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양인덕 대표
양인덕 심사위원장 

 

해마다 독자 여러분과 함께하는 치매 문학의 축제, 「디멘시아 문학상」이 8주년을 맞았습니다. 이번 심사위원회는 올해 응모작 가운데 예비심사와 본심사로 열여섯 작품을 선별해서 최종 심의를 거쳐 그중 다섯 편의 당선작을 확정했습니다.

소설 부문에서는 반고훈의 《은미》가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수기 부문에서는 김정회의 《거꾸로 걷는 그림자》가 최우수상, 이종건의 《사랑의 궁극》이 우수상, 그리고 김상문의 《나만의 치매 대처》와 손윤희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장려상 수상작으로 각각 선정됐습니다.

소설은 새로운 세상으로 통하는 관문이자 지적 성숙의 촉매며 문학적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해줍니다. 훌륭한 소설을 통해 우리는 인생에 잠재된 다양한 가치를 발견하고 개인과 공동체가 더불어 나아지도록 하는 데 필요한 안목과 아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심사위원회는 문학으로 승화된 치매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삶에 관한 이해와 공감을 북돋고자 하는 「디멘시아 문학상」의 취지에 따라 심사를 진행했습니다.

《은미》는 저자 본인이 치매 환자의 관점에서 현실과 몽환의 경계를 넘나들며 질환의 속성에 관해 흥미롭게 서술한 역작입니다. 치매 소설에는 대개 환자 보호자나 관찰자(제3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현상과 소회가 담기는데, 《은미》의 경우 이례적으로 환자 본인이 직접 기술함으로써 작품의 생동감이 한층 더해질 수 있었습니다. 작가의 견해처럼 치매 환자의 삶을 ‘1인칭 주인공 시점이 아닌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진행되는 이야기(p.43)’로 이해할 때,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기술은 분명 참신한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으론 독자의 긴장감과 몰입을 끌어낼 만한 장치가 미흡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내’가 주인공인 글에서 자신의 사고와 감정 표현에 치중하더라도 (타인과의 혹은 모순된 나와의) 대립과 반전 등 극적 아이러니를 조성하는 기제는 가능할 것입니다. 창작의 소명에서 ‘무엇을 위한 작품인가?’ 하는 질문도 중요합니다. 작가가 추구하는 이상과 동경의 뜻을 문장 곳곳에 섬세한 언어로 드러냈더라면 더 나은 이야기로 읽혔으리라 사료됩니다. 성실한 묘사는 서사에 품격을 더합니다. 다급하고 단조로운 결말에 책임 회피적이라는 지적이 일었으며, 대사 빈도와 비중이 과하고 수시 삽입된 농담이 가벼워 전체 맥락에서 유기적 연계에 관한 아쉬움이 일기도 했습니다.

수기는 누구나 ‘자유롭게’ 쓸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글은 아닙니다. 문학 작품으로서 격조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바람직한 수기에는 작가의 체험과 생각, 그리고 감회와 소망이 드러나되 깊은 의의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특히 돌봄 수기의 경우 독자에게 감동과 위안을 주려면 고난에 대처한 저자의 뜻과 노력이 충실하게 표현돼야 할 것입니다.

《거꾸로 걷는 그림자》는 수기다운 면모를 고루 갖춘 작품입니다. 글의 짜임새가 탄탄할뿐더러 작품의 주제를 암시하는 내용이 매우 적절하게 기술돼 있습니다. 성실하고 지혜로운 돌봄의 기록은 우리에게 연민과 이해의 시선으로 가득한 작품을 만나는 것이 얼마나 희귀한 기쁨인지 일깨워줍니다.

《사랑의 궁극》은 치매 어른과 함께하는 가족공동체의 의미와 역할에 관한 성찰입니다. 한 식구의 치매에도 공고한 가정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보듬어 지키려는 마음이 모이면 어떤 힘이 발휘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나만의 치매 대처》는 저자가 자신의 치매를 늦추기 위해 실천하는 생활요소를 소개한 글입니다. 고령임에도 생활습관을 스스로 바로잡아 건강을 지키려 힘쓰는 그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귀감이 될 것입니다.

《다정한 말 한마디》는 환자 보호자로서의 고충과 애환을 담은 글입니다. 가족 및 사회 공동체의 관심과 지원이 왜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수기입니다.

「디멘시아 문학상」의 수상작을 선정하는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문학적 가치(작품의 수준)이고, 둘은 사회적 가치(작품의 효용)이며, 셋은 미래(작가의 성장)에 대한 기대입니다. 그러므로 「디멘시아 문학상」은 치매 문학 작품을 쓰는 이, 읽는 이, 등장인물, 그 소재가 된 실존인물 모두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으로 이 작은 문학 제전이 성장하여 우리 사회를 더욱 건강하고 평화롭게 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당선 작가 여러분께 축하드리며, 응모해주신 모든 문학도께 뜻을 함께 쌓은 공덕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제8회 디멘시아 문학상」 심사위원장 양인덕

관련기사
저작권자 © 디멘시아뉴스(dementia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