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단장, “뇌질환 조기진단, 치료 효과 모니터링에 중요”
국내 연구팀이 뇌 혈류를 측정하는 새 방법을 개발해 뇌질환 조기진단과 치료 효과 모니터링의 가능성을 열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김성기 단장(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이 일시적인 저산소 상태를 유도해 조직과 장기에 공급되는 혈액의 흐름, 즉 뇌혈류(관류, Perfusion)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뇌혈류는 항상성 유지를 위해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하고 산소와 영양분을 전달할 뿐 아니라 다양한 뇌질환의 바이오마커 역할을 한다.
기존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혈류 측정 방법은 방사성 화합물, 조영제 등 외인성 추적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방사선 노출이나 조영제 허용치 등 한계로 반복 촬영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체내에 존재하는 ‘디옥시헤모글로빈’(deoxyhemoglobin, dHb)에 주목했다. dHb는 산소와 결합하지 않는 헤모글로빈이다.
MRI로 혈류를 측정할 때 뇌혈류용적(CBV)과 뇌혈류량(CBF)을 지표로 주로 사용하는데 저산소 환경에서 측정이 쉽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산소와 결합하지 않는 dHb 농도가 일시적으로 높아진다. dHb는 자성을 띠어 MRI 신호 변화량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은 흡입마취 상태인 쥐 모델에 질소가스를 5초간 노출해 저산소 상태로 유도하고, 발생한 MRI 신호 변화를 통해 CBV와 CBF을 측정했다. 이 방법으로 MRI 신호 검출 민감도를 높여 더 정확한 혈류 측정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또 일시적 저산소 상태는 수 초간 숨을 참는 것과 다름없어 실험 쥐에 미치는 생리학적 영향도 미미했다.
이 방법을 통해 흡입마취제뿐 아니라 주사용 마취제를 투여한 쥐 모델에도 질소가스를 전달한 뒤 뇌혈류를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이는 기존 방법에 비해 비침습적이고, 신호 감도가 높아 작은 MRI 신호 변화도 민감하게 측정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단기간에 반복 측정이 가능해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또 뇌 조직 외에도 온몸에 걸쳐 발생하는 허혈성질환, 암질환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치료약물 투여 전후 변화도 측정할 수 있어 전임상·임상 약효 유효성 평가에도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연구팀은 향후 더 가벼운 저산소 자극을 위한 혼합가스 사용 연구와 이산화탄소·산소 등에 다른 가스 자극을 이용하는 연구를 이어갈 예정이다. 더불어 뇌종양이나 뇌졸중, 허혈성질환 등에 쥐 질병 모델을 이용한 연구 등을 지속할 계획이다.
김 단장은 “혈류지표 측정은 치매, 뇌종양 등 다양한 뇌질환의 조기진단 및 진행 경과, 치료 효과 모니터링에 중요하다”며 “향후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한 혈류 측정 방법의 개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달 28일 국제 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Mapping cerebral perfusion in mice under various anesthesia levels using highly sensitive BOLD MRI with transient hypoxia>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Primary Source
Thuy Thi Le et al. ,Mapping cerebral perfusion in mice under various anesthesia levels using highly sensitive BOLD MRI with transient hypoxia. SCIENCE ADVANCES 28 Feb 2024 Vol 10, Issue 9 DOI: 10.1126/sciadv.adm76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