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레켐비’ … 환호 속, 우려 목소리 '꿈틀'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레켐비’ … 환호 속, 우려 목소리 '꿈틀'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7.1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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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능‧안전성‧비용 문제 제기 … 인지기능 저하 늦추는 데만 약간 효과

새로운 시대 개척 선봉장 … “새로운 치료법 나올 것” 희망 안겨줘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레켐비 정식승인에 대해 환영하고 있는 가운데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 및 비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레켐비 정식승인에 대해 환영하고 있는 가운데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 및 비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미국제약사 바이오젠과 일본 제약사 에자이의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을 정식 승인하면서 인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졌다. 

알츠하이머 환자와 가족들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멈추게 하는 약물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에 따르면 제3세계의 경제적 성장으로 인한 인구 증가와 서방 국가들의 고령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2015년 4,678만 명이던 전 세계 치매 환자 수는 2018년 5,000만 명으로 3년 새 300만 명가량 증가했다. 앞으로도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2050년에 이르러 전 세계 치매 환자는 1억 5,2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도 고령화로 인해 치매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중앙치매센터에서 매년 발간하는 '대한민국 치매 현황 2022'에 따르면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는 93만 5,000명이고 추정 치매 유병률은 10.38%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인구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셈이다.

수많은 알츠하이머 환자와 가족들은 이번 레켐비 승인에 대해 환영하고 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약물의 효능과 안전성 및 비용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수십 년 전부터 아밀로이드 베타란 단백질이 뇌에 서서히 쌓이면서 타우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축적으로 신경세포가 파괴돼 알츠하이머병으로 진행된다.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 기반 치료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속에서는 신경독성을 가진 아밀로이드 베타(Aβ) 축적이 일어나는데 레켐비는 이런 응집을 막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미국 미네소타에 있는 메이요 클리닉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 로널드 피터슨 박사는 지난 12일 세계 최대 규모의 의료정보 사이트인 메드스케이프 메디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레켐비는 전통적인 승인을 받은 질병 조절 효과가 있는 최초의 약물이기 때문에 획기적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도록 설계된 단클론 항체는 인지기능 저하를 늦추는 데 약간 효과적이고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만 적용된다”고 회의감을 드러냈다. 

이번 승인은 3상 임상시험인 CLARITY-AD의 결과를 기반으로 했다. 가벼운 인지 장애 또는 가벼운 치매 단계를 가진 1,795명을 대상으로 레켐비(10mg/kg) 또는 위약을 격주로 18개월 투약한 결과 인지기능 척도인 CDR-SB 감소에서 레켐비 투약 군은 위약군 대비 27% 지연된 것으로 분석됐다.

EQ-5D-5L 및 QOL-AD 척도를 사용한 삶의 질 측정 분석 결과에서도 레켐비 투약 군은 18개월 동안 평균 50%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레켐비가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막으면서 치매를 완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졌고, 저하된 인지기능을 복원시키는 것이 아닌 저하 속도를 상대적으로 늦춘다는 점 등을 소비자들에게 정확히 알려야 된다고 말한다.

미국 미네소타주 로체스터에 소재한 메이요 클리닉 신경과 데이비드 크놉만 박사는 메드스케이프 메디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레켐비는 임상 시험에서 전혀 개선을 가져오지 못했고 쇠퇴를 지연시켰다”면서 “레켐비를 복용한 환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여전히 악화됐지만 위약을 복용한 환자에 비해 진행이 약간 적었다”고 평가절하했다. 

심각한 부작용도 문제가 되고 있다. 임상 시험에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발병률은 레켐비를 복용한 환자들 사이에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ARIA는 경미하거나 무증상이지만 중증 ARIA는 임상3상(CLARITY-AD)에서 0.7% 발병률을 기록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정신과 롭 하워드 교수는 “이 치료를 받는 소수의 사람에게 부작용은 실제로 매우 심각하다”면서 “환자와 솔직한 대화를 나눠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 전문가는 약의 비용도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아두카누맙이 처음 등장했을 때 고가의 약제비가 문제가 되면서 반값으로 낮췄지만 이마저도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레켐비 연간 약제비는 약 3,300만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 또한 효과에 비하면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 레켐비는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있어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주었고 앞으로 더 나은 치료법이 나올 것이라는 희망을 안겨주었다는 점은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는게 많은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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