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치매 정복 초읽기…레켐비, 아두헬름 제치고 ‘안착’
알츠하이머 치매 정복 초읽기…레켐비, 아두헬름 제치고 ‘안착’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9.05 23: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레켐비, 인지 저하 속도 27% 늦춰…아두헬름, 효능‧고가 논란으로 퇴출

타겟팅‧투여 간격 유리하게 작용…부종‧뇌출혈 부작용, 미완의 과제로 남아
레켐비가 아두헬름을 제치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타겟팅의 성공’이라고 보는 견해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레켐비가 아두헬름을 제치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타겟팅의 성공’이라고 보는 견해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난공불락으로 여겨왔던 치매 정복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7월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를 최종 승인했다. 이에 탄력을 받아 다음 달 일본에서도 사용 승인을 받아 올 중으로 일본 의료 현장에서 신약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레카네맙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둘째 치매 신약이다. 최초의 신약은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인데, 2020년 10월 FDA의 신속 승인을 받았으나 효능과 안정성 논란이 일면서 FDA의 정식 승인을 받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아두헬름은 2003년 허가를 받은 ‘메만틴’ 이후로 18년 만에 나온 새로운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다. FDA는 허가 당시 “아두헬름은 알츠하이머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겨냥한 최초의 치료법”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레켐비와 아두헬름 개발 제약사는 동일한 회사로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이다. 

아두헬름은 임상에서부터 부작용으로 곤욕을 치렀다. 경증‧중등도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소규모 임상 1상 시험에서 뇌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베타를 효과적으로 제거한다는 점이 입증되면서 산뜻한 출발을 보였다. 그러나 경증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 3상은 그렇지 못했다. 

2019년 3월 임상 3상 중간 분석 결과 아두헬름이 치료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돼 개발이 중단될 뻔했으나 같은 해 10월, 임상 3상 데이터를 추가로 분석한 결과 일부 환자군에서 치매 증상이 23%가량 덜 악화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번복됐다. 

우여곡절 끝에 FDA는 시판 후 조사를 진행하는 조건으로 2021년 6월 아두헬름을 허가했으나 1년 투여 비용이 5만 6,000달러(약 7,500만 원)란 고가 논란으로 끝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절차를 밟았다.

반면 레켐비는 3상 임상 시험에서 대조군에 비해 인지 능력 저하가 27% 늦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된 데다 미국에서의 약값 역시 아두헬름의 절반도 안 되는 연간 2만 6,500달러(약 3,553만 원)로 책정되어 미국, 일본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에자이는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초기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 인지장애와 초기 치매 치료 목적으로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레켐비는 안전성 프로파일에 있어서도 비교적 좋은 평가가 나왔다.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계열 치료제들에서 대표적 중증 이상 반응으로 언급되는 뇌부종 및 미세출혈 등의 '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부작용 이슈가 예상보다는 낮게 관찰됐기 때문이다. 

관건이었던 뇌부종 등의 ARIA 발생 비율을 보면, 레켐비 정맥주사 치료군에서는 해당 부작용 발생률이 12.5%(위약군 1.7%)로 집계됐다. 반면 아두헬름은 관련 부작용 발생률이 40%를 웃돌았다.

레켐비가 아두헬름을 제치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데는 ‘타겟팅의 성공’이라고 보는 견해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레켐비는 베타 아밀로이드 결합 초기인 프로토피브릴(protofibril) 단계에서 표적하는 반면 아두헬름은 한 단계 뒤인 프로토피브릴이 결합해 피브릴이 된 후를 표적으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용량과 투여 간격도 레켐비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 아두헬름의 경우 임상 설계 시 저용량과 고용량 군을 나눠 진행했으며 고용량의 경우에도 10mg/kg 용량을 4주 간격으로 투여했다. 레켐비의 경우 위약과 10mg/kg 용량을 투여하는 군으로만 진행했으며 간격도 2주로 아두헬름보다 집중적으로 투여했다. 이에 따라 레켐비가 위약 대비 기능 저하를 27%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레켐비 임상 3상에서 전체 환자의 12.6%에서 부종 등을 동반한 '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 부작용이 발생했으며 2명이 뇌출혈로 사망한 점은 풀어야 할 과제로 남기고 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