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속출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즉각 중단하라"
"부작용 속출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즉각 중단하라"
  • 최봉영 기자
  • 승인 2017.07.1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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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지난해 노인들의 치매와 우울 예방관리를 위해 시행한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이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이 속출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환자에 있어 간독성이나 신장기능 저하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2일 바른의료연구소는 서울시에 '2016년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 모형개발 및 시범사업평가 최종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서울시는 2016년 7월 8일 10개 자치구(종로, 용산, 성동, 동대문, 성북, 강북, 도봉, 노원, 은평, 동작구)에서 노인들의 치매, 우울예방 관리를 위해 서울시한의사회와 함께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 시범사업을 5억원을 들여 시행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서울시는 사전·사후 스크리닝 검사(치매MMSE, 우울증GDS)를 실시해 그 결과 인지기능저하자와 우울감 있는 노인들에게는 1:1 생활·행태개선교육, 총명침, 한약과립제 투여 등 8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한의원형), 일반 노인은 보건소에서 기공체조, 치매예방교육, 회상교실 등의 4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보건소형).

보고서를 분석한 연구소는 의료계가 제기한 문제점이 현실로 드러난 것을 확인했다. 다음은 한의원형 8주 프로그램의 문제점에 대한 지적이다.

◆사업 대상자 선정의 문제= 서울시는 인지기능저하로 진단된 노인이 아니라, 치매선별용 간이정신상태검사(MMSE-DS) 상 인지기능저하자(치매고위험군)로 판별된 노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수행했다.

그러나 치매선별검사(MMSE)만으로는 치매와 치매 고위험군을 진단할 수 없다. 선별검사 양성인 경우 치매일 수도 있지만, 인지기능이 완전 정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이 사업의 추진근거로 내세운 『2016년 서울특별시 치매관리 사업안내서』에도 MMSE 점수가 정상 노인 평균보다 1.5표준편차 이하인 경우 '인지저하'로 분류해 정밀검진을 의뢰해야 하고, 치매신경심리평가 및 정신과 또는 신경과 전문의의 치매 임상평가 등의 정밀검진을 통해 치매와 치매 고위험군(경도인지장애), 정상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결과적으로 서울시 사업 대상자는 치매와 치매 고위험군, 정상인 노인들이 한데 뒤섞여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와 같이 대상자 선정이 너무나 불투명하고 모호해 한의원형 프로그램 운영 결과 선별검사에서 일부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고 하더라도 선별검사 점수의 변화만으로 인지기능 호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아주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노인우울척도라는 우울증 선별설문만으로 우울증 고위험군도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점이 꼽혔다.

연구소는 "전체 대상자 중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선정된 대상자가 몇 명인지도 전혀 밝히고 있지 않다. 이처럼 막대한 혈세가 투입된 사업임에도 대상자를 주먹구구식으로 선정함으로써 사업 효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게 만든 것은 서울시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안전성 문제= 서울시 최종보고서에는 "한의약 치료에 대한 안전성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혈액검사를 통해 간수치(총빌리루빈, 직접빌리루빈, GOT/GPT, ALP, 감마지티피), 신장수치(요소질소, 크레아티닌)를 검사한 결과 전 항목에서 전후 평균은 정상범위로 나타났으며, 사후 값이 소폭 상승한 사례도 있었으나 GOT 수치를 제외하고는 모두 정상범위 내 변동으로 통계적 유의성이 있는 상승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즉, 사업 전후 실시한 혈액검사 상 한의약 치료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바른의료연구소가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당 부분 사실 관계가 달랐다.

