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입원환자 분류체계 개편 2년, 정책 목적 달성 '실패'
요양병원 입원환자 분류체계 개편 2년, 정책 목적 달성 '실패'
  • 최봉영 기자
  • 승인 2021.12.1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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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질병군 기반으로 환자분류체계 재개편 제안

요양병원에 입소해 있는 환자의 장기입원을 막기 위해 개편됐던 '요양병원 입원환자 환자분류체계'가 당초 예상했던 정책 효과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편 후 신설된 선택입원군에 대한 편입이 예상치의 약 4분의 1에 그친 것으로 분석됐다.

17일 건강보험심사평원은 '요양병원 입원환자 분류체계 및 수가수준 정기적 조정기전 마련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해당 연구는 요양병원 입원환자 분류체계와 수가 수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해 새로운 환자분류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됐다. 연구를 위해 요양병원 이용현황 분석, 분류체계 개편에 따른 전후 비교분석 등이 이뤄졌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분류체계 개편= 2019년 11월 1일부터 요양병원 입원환자 분류체계는 7개에서 5개로 개편됐다. 개편 전 요양병원 입원환자 분류체계는 의학적 입원 필요성, 돌봄 필요성 두 가지 다른 분류기준이 혼재돼 있었으나, 개편 후 입원 필요성에 따른 단일 기준만 적용됐다. 이에 문제행동군과 인지장애군이 삭제되고 선택입원군이 신설됐다.

요양병원 병상 수는 2020년 기준 27만6,789개로 2016년 비해 12.4% 증가했으며, 이는 같은 기간의 전체 병상 수 증가율(3.4%)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최근 5년 간 요양병원 병상 수가 기관 수 증가율에 비해 더 크게 증가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수는 2016년 38만9,000명에서 2019년 44만3,000명으로 약 13.9% 증가했으나, 2020년 41만5,000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6.3% 감소했다.

요양병원 환자분류군별 입원일수 현황을 보면, 의료최고도와 선택입원군의 비중은 2016~2020년에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의료고도 비중은 2016년 24.7%에서 2020년 29.4%, 의료중도 비중은 2016년 22.9%에서 2020년 37.8%, 의료경도 비중은 2016년 1.7%에서 2020년 23.1%로 증가했다.

◆요양병원의 문제점= 개편된 환자분류체계가 시행됐음에도 요양병원은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었다.

우선 노인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의 환자상태가 유사해 역할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입소기준이 명확치 않아 입원이나 입소에 대한 판단은 환자 및 보호자의 서비스 요구도, 경제적 요건, 부양정도 등에 따라 정해지고 있다.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인요양시설 입소자격 미달자가 요양병원에 입원은 가능한 현상이 나타나는 등 노인요양시설의 입소자격 기준이 오히려 요양병원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엄격하다는 것도 문제였다.

특히 수가구조상 환자분류군이 왜곡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환자분류군별 자원소모량을 근거로 일당정액수가가 설계됐으나 개발 당시 예상 비율대로 유지되지 않고 있었다. 또 장기입원하는 낮은 중증도의 환자가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수익이 더 많이 나는 구조가 돼 버렸다.

◆요양병원 환자분류체계 현황 분석= 이번 연구에서는 2019년 11월, 경증환자의 장기입원 등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요양병원 입원환자 분류체계가 개편됨에 따라 개편 전후 요양병원 입원환자의 환자분류군과 그 분류기준을 비교해 분석했다.

개편 전 환자평가표에 개편 후 환자분류 기준을 적용한 예상분류군을 살펴보면, 선택입원군으로 분류될 것으로 예상된 환자는 전체 환자 대비 43.7%로 나타났다.

개편 후 예상 환자분류군과 실제 환자분류군을 비교한 결과,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의 경우 예상 환자분류군과 실제 환자분류군이 일치 비율이 80% 이상이었다. 다만 의료경도, 선택입원군의 경우 예상과 달리 상위 환자분류군으로 이동한 비율이 높았다.

의료최고도 및 의료고도로 예상된 환자의 경우 실제로도 90% 이상 예상한 분류군으로 분류됐으나, 의료중도 84%, 의료경도 70%, 선택입원군 24%로 하위 분류군으로 내려갈수록 예상과 실제 분류군 일치 비율은 감소했다.

개편 후 선택입원군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의료경도로 분류된 4만1,132명 환자의 의료경도 분류기준을 살펴보면, 이 중 98% 환자가 치매 항목 기준에 부합되며 의료경도로 분류된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환자분류군 이동은 행동심리증상, 향정신병약물 항목의 변경으로 인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예상과 다른 분류군은 선택입원군이었으며, 개편 후 43.7%(8만7,928명)로 예상됐으나 실제 개편 후 11.4%(22,980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개편 후 예상분류군과 실제 환자분류군과 다르게 분류된 약 7만명의 환자는 상위환자군이 됐다.

◆질병군 기반 환자분류체계로 개편= 연구자는 2년전 개편된 환자분류체계는 예측했던 대로 정책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새로운 분류체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캐나다 등의 경우 질병군을 기반으로 해 환자를 분류하고 있으며, 자원소모량 요인들과 환자 특성 요인들을 분류기준에 반영하고 있다.

국내 요양병원 입원환자를 질병군에 따라 분류하면, 5개 질병군으로 나뉜다. 치매 분류군은 전체 환자의 44.3%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뇌혈관 및 신경계 분류군 31.0%, 암 6.7%, 근골격계 4.4%, 기타 분류군 13.6%(중증 5.2%, 경증 8.5%)였다.

다만 질병군 기반의 5개 환자분류군만으로는 중증도 등 다양한 환자 상태를 반영하지 못하므로 2단계 세부 그룹화가 필요하다. 세부 그룹화를 위해 반영되는 요소는 ▲연령 구분 ▲중증도 ▲입원일수 ▲인공호홉기 사용 여부 ▲신체기능 등이다.

질병군 기반 환자분류체계로 개편할 경우 지불제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지불제도에는 일당정액제, 포괄수가제, 묶음지불제도(Bundle Payments) 등이 있으나, 질병군을 기반으로 입원환자를 분류했을 때에는 주로 포괄수가제도, 신포괄수가제도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 연구자의 제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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