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서 알츠하이머로'…유전적 연결고리 포착
'우울증에서 알츠하이머로'…유전적 연결고리 포착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1.0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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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부검 연구 진행, SNP 변이 분석 "알츠하이머 영향 mRNA 및 단백질 관찰"

'우울증과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사이엔 유전적 연결고리가 있다?'

새로운 유전자 분석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우울증의 인과적 역할에 대한 유전적 근거들이 하나 둘 포착되기 시작했다.

유전자 변이로 인한 인과관계 파악을 위해 '단일염기다형성(single-nucleotide polymorphism, 이하 SNP)' 연구를 시행한 것인데, 우울증과 관련있는 SNP가 결국 추후 알츠하이머 발병에도 관여한다는 중요한 증거가 관찰된 것이다.

다만, 이번 연구에선 이에 역작용으로 알츠하이머병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유전적 근거들은 확인하지 못했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사후 환자의 뇌부검 연구를 통해 우울증과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조명한 최신 분석 결과가 국제학술지 'Biological Psychiatry' 2021년 12월 1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책임저자인 미국 에모리대학 정신과 Aliza P. Wingo 교수는 논문을 통해 "일반적으로 우울증은 초기 또는 중년층에서 영향을 미치지만, 치매는 노년기에 보다 빈번히 발생하게 된다"면서 "서로 다른 시간대에 발현되는 두 가지 뇌질환에 유전자적 연관성을 확인한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지점"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분석 결과를 근거로 우울증을 조기부터 관리할 수 있다면, 추후 해당 환자의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사후 뇌부검 샘플 활용 "우울증 SNP->알츠하이머 발병에 유전적 관여"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우울증과 치매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관련된 유전적 증거들을 파악하는 데 우선 초점을 잡았다.

에모리대학 신경퇴행성질환센터 연구팀은 면밀한 분석을 위해 특정 질병과 관련된 유전적 변이를 파악하는 '전장유전체 연관성 분석연구(genome-wide association study, 이하 GWAS)'의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했다.

여기엔 2019년 분석 자료를 기준으로 80만7,553명의 우울증 환자 정보 및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등록된 45만5,258명의 환자 데이터가 포함됐다. 또 민감도 분석을 위해 두 건의 알츠하이머병 GWAS 연구 결과를 추가로 이용했다.

이와 관련해선 'ROS (Religious Orders Study)' 및 'MAP (Rush Memory and Aging Project)' 임상 연구에 등록된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사후 뇌부검 샘플을 평가한 것이다. 해당 연구에 등록된 참가자들의 경우, 연구시작 당시 인지상태는 정상이었으며 정기적으로 인지 기능 평가를 진행했다. 사망 이후엔 연구 목적의 뇌기증에 동의했다.

더불어 연구팀은 뇌부검 샘플의 모집단을 넓히기 위해 Banner Sun Health Research Institute가 진행한 종단연구(longitudinal study)에 등록된 임상참가자들의 뇌부검 샘플도 추가로 평가했다. 심층적인 뇌 단백질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우울증과 알츠하이머병으로 연결되는 분자적 관련성을 평가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뇌부검 샘플의 질보정 이후 최종 분석에는 ROS/MAP 임상참가자 391명에서 8,356개 단백질을 선정했고, Banner Sun 건강연구소 임상참가자 196명에선 총 7,854개의 단백질을 분석에 포함시켰다.

#우울증-알츠하이머병 "쌍방향 인과성 NO"…"알츠하이머 영향 46개 mRNA 및 7개 뇌 단백질 포착"

그 결과는 어땠을까. 우울증과 알츠하이머병 사이엔 작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유전적 상관관계가 포착되며, 두 질환이 유전적 기반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우울증과 알츠하이머병이 가진 인과적 역할을 결정하기 위해, 인과관계를 조사하는 강력한 관찰연구 방법인 '멘델 무작위 분석법(Mendelian randomization)'을 적용했다"며 "GWAS 연구에서 우울증에 대한 115개의 독립적인 SNP의 영향력을 평가한 후, 해당 SNP가 우울증을 일으키고 결국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는 중요한 증거를 발견했다"고 소개했다.

단일염기다형성이란, 단백질의 기능이나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특정 염기 일부가 변이를 일으키는 것을 지칭하는 데 유전체 전 범위에 분포하면서 평균 300~1,000개의 염기마다 하나씩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체내 400~500만개의 SNP를 보유하는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러한 흔한 변이가 환자 개인별 특성을 다르게 만드는 것으로 고려된다.

관전 포인트는, 이러한 인과관계가 '쌍방향'이 아닌 한쪽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일방적 관련성(one-way relationship)'을 보고했다는 부분이다.

우울증 관련 SNP가 알츠하이머병 유발에 관여한다는 사실과 달리, 알츠하이머병 GWAS 연구의 경우 61개 주요 SNP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알츠하이머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유전적 근거들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연구에서는 우울증을 유발하는 유전적 변이에 의해 조절되는 75개의 뇌 전사체(messenger RNA, 이하 mRNA)와 28개의 뇌 단백질들도 확인했다. 이 가운데 46개의 뇌 전사체와 7개의 특정 단백질이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엉킴 등과도 유의하게 관련있는 것으로 보고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우울증과 관련있는 유전자 변이가 뇌에 mRNA의 발현을 조절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에 관여한다는 개념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울증과 알츠하이머병 사이의 연관성을 밝힌 해당 결과는 우울 증세를 가진 환자에서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예방하는 것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동기부여를 제공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참조>논문명: Genetic evidence supporting a causal role of depression on Alzheimer’s disease. DOI:https://doi.org/10.1016/j.biopsych.2021.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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