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IR Mental Health 게재 논문 분석…“우울·불안·고립 감소, 근거는 중간 수준”
세계보건기구 유럽사무소(WHO/Europe)는 6일(현지 시각), 치매 돌봄에서 원격의료의 효과를 종합 분석한 최신 문헌 리뷰 결과를 발표했다.
이 리뷰의 정식 제목은 《치매 돌봄에서 원격의료에 관한 리뷰들 개관: 임상·심리·행동·사회·경제적 영역 전반의 근거. 치매 돌봄에서 원격의료의 적용 가능성》(An overview of reviews on telemedicine and telehealth in dementia care: evidence across clinical, psychological, behavioral, social, and economic domains. Applicability of telemedicine in dementia care)으로, 정신 건강 및 정신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JMIR Mental Health> 2025년판에 게재된 논문을 기반으로 했다.
WHO/Europe는 이 리뷰에서 원격의료가 일부 심리·사회적 영역에서 개선 효과를 보인다는 ‘긍정적 신호’가 확인되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울·불안 감소, 고립감 완화, 삶의 질 개선 등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된 결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효과의 크기와 일반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중간 정도(moderate certainty)’의 근거 수준으로 평가했다.
우울·불안 감소와 고립감 완화…“효과는 있으나 범위는 제한적”
해당 리뷰에 따르면, 영상 기반 상담, 전화 소통, 모바일·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모니터링 등 원격 개입은 치매 환자와 돌봄 가족의 정서적 부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감과 불안이 줄어들었으며, 상담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여러 연구에서 돌봄 가족의 고립감이 낮아지는 효과가 확인됐다.
또한 대면 방문이 쉽지 않은 환경에서 원격 방식은 사회적 단절을 완화하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 일부 연구에서는 실내 낙상률 감소와 같은 신체적 위험 감소가 보고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신체적 효과는 연구 간 결과 차이가 커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WHO는 덧붙였다.
WHO는 전체 근거 수준을 ‘중간 정도’로 평가하며, “효과 자체는 비교적 일관되게 관찰되지만, 연구 규모·설계·측정 도구 차이가 커 모든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히 행동·경제 영역은 증거가 부족해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제한점도 지적됐다.
WHO가 강조한 필수 조건: 지역 연계, 디지털 접근성, 제도적 뒷받침
WHO는 원격의료가 치매 돌봄의 대체 수단이 아니라, 대면 서비스와 결합될 때 효과가 극대화되는 ‘보완적 도구’라고 강조했다. 원격 상담과 모니터링이 실제 돌봄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기반의 돌봄 체계(치매안심센터, 지역 돌봄기관, 사회서비스)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고령층의 디지털 접근성 문제는 효과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제시됐다. 기기 조작의 어려움, 디지털 피로감, 장비 보급 격차 등은 원격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이에 따라 사용자 친화적 설계와 가족·전문가의 디지털 지원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WHO는 정책·보험·규제 기반의 정비가 이루어져야 원격의료가 치매 돌봄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술 도입만으로는 돌봄 품질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적 토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초고령사회 한국에의 시사점…“대면·비대면 통합 돌봄의 필요성”
치매 환자 증가, 돌봄 인력 부족, 지역별 서비스 편차에 직면한 한국에서도 원격의료는 접근성 보완 수단으로서 잠재력이 크다. 특히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 농어촌 거주자, 가정 돌봄에 장기간 매달리는 가족에게 원격 기술은 대면 중심 체계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비대면 진료 이용이 빠르게 확산해, 2020년 2월 이후 약 5년 6개월간의 코로나19 한시적 허용 기간 동안 약 492만 명이 관련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고, 최근 1년간 비대면 진료 요청 건수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제도화는 아직 진행 중이며 적용 범위, 수가, 책임 구조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도입에는 디지털 격차, 통신 인프라 차이, 데이터 관리 기준, 대면·비대면 서비스 간 역할 조정 등 현실적 과제가 존재한다. WHO가 제시한 조건들은 우리의 돌봄 시스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원격의료는 치매 돌봄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환자와 가족 중심의 돌봄 체계를 확장하는 ‘연결의 도구’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초고령사회 한국에서도 대면·비대면 통합 돌봄 체계 구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Sources
World Health Organization, Regional Office for Europe (WHO/Europe).
Telemedicine shows promise in improving dementia care, WHO study finds. News release, 6 November 2025.
Borges, J., et al. (2025). An overview of reviews on telemedicine and telehealth in dementia care: Evidence across clinical, psychological, behavioral, social, and economic domains. Applicability of telemedicine in dementia care. JMIR Mental Health, 12, e75266. https://doi.org/10.2196/75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