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약 리루졸, 알츠하이머 혜택? "뇌 포도당 대사 영향"
루게릭병약 리루졸, 알츠하이머 혜택? "뇌 포도당 대사 영향"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2.24 1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상 예비연구 공개, 글루타메이트 신호전달 영향력 평가 '주목'  
사진: 리루졸.
사진: 리루졸.

글루타메이트 조절제로 처방되는 '리루졸(Riluzole)'이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의 치료적 혜택을 놓고 일부 긍정적 신호가 포착됐다.

글루타메이트성(glutamatergic) 중추신경계 신호전달 과정에 관여하는 리루졸을 투약한 알츠하이머 환자에서는 '뇌 포도당 대사(cerebral glucose metabolism)'의 저하가 지연되는 효과가 관찰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당 결과가 본격적인 임상평가에 착수하기 전 시행되는 소규모 예비연구 결과였다는 데 제한점은 나오지만, 일말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대목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 개선혜택을 두고 리루졸의 유효성을 평가한 예비임상(pilot clinical trial) 결과가 국제학술지 ​'Brain' 2021년 12월 31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일단 학계에서는 알츠하이머병 발병에 관여하는 주요 기전 중 하나로 중추신경계 '글루타메이트 신경회로(glutamatergic neural circuits)' 조절장애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실제 지금껏 진행된 연구들에서도 글루타메이트(glutamate, 글루탐산) 신경전달 과정에서 발생한 이상징후가 알츠하이머 발병과 인지 기능장애에도 밀접한 관련성을 보인다는 임상근거들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해당 경로를 짚어보면,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는 NMDA나 AMPA 등의 수용체에 자극을 통해 흥분(excitatory)과 관련된 신호를 유발한다.

여기서 관건은 글루타메이트가 학습과 기억에 관여한다는 점이며, 과도한 자극이 일어날 경우 뇌신경세포에 지나친 칼슘 유입을 초래해 세포를 파괴하기도 한다는 것. 

따라서 이번 임상평가에도 글루타메이트를 조절하는 작용기전을 가진 리루졸을 주요 평가 대상약물로 올린 이유였다.

리루졸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루게릭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로, 글루타메이트의 양을 줄이고 흥분성 세포 독성을 막아주는 메커니즘을 가졌다.
 
논문의 제1저자인 미국 ADM Diagnostics의 Dawn C Matthews 박사팀은 "글루타메이트 조절제인 리루졸이 인지, 노화, 알츠하이머병의 구조 및 분자적 지표 개선에 잠재적인 혜택이 있다는 전임상 보고들이 있었다"면서 "위약과 비교한 이번 예비연구에서는 영상학적 바이오마커 분석을 통해 리루졸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FDG PET 스캔 및 자기공명분광법 이용…"리루졸 투약 환자, 글루타메이트 변화 주목"

이중맹검법으로 6개월간 진행된 해당 위약대조군 2상임상을 살펴보면, 임상참가자들은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50~95세 연령으로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상 19~27점으로 나타났다. 

총 94명의 환자 가운데 선별검사를 통해 50명의 환자를 걸러내 리루졸 투약군(50 mg 1일 2회, 26명)과 위약군(24명)으로 무작위 분류했다. 최종적으로 각 치료군에서 4명의 환자들이 중도 탈락해 리루졸 투약군 22명, 위약군 20명이 연구를 완료했다.

일차 평가변수는 FDG (fluorodeoxyglucose) PET 영상스캔 및 양성자 자기공명분광법(proton magnetic resonance spectroscopy)을 통해 6개월간의 변화를 평가했다.

이에 따라 FDG PET 영상검사를 이용해 전체 뇌 피질 및 해마(hippocampus), 후측 대상(posterior cingulate), 쐐기앞소엽(precuneus) 등에서의 포도당 대사를 측정했다. 더불어 양성자 자기공명분광법을 사용해 후측 대상에서 뇌속 신경섬유 성장과 연관된 NAA (N-Acetylaspartate)의 변화 정도를 분석했다.

이차 평가변수로는 영상검사상 바이오마커 변화와의 상관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신경정신검사를 시행해 결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알츠하이머병의 바이오마커이자 질병 진행의 예측지표로 활용되는 뇌 포도당 대사를 비교한 결과, 리루졸 투약군에서는 위약군 대비 포도당 대사의 감소 정도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러한 변화는 후측 대상 영역에서 가장 두드러졌으며 쐐기앞소엽과 측두엽, 우측 해마, 전두엽 피질 등에서도 영향력을 보였다. 다만 NAA 수치 변화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인지평가 결과와 뇌 포도당 대사 사이에는 양의 상관관계(positive correlation)가 관찰됐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후측 대상에서는 글루타메이트의 수치 변화가 포착됐는데, 이는 잠재적으로 리루졸이 글루타메이트 신경전달 경로를 통해 관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리루졸 치료군에서는 위약군에 비해 뇌 포도당 대사가 더 잘 보존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향후 알츠하이머병에 잠재적인 중재요법으로 장기간 평가가 요구될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 Matthews DC, Mao X, Dowd K, Tsakanikas D, Jiang CS, Meuser C, Andrews RD, Lukic AS, Lee J, Hampilos N, Shafiian N, Sano M, David Mozley P, Fillit H, McEwen BS, Shungu DC, Pereira AC. Riluzole, a glutamate modulator, slows cerebral glucose metabolism decline in patients with Alzheimer's disease. Brain. 2021 Dec 31;144(12):3742-3755. doi: 10.1093/brain/awab222. PMID: 34145880; PMCID: PMC8719848.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