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판정 대상자 93%, 65세 이상...63.1%는 ‘운전 가능’
1년간 유예 처분도 32.2%...3년간 면허 유지율 95% 넘어
면허 취소까지 제도적 사각지대 발생...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국회의사당 전경 / 픽사베이
국회의사당 전경 / 픽사베이

치매 환자 가운데 운전 면허 수시 적성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제도적 사각지대 관리와 함께 치매 환자의 운전 능력을 판단하는 평가 기준이 합리적이고 면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의원(국민의힘)이 지난 28일 한국도로교통공단(이하 공단)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치매 진단 후 운전 적성판정위원회(이하 판정위) 심의를 거친 환자는 1,235명으로 이 중 93%가 65세 이상 고령자였다.

특히 전체 대상자 중 불합격으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는 4.7%(58명)에 불과했다. 반면, 63.1%(779명)가 운전이 가능하다는 합격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 32.2%에게는 유예 처분이 내려졌다. 그 결과, 심의 대상자의 면허 유지율은 2022년 95.1%, 2023년 93.5%에 이어 3년 연속 90%를 웃돌았다.

적성판정 대상자 93%, 65세 이상...63.1%는 ‘운전 가능’

현행 제도상 건강보험공단은 장기요양 등급을 받거나 6개월 이상 입원한 치매 환자를 경찰청에 통보한다. 경찰은 이들을 운전 적성판정 대상자로 지정해 두 차례 검사 참여를 통보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1개월 뒤 면허를 취소한다.

지난해 대상자로 분류된 치매 환자(1만 8,568명) 중 43.1%(8,006명)는 검사를 받지 않아 면허가 취소됐고, 26.9%(4,988명)는 사망 등으로 말소 처리됐다.

운전면허 관리 제도개선 방안 / 국민권익위원회
운전면허 관리 제도개선 방안 / 국민권익위원회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공단은 전문의로부터 정밀진단을 받은 사람의 운전 가능성과 수시 적성검사자의 합격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운전 면허 시험장마다 판정위를 둬야 한다.

판정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교통전문가, 전문의, 공단 소속 직원 등 5~7명으로 구성되며, 재적 위원의 2/3 이상이 출석해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할 수 있다. 합격 여부는 진단서, 자기질환기술서 등 제출된 자료 검토와 함께 정밀감정인(공단 위촉 의사)의 의견 청취 후 판정위에서 결정한다. 유예 판정을 받은 경우 1년 뒤 재검사를 받아야 한다.

면허 취소까지 제도적 사각지대 발생...평가 방식도 바뀌어야

하지만 이 같은 면허 관리 체계에는 제도적 허점이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올해 3월 발표한 ‘운전면허 관리 제도개선 방안’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았더라도 장기요양 등급 신청하지 않으면 경찰청에 수시 적성검사 대상자에서 누락될 수 있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대상자 확인부터 실제 면허 취소까지 최장 13개월이 걸려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운전면허 관리 제도개선 방안 / 국민권익위원회
운전면허 관리 제도개선 방안 / 국민권익위원회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치매 환자뿐 아니라 전체 고령 운전자를 평가하는 방식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구 구조를 고려하면 향후 고령 운전자가 더 늘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가 경찰청 제출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의 면허반납률은 전체의 2.2%(11만 4,436건)에 그쳤다.

하지만 현재 치매안심센터에서 시행되는 고령자 인지 선별검사는 실제 운전 능력을 판단하는 것과 거리가 있어 전문성이나 실효성이 미흡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서 의원은 지난달 보건복지소위에서 이스란 보건복지부 1차관을 향해 “운전자의 치매 검사는 위험에 대응하는 순발력이나 공간인지능력 등을 평가하는 것으로, 치매안심센터 선별검사와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며 “교통안전공단이 맡아야 할 업무를 복지부가 아무 생각 없이 떠맡은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한편, 고령자의 이동권 보장 측면에서 해외처럼 실차(實車) 주행 평가를 도입하거나, 운전 능력에 따라 허용 범위를 제한하는 조건부 면허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명옥 의원 / 서명옥 의원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명옥 의원 / 서명옥 의원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3년 2월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제도의 해외사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운전면허제도의 보편적 원칙은 ‘운전 능력에 따른 차등’ 허용”이라며 “고령자 운전적격성 평가도 이러한 원칙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건부 면허는 기존에 허용됐던 자격을 일정 부분 회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전 능력 평가의 타당성과 수용성이 크게 요구된다”며 실제 차량을 이용한 주행 평가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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