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인종, 1차 진료 시 인지 증상보다 신체·정신적 증상 호소
남아시아계, 변비·실금·균형장애 등 자율신경 증상이 더 많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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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진료에서 발견되는 치매 초기 증상이 인종과 민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치매 진단을 받기 전 의료진에게 설명하는 증상이 사회문화적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영국 런던 퀸 메리대(Queen Mary University of London) 연구팀은 기존 치매 초기 증상 관련 연구의 상당수가 백인 환자의 데이터를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인종 집단을 대상으로 치매 진단 전 1차 진료에서 보고되는 초기 증상의 패턴을 조사했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며 빈곤율이 높은 영국 런던 동부 지역에서 진행됐다.

연구팀은 국가보건서비스(NHS)에 등록된 약 101만 명의 1차 진료 기록을 분석하고, 이 중 치매 환자 4,137명과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1만 5,754명의 대조군을 선정해 비교했다.

연구팀은 치매 진단 10년 전부터 1차 진료에서 나타난 전구증상(prodromal symptoms)을 ▲신경정신 증상(우울·불안·불면증) ▲자율신경 증상(저혈압·변비·실금) ▲감각 기능 저하(청력 손실, 어지러움) ▲인지 증상(기억력 저하)으로 분류했다.

인종은 ▲흑인(아프리카·카리브해 등) ▲남아시아계(방글라데시·인도·파키스탄 등) ▲백인(영국·아일랜드 등) ▲기타(중국 등)로 구분했다.

그 결과, 특정 인종에서는 인지 증상보다 신경정신 증상이나 자율신경 증상과 같은 비인지적(non-cognitive) 증상이 더 두드러지는 경향을 확인했다.

특히 남아시아계 치매 환자는 변비(20.58%), 실금(16.50%), 균형 장애(19.56%) 등 자율신경 관련 증상이 백인보다 더 흔하게 나타났다. 흑인 환자는 전체적으로 백인과 유사한 패턴을 보였지만, 변비(16.68%)와 실금(12.11%) 등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한편, 가장 흔한 전구증상인 기억력 저하는 10년 이내 치매 진단을 받을 확률을 약 14배나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억력 장애는 모든 치매 유형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관찰되는 전조 증상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러한 증상 차이가 생물학적 요인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요인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예를 들어, 일부 문화에서는 기억력 감퇴를 노화의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여기며 질병으로 인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반면, 신체적 불편함이나 정신적 증상에는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어 의료진에게 보고되는 증상의 종류가 다를 수 있다.

또한 의료 시스템에 대한 신뢰 수준, 건강 정보의 접근성, 언어 장벽 등이 치매 조기 진단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치매 진단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초기 특징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찰스 마샬(Charles R. Marshall) 교수는 “적시에 치매 진단을 받으려면 증상을 신속히 인식해야 한다”며 “기존 진단 과정에서는 주로 기억력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치매를 평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문화적 요인에 따라 기억력 문제를 의료진에게 보고할 가능성이 높거나 낮을 수 있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6일(현지 시간) 미국 알츠하이머협회 학술지인 ‘알츠하이머와 치매(Alzheimer’s & Dementia)’ 온라인판에 실렸다.

 

Source

Zabihi S, Bestwick JP, Jitlal M, et al. Early presentations of dementia in a diverse population. Alzheimer's Dement. 2025; 21:e14578. https://doi.org/10.1002/alz.14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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