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급적 본인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대화법이 중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조금 전의 일도 잊어버리는 건 치매 초기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그 외에도 일상생활에서 달라진 것을 감지하면서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은 치매 초기 증상이 있다.
‘가족이 간과하기 쉬운 치매 초기 증상’과 이에 대한 대처법을 소개한다.
사례 1. 안절부절못하고 집안을 돌아다닌다
차를 마시다가 땀이 나서 수건을 가지러 간 A씨. 화장실로 가려고 일어섰다가 이동하는 중에 왜 일어섰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도중에 눈에 들어온 화장실에는 가고 싶은데 목적이 생각나지 않는 것이다.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차를 마시는 중이라는 것도 수건을 가지러 갔던 것도 모두 잊어버린다. 그 뒤엔 생각날 때까지 이리저리 화장실과 식탁 사이를 돌아다닌다. 애초 목적은 잊고 계속 움직이는 것이다.
단기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A씨는 ‘수건을 가지러 간다’는 목적을 가지고 움직였음에도, 한 발짝 내딛는 순간 자신이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를 잊었다. 이 경우 방금 전의 일을 기억하는 ‘단기 기억력’과 화장실로 향하는 ‘집중력’이 저하된 것을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건망증이 심한 사람은 ‘화장실 불을 껐을까?’, ‘집은 열쇠로 잘 잠갔을까?’ 등 자신의 일상에 인지장애 증상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기 때문에 같은 장소를 몇 번이고 오가며 반복해서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 하루 종일 집 안을 돌아다니면서 매우 곤란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대응책은
“더워요. 수건으로 땀을 닦으면 어떨까요?”
“열쇠가 잠겨 있는 것을 저도 확인했으니 괜찮아요.”
“함께 확인해 볼까요?” 등 안심할 수 있는 말투로 친절하게 알려드리며 배려하며 지원하는 대화를 나누는 게 필요하다.
사례 2. 마트에서 원하는 식품을 찾을 수 없다
B씨는 자주 갔던 대형마트에서 절임식품을 사려고 하는데, 절임 코너가 어디 있는지, 많은 식품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선택하지 못한다.
치매 초기 환자의 경우, 마트에서 원하는 식품코너 찾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도착해도 그곳이 자신이 장을 보는 장소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보니 무엇을 사러 왔는지 잊어버리고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진다. 이런 일이 계속되면 쇼핑이나 외출 자체가 싫어져 집에만 틀어박히기 쉽다.
대응책은
이럴 때는 매장이 작고 식품이 엄선된 소규모 슈퍼마켓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 식품 선택의 폭을 줄일 수 있으므로 그만큼 본인 인지기능의 부담도 줄어든다.
가족이 함께 갈 수 있는 경우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급적 본인이 직접 찾아보도록 하는 게 도움이 된다. 정말 곤란해할 때만, “절임류는 이쪽 선반에 있어요”라고 위치를 알려주는 게 좋은 방법이다.
무엇을 사러 왔는지 잊어버린 모습을 보인다면, “절임류는 이 두 가지 중에 어떤 게 좋을까요?”라고 자연스럽게 키워드를 넣어 대화하면 치매 증상이 있는 환자는 선택하기 쉬워진다.
치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진행되어 서서히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할 수 없는 것들만 자연스럽게 도와주면 본인의 자존감을 해치지 않고 치매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
살아온 과거의 모습을 아는 가족만이 알 수 있는 치매 초기 환자의 변화가 있다. 본인이 할 수 없다고 해서 모든 것을 가족이 대신해 주는 것은 본인의 잔존 능력을 빼앗아 치매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가급적 본인이 스스로 할 수 있게 하려면 가족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궁리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