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신약 효과, 백인에 비해 흑인 ‘떨어져’
치매 신약 효과, 백인에 비해 흑인 ‘떨어져’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8.0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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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전물 양‧임상 시험 비율 ‘불균형’…신약 개발 기준, 백인에 치우쳐

베타 아밀로이드양, 흑인 적고…임상 시험 참가자, 백인 압도적 우세
베타 아밀로이드 양이 인종 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약효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베타 아밀로이드 양이 인종 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약효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개발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와 도나네맙의 효과가 백인과 비교하면 흑인에게는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들 제품은 공통으로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 되는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줄여주는 기전을 가지고 있는 데, 흑인의 경우 베타 아밀로이드가 백인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어 약효에 의심이 간다는 것이다. 

레켐비와 도나네맙은 모두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축적된 단백질 침전물인 베타 아밀로이드에 대해 항체로 작용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의학계에선 베타 아밀로이드가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레켐비의 경우 아밀로이드가 뇌에서 섬유질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활성화되며 도나네맙은 섬유질이 플라그 형태로 뭉쳐진 후에 항체로 작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치료제의 항체는 활성화되는 단계에서 침전물에 달라붙어 이를 제거하게 된다. 

이들 신약이 임상 시험에서 다르게 설계됐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도나네맙이 효과 면에서 다소 앞선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레켐비는 인지력 저하 수준을 27% 낮추는 것에 비해 도나네맙은 35%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타 아밀로이드 양이 인종 간에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약효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에자이에 따르면 레켐비를 개발할 당시, 흑인 지원자의 49%가 베타 아밀로이드의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한 반면 백인은 22%가 미달하는 수치를 보였다. 이는 치매 신약 개발 기준이 백인에게 치우쳤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러시 대학교 메디컬 센터 리사 반스 박사는 2015년 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백인이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진 알츠하이머 관련 단백질을 보유할 가능성이 흑인에 비해 높다고 밝혔다. 흑인이 백인보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적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알려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조슈아 그릴 박사는 레켐비 임상 시험과 초기 항아밀로이드 약물 임상 시험을 분석한 결과, 흑인은 뇌의 아밀로이드양이 임상 시험 기준치보다 낮아 임상 시험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임상 시험 당시 참가자 비율도 백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점도 약효를 둘러싼 의혹을 증폭시켜주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 당시 임상 시험에 참가한 인종 비율은 심각한 불균형을 이뤘다. 레켐비의 미국 임상 시험에 등록된 참가자는 947명이었는 데 이중 흑인은 4.5%에 불과한 43명에 그쳤다. 

도나네맙 임상 시험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라이릴리에 따르면 도나네맙 미국 임상 시험에서 흑인 참가자는 전체의 4%에 불과했다. 

미국알츠하이머병협회에 따르면 2021년 현재 65세 이상 미국 성인 중 치매 환자는 약 620만 명이며 2050년에는 1,3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노인 흑인의 약 20%가 알츠하이머 또는 다른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백인보다 두 배 높은 수치이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치매 신약 임상 시험에서 미국 흑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극히 일부인 데 비해 치매 발병률은 흑인이 백인보다 두 배 이상 높다”면서 “임상 시험 참여자 중 흑인의 비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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