먼저 간기능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치인 GOT(정상치: 0~40 IU/L)를 보면, 평균수치가 26.76에서 28.05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고, 무엇보다 사업 후 기준치 초과자(2차 이상) 26명의 경우 사업 전 정상범위인 39.54에서 사업 후 68.46(28.92↑)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연구소는 "사업 전 기준치 초과자(1차 이상) 23명의 경우 50.39에서 사업 후 46.65로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사전 검사에서 정상범위에 있던 대상자 중 상당수에서 한의약 치료 후 GOT 수치가 상승했거나 일부 소수에서 간기능이 심하게 악화됐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표적인 간수치인 GPT(정상치: 0~40 IU/L)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1차 이상자의 평균은 54.21에서 41.86으로 감소한 반면, 사업 후 기준치 초과자 20명의 경우 사업 전 35.10에서 67.30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간장애 지표 중의 하나인 감마지티피(정상치: 9~64 IU/L)의 경우, 사업 후 기준치 초과자의 평균치가 145.07에서 203.49로 대폭 증가했으나 통계적 유의성 수치를 아예 제시하지 않았다.
 
신장기능을 나타내는 요소질소(BUN)(정상치: 8~20 mg/dL)의 경우도 1차 이상자 66명의 평균 수치가 22.87에서 19.29로 감소한 반면, 사업 후 기준치 초과자 55명은 19.05에서 23.65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했다. 신장기능 지표인 크레아티닌(정상치, 남성:08~1.2 mg/dl, 여성: 0.5~1.0 mg/dl) 역시 사업 후 기준치 초과자의 평균이 사업 전 1.43에서 1.51로 증가했다.

대한신장학회는 "BUN, Cr 등의 신장기능 수치의 변화를 보면, BUN, Cr 모두 2차 이상자에서는 사전 검사에서는 정상범위에 있다가 사후 검사에서 증가했다. 이는 한약 복용 후에 신장기능이 악화된 대상자가 상당수 있을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최종보고서에 수록된 사업 전후 신장기능 검사결과가 한약의 신장독성을 시사하는 가능성이 높으므로 대상자 개인별 자료를 추가로 받아서 최종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연구소는 즉각 서울시에 개인별 혈액검사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으나, 서울시는 비공개 결정에 따라 이의신청을 한 상황이다.

이외에도 최종보고서에는 G자치구에서 약 부작용이 발생한 대상자 한 명이 치료를 중단하고 치료비 보상을 촉구하고 있으며, 탈모 등 한의약의 부작용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서울시나 서울시한의사회나 한의약 치료의 안전성 문제에는 무관심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2016년 서울시 사업설명회에서 자치구 참석자의 '사후 혈액검사상 이상이 있을 경우 책임소재와 부작용 환자 대처방법에 대한 질의'에 대해 서울시한의사회 관계자는 "의료사고라고 단정지어서는 안되고, 여러 가지 복합적 원인이 있을 수 있으므로 약제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나, 추후 더 논의해 봐야 될 사항이며, 혈액검사상 민감한 환자는 사전에 대상자에서 탈락시켜 안전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앞서 혈액검사 결과에서 보듯이 사업 전 혈액검사에서 이상소견을 나타낸 노인들도 대상자에 포함시켜 한의약 치료를 받게 해 답변과는 다른 태도를 취했다.

연구소는 "2016년도 서울시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은 대상자 선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한의약 치료 후 간독성과 신장독성이 발생한 사례가 다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결국 2016년 7월 의료계가 제기했던 우려가 상당 부분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의원에서 총명침, 한약과립제 투여 등의 한의학적 치료을 시행해 치매를 예방하는 사업의 유효성 및 안전성은 지금까지 검증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연구소는 "서울시가 2016년도 혈액검사에서 이상소견이 나온 대상자들에게 어떠한 조치를 취했는지 공개 질의한다"며 "만약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이는 대상자의 안전확보를 최우선시해야 하는 사업주체 기관으로서의 심각한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서울시에 이상소견자 전원에게 검사결과를 알리고 병의원에서 추적검사 및 치료를 받도록 하고, 간독성 및 신장독성 발생원인을 찾기 위한 역학조사를 실시하는 등의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연구소는 "인지기능 개선을 위한 한의약 치료의 유효성 및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될 때까지, 현재 추진 중인 2017년도 어르신 한의약 건강증진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서울시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디멘시아뉴스 최봉영 기자(bychoi@dementia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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