전히 말이나 단어를 말할 수는 있지만 의사 소통에 어려움이 있게 된다. 기억력과 인지 능력이 계속 악화됨에 따라 중요한 성격 변화가 발생할 수 있으며 환자 개인의 일상적인 활동에 대한 광범위한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된다.

임상치매척도(Clinical Dementia Rating, CDR)의 필요성

치매 환자를 진료할 때 치매의 중등도 평가는 여러 면에서 중요하며 꼭 필요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적절한 약물의 선택과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고, 현재 환자의 상태와 이에 따른 간병에 대한 적절한 지침을 보호자에게 설명해 줄 수 있으며 앞으로의 질병 경과에 대해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된다.

약물 치료를 하면서 환자가 보이는 반응 정도를 추적하는데 치매의 중등도 평가가 기준이 될 수 있다. 치매 치료제의 임상시험에서도 CDR이나 CDR-Sum of Boxes (CDR-SB)의 변화가 중요한 변수로 사용되고 있는데, 특히 CDR-SB는 경도인지장애 경우에도 매우 예민하게 약물의 효과를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져서 약물의 1차 유효성 변수로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치매 환자에게 콜린분해효소억제제나 메만틴 약물을 처방할 때 Mini-Mental State Examination (MMSE) 점수와 치매의 중등도 척도인 CDR이나 Global Deterioration Scale (GDS) 점수가 약물의 보험 인정 기준에 맞는지를 확인하고 이 자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하여야 한다 [표 1]. 또한 최근 치매의 보장성 보험들이 출시되면서 보상의 기준으로 CDR과 같은 치매의 중등도 척도를 요구하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표 1] 치매치료제 처방지침 (심사평가원)

약물적용 대상적용 범위
Donepezil알츠하이머병,
복합치매 (뇌혈관 질환 동반)
MMSE ≤26, CDR 1-3 or GDS 3-7
Rivastigmine
(Rivastigmine patch)
알츠하이머병,
복합치매 (뇌혈관 질환 동반),
파킨슨병치매
MMSE 10-26, CDR 1-2 or GDS 3-5
(MMSE ≤26, CDR 1-3 or GDS 3-7)
Galantamine알츠하이머병,
복합치매 (뇌혈관 질환 동반)
MMSE 10-26, CDR 1-2 or GDS 3-5
Memantine알츠하이머병MMSE ≤20, CDR 2-3 or GDS 4-7

치매의 중등도를 평가하는 도구로는 CDR이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CDR은 여섯 가지 세부 항목들을 각각 평가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여섯 개의 각 영역 점수 및 전체 CDR 등급을 0-3점으로 하는 척도이다. 따라서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이에 비해 각 단계의 인지장애 정도를 구체적인 예를 들어 기술하고 있어 검사자가 어느 단계인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으며 서술되어 있는 예들을 확인하며 전체적으로 판단을 해 나가므로 CDR에 비하여 시간이 짧게 걸리는 등의 이유로 GDS를 대신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CDR이 더 체계적으로 여러 기능들을 평가하며, 치매 중등도의 변화는 CDR-SB가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

CDR 개발 및 사용

CDR은 1979년, 미국 워싱턴대학교의과대학의 알츠하이머병연구센터에서 치매, 그 중, 주로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중등도를 평가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세부적으로 기억력, 지남력(마음이 시간, 장소, 인간을 인식하는 기능, 위키백과), 판단력과 문제해결 능력, 사회활동, 집안 생활과 취미, 위생 및 몸치장 등, 여섯 가지 영역의 기능을 평가한다.

각 영역의 점수는 0-3점(0, 0.5, 1, 2, 3)까지 가능한데 의사는 환자 및 보호자와의 자세한 면담을 시행하여 여섯 가지 영역의 기능을 파악한 뒤 각 영역의 점수를 결정한다 [표 2].

[표 2] CDR의 단계별 특징

 CDR 0CDR 0.5CDR 1CDR 2CDR 3
기억력기억장애가 전혀 없거나 경미한 건망증이 때때로 나타남경하지만 지속적인 건망증, 사건의 부분적인 회상만 가능 '양성 건망증'중증도의 기억장애, 최근 것에 대한 기억장애가 더 심함: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음심한 기억장애: 과거에반복적으로 많이 학습한 것만 기억: 새로운 것은 금방 잊음심한 기억장애: 부분적이고 단편적인 사실만 보존됨
지남력정상시간에 대한 경미한 장애가 있는 것 외에는 정상시간에 대해 중증도의 장애가 있음: 사람과 장소에 대해서 검사상으로는 정상이나 실생활에서 길 찾기에 장애가 있을 수 있음시간에 대한 지남력은 상실되어 있고 장소에 대한 지남력 역시 자주 손상됨사람에 대한 지남력만 유지되고 있음
판단력과 문제해결능력일상생활의 문제를 잘 해결하고 사업이나 재정문제도 잘 처리함: 과거에 비해 판단력은 아직 좋음문제해결능력, 유사성, 상이성, 해석에 대한 경미한 장애문제해결능력, 유사성, 상이성 해석에 대한 중증도의 장애, 사회생활에 대한 판단력은 대부분 유지되어 있음문제해결능력, 유사성, 상이성 해석에 심한 장애: 사회생활에서의 판단력이 대부분 손상됨판단이나 문제해결이 불가능함
사회활동직장생활, 물건사기, 자원봉사, 사회적 활동 등에서 보통 수준의 독립적 기능이 가능함 이와 같은 활동에 있어서의 장애가 의심되거나 약간의 장애가 있음이와 같은 활동의 일부에 아직 참여하고 있고, 언뜻 보기에는 정상활동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이나, 사실상 독립적인 수행이 불가능함집밖에서 독립적 활동을 할 수 없으나, 외견상으로는 집밖에서도 기능을 잘 할 수 있어 보임집밖에서 독립적인 활동을 할 수 없고 외견상으로는 가정을 떠나 외부에서의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없어 보임
집안생활과 취미집안생활, 취미생활, 지적인 관심이 잘 유지되어 있음집안생활, 취미생활, 지적인 관심이 다소 손상되어 있음집안생활에 경하지만 분명한 장애가 있고, 어려운 집안일은 포기된 상태임, 복잡한 취미나 흥미(예를 들어 바둑)는 포기됨아주 간단한 집안일만 할 수 있고 관심이나 흥미가 매우 제한됨집안에서 의미있는 기능수행이 없음
위생 및 몸치장정상 가끔 개인 위생에 대한 권고가 필요함옷 입기, 개인 위생, 개인 소지품의 유지에 도움이 필요함개인 위생과 몸치장 유지에 많은 도움이 필요하며, 자주 대소변의 실금이 있음

