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감상하고
[기자수첩]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을 감상하고
  • 조재민 기자
  • 승인 2017.09.25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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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판정 이후 변해가는 모습에 몸부림 치는 살인자의 이야기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김영하 작가의 2013년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치매와 살인을 소재로 한 영화는 흔치않아 개봉 당시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디멘시아(Dementia)뉴스에서 치매전문 기자생활을 시작하며 치매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은 기존과 많이 달라졌다. 이후 처음으로 접하게 된 치매관련 영화인 살인자의 기억법은 나에게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영화 감상 후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자극적인 액션신이나 극적인 반전이 아니였다. 치매 진단 이후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한 장면들이 오히려 나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내가 치매환자가 된다면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나는 어떻게 변해갈 것인가... 나는 어떻게 느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극중 주연인 설경구(병수)는 수의사로 등장한다. 하지만 자신이 한 평생 해오던 생업 현장에서 치매 판정 이후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영화 중 일부 대사다. "나는 치매환자지만 이 일을 한 것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머리보다는 내 손이 일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실수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병수.

하지만 금세 그는 자신이 돌보던 애완견에게 주사했던 약물을 재차 투약하게 되고 애완견을 사망에 이르게 한다. 이후 병수는 동물병원 문을 닫게 된다. 자신이 한 평생 일해오던 직장을 치매로 인해 포기하고 마는 것이다. 현실 속의 치매환자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병수는 영화상에서 나름의 가치를 갖고 살인을 했다고 믿는 인물이다. 사회의 악. 소위 말하는 쓰레기들을 청소했다고 평생 자신의 살인에 정당성을 부여하며 평생 살아온 인물. 힘없는 자는 살인하지 않는다는 신념이 있었던 모양이다. 자신이 죽인 애완견의 죽음이 기존의 살인과는 다르게 다가왔음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이외에도 자신을 돌보는 유일한 가족인 설현(은희)과 돌봄 문제로 다투던 장면, 그리고 소소한 일상에서의 여러 갈등, 기억하지 못하는 손찌검 등 그는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 너무 많이 변해버린 것을 느끼고 만다.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살인을 매개로 치매 환자가 변해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우리는 살인자는 아닐지라도 누구나 치매환자는 될 수 있다.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내 모습은 가족에게 큰 아픔으로 다가갈지 모른다.

결국 병수는 자신이 과거에 저질렀던 죗값을 치루게 된다. 하지만 점점 자신이 했던 살인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고 만다.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던 것처럼...

최근 실제 치매 환자들이 살인사건을 저지르는 일도 종종 있다. 그들은 기억 하지 못하는 사실을 밝혀내기 위해 어려운 재판을 진행하기도 한다. 치매환자가 늘어가면서 이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에 가까워 지고 있는 셈이다.

살인자의 기억법 속의 치매는 살인자라는 극적인 캐릭터를 통해 자신을 잃어가는 치매 환자의 모습을 표현해 나에게 치매에 대해서 다시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디멘시아뉴스 조재민 기자(jjm5352@dementi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