CDR의 점수는 두 가지로 제시할 수 있는데, 여섯 영역의 점수를 모두 합산한 CDR-SB를 계산하여 볼 수도 있고, 전체 CDR 점수로 평가할 수도 있다. 전체 CDR 점수는 주로 기억력 점수를 기준으로 결정한다 [표 3].

[표 3] 기억력 점수에 따른 전반적 CDR의 평가기준

기억력 점수전체 CDR 평가 기준
기억력 점수가 0일 때CDR=0: 나머지 영역도 전부 0이거나 한가지가 0.5인 경우CDR=0.5: 위의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경우
기억력 점수가 0.5일 때CDR=1: 나머지 영역 중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이 CDR 1 이상인 경우CDR=0.5: 위의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경우
기억력 점수가 1, 2, 3일 때 기억력을 제외한 다섯 가지 영역 중 세 가지 이상이 공통되는 영역일 대 공통 영역의 점수를 CDR 점수로 한다.만일 세 가지 영역의 점수가 기억력보다 크고(혹은 작고), 두 가지 영역은 기억력 보다 점수가 작은(혹은 큰) 경우 기억력 점수를 전체 CDR 점수로 한다.

그 외에도 몇 가지 규칙이 있는데, 기억력 점수보다 큰 쪽이든 작은 쪽이든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흩어진 경우는 기억력 점수에 가장 가까운 점수를 전체 CDR 점수로 하며(예를 들면, 기억력과 한가지 항목=3, 두 항목=2, 남은 두 항목=1; CDR=2), 한 개나 두 개 항목의 점수가 기억력 점수와 일치하고, 나머지 항목 점수는 기억력 점수의 양쪽으로 두 개 이하씩 흩어진 경우는 기억력 점수를 전체 CDR 점수로 한다.

기억력 점수가 0.5 이상인 경우는 전체 CDR 점수는 0이 될 수는 없다. 예를 들어, 기억력을 제외한 다른 항목들이 대부분 0이면 CDR=0.5가 된다. 전체 CDR 점수의 단계별 평가기준은 위싱턴의대 알츠하이머병연구센터의 웹사이트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http://www.biostat.wustl.edu/~adrc/cdrpgm/). 이때 주의할 것은 CDR은 인지장애로 인한 기능의 저하만을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체적 질병(예를 들어 뇌졸중으로 인한 마비), 사회적, 정서적 문제로 인한 기능의 저하는 평가에 고려하지 않는다. 전체 CDR 점수로, CDR 0은 '치매가 아님', CDR 0.5는 '치매가 의심스러움' 또는 '매우 경도의 치매', CDR 1은 '경도 치매', CDR 2는 '중등도의 치매', CDR 3은 '심한 치매'를 의미한다.

CDR은 기억력 장애를 주 증상으로 하는 경도인지장애나 알츠하이머병에서는 매우 우수한 치매 중등도 평가도구이긴 하지만 전측두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FTD, Frontotemporal Lobar Degeneration; FTLD)와 같이 기억력 장애는 심하지 않으면서 언어능력이나 다른 증상의 저하가 심하게 나타날 수 있는 질환에서는 덜 예민한 면이 있다. 이런 경우, 행동이나 언어장애의 두 가지 영역의 평가를 추가한 수정된 버전의 CDR (FTLD-CDR)도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결론

치매의 중등도 평가는 이처럼 매우 중요하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다.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환자, 보호자와 각각 20-30분 이상의 자세한 면담을 시행해야 한다. 보호자 중에서도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보호자에게 얻는 정보가 가장 좋다.

검사자가 항상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평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같은 환자에게 평가한 CDR 점수가 검사자마다 다르다면 제대로 된 치매의 중등도 평가가 이루어 진 게 아니다.

처음 CDR을 개발하여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워싱턴의대 알츠하이머병연구센터에서는 아직까지도 한 환자에게 두 명의 검사자, 평가자가 CDR을 평가하여 매 주 회의를 통해 두 평가자의 전체 CDR 점수가 일치하는지 의견을 교환하면서 검사자간 일치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치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은 치매 중등도의 평가, 특히 CDR 평가에 능숙해져야 하겠다.


참고문헌1) 대한치매학회. 치매 임상적 접근, 제 2판. 서울: 아카데미아; 2011.
2) Morris JC. The Clinical Dementia Rating(CDR): current version and scoring rules. Neurology. 1993;43:2412-2414.
3) Borroni B, Agosti C, Premi E, Cerini C, Cosseddu M, Paghera B, Bellelli G, Padovani A. The FTLD-modified Clinical Dementia   Rating scale is a reliable tool for defining disease severity in frontotemporal lobar degeneration: evidence from a brain SPECT study. Eur J Neurol. 2010;17(5):703-707.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