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3] 의사결정능력법 제정한 해외 '치매 환자 투표권 현실은?' 
[기획3] 의사결정능력법 제정한 해외 '치매 환자 투표권 현실은?'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2.28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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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알츠하이머협회, 치매환자 투표권 공지 업데이트 '조명'

대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진행될 치매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디멘시아뉴스가 차기 대통령이 유력한 두 후보자의 치매 관련 공약을 분석했다. 더 나아가 국내와 해외 치매환자의 참정권에 대해 알아봤다.

1. 유력 후보자 치매 관련 정책
2. 국내 치매환자와 참정권
3. 해외 치매환자와 참정권

출처: 영국 알츠하이머협회 홈페이지.
출처: 영국 알츠하이머협회 홈페이지.

"치매에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환자의 투표권까지 제한할 수는 없다."

전문의료인과 간병인, 그리고 치매 환자와 보호자로 이뤄진 해외 알츠하이머단체가 환자의 투표권과 관련해 천명한 입장이다. 

디멘시아뉴스는 치매 환자의 투표권과 관련해 최근 업데이트된 영국 알츠하이머협회(Alzheimer's Society)의 사례를 들여다봤다.

먼저 영국 알츠하이머협회는 잉글랜드 및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등 네 개 지역을 근거지로 치매 환자와 간병인을 위한 돌봄 및 학술 연구를 위한 자선단체로 조직됐다.

여기서 협회 설립의 목적은 단 하나. 치매 환자 삶의 질 향상에 둔다는 것. 현재 2만5,000여 명의 회원 대부분이 의료전문가를 비롯한 간병인, 환자와 보호자들로 이뤄졌다는 점도 조직 구성에 주목할 부분이다.

협회는 "치매에 걸린 사람들도 다른 모든 이들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투표권을 갖는다"면서 "환자들이 다양한 지역사회에서 평등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메시지를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의사결정능력법' 제정한 영국…투표방식 따른 조건 제안 "결국 환자 개인의 선택" 

여전히 관건은 세부 적용기준을 놓고 나온다. 미국 및 유럽 지역 대부분이 그렇듯, 영국의 경우도 치매 환자의 투표권과 관련해선 이렇다할 법적 지원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지난 2005년,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인원을 대신해 판단을 도울 수 있도록 제정된 '의사결정능력법(Mental Capacity Act)'에서 조차도 치매 환자의 투표권에 대한 언급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해당 법 조항을 살펴보면, 크게 다섯 가지 적용기준을 언급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한 개인의 능력이 부족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능력이 있다고 가정해야 한다' ▲'실행 가능한 모든 조치가 수행되기 전까지는 결정이 불가능한 존재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현명하지 못한 결정을 한다고 해서 결정 자체를 할 수 없는 것으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이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또는 그를 대신해 법에 따라 행해지거나 결정한 행위의 경우 해당 인원에 최선의 이익에 따라 시행돼야만 한다' ▲'행위 결정에 있어서 그 사람의 권리와 행동의 자유에 대해 제한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또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는지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정리한 것.

다시말해 치매 환자의 투표권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하고 있으나, 투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개인 선택의 몫'으로 넘기고 있다는 얘기다.

알츠하이머협회는 공지를 통해 "치매 환자들이 직접 투표소에 가야 할 때 직면할 수 있는 몇 가지 장벽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테면, 정확한 날짜와 시간에 맞춰 투표소에 가거나 올바른 장소로 이동할 수 있도록 알림을 받는 등 투표를 위한 지원이 필요한 인원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

협회는 "치매 환자 투표를 위해선 일단 직접 및 우편투표, 대리인을 통한 유권자 등록 등 선택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치매 환자의 직접 및 우편, 대리투표에 대한 조건은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직접투표

직접투표 유권자 등록을 한 인원의 경우, 간략한 지침이 마련돼 있다. 협회는 "지역 당국은 치매 환자가 투표소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할 책임이 있으며,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를 위한 조치와 지침을 제공해야 한다"며 "도움이 필요하다면 투표소 직원에게 직접 요청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치매 환자가 직접 투표할 수 있도록 인원을 동반할 수도 있으며, 환자의 동반자는 배우자 및 가족 등 가까운 친인척 관계로 제한했다. 여기서도 동반자의 도움을 받으려면, 투표소 진행자에게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밝혔다.

◆우편투표

우편투표를 신청한 인원들은 주거지로 투표용지를 받게 된다. 협회는 "작성을 완료한 투표용지를 직접 송부할 수 없는 경우라면 신뢰할 수 있는 지인에게 요청을 하거나, 지역의회 선거관리팀에 연락해 수거를 문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편 투표용지를 제 시간에 보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투표일에 투표소나 지역의회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대리투표

대리투표와 관련한 조건은 보다 상세히 설명됐다. 협회는 "치매 환자의 대리인이 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는 것은 결코 허용되지 않는다"면서 "선거관리위원회는 대리인을 임명하고 유지할 정신적 판단 능력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임명된 대리인의 경우도, 투표 당일에 해야 할 일들이 따로 정해졌다.

이에 의하면, 대리인으로 지정된 인원은 투표를 위해 투표소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 협회는 "대리인은 언제, 어디서 투표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대리투표 카드를 수령하게 된다"며 "이때 대리인으로 지명된 사람만이 치매 환자를 대신해 투표를 진행할 수 있으며 반드시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치매 환자가 영구위임장을 작성한 경우라도 변호사가 환자를 대신해 투표할 수 없다는 점은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치매 환자 투표권 제공 찬반입장 맞서…'당신의 생각은?'

출처: 영국 알츠하이머협회.

한편 영국 알츠하이머협회 웹페이지에 공개된 해당 치매 환자 투표권에 대한 공지를 놓고는 다양한 의견들이 달렸다.

정신적 판단 능력이 불투명한 치매 환자들에 투표권을 주는 것 자체가 선거 결과를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반대 입장과, 국민 기본권인 투표권 제공에 대한 공정함과 세부 지원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이 함께 개진된 것이다.

먼저 한 댓글에서는 "치매 환자가 투표할 수 있다는 얘기 자체가 새롭다. 배우자는 현재 요양원에 있는데 유권자 등록도 하지 않았다"며 "나는 그가 치매 때문에 투표를 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만 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정보와 절차를 받아들일 능력이 흐려진 사람이 어떻게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면서 "치매 환자의 투표가 간병인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자칫 선거 결과가 왜곡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또 다른 인원은 "투표에 대해 생각하기 앞서 치매 환자의 정신적 능력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자신이 누구인지, 또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는 환자가 어떻게 투표를 할 수 있겠나. 대리투표를 허용하는 것 또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 회원은 자신의 경험담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는 "73세인 남편은 치매 환자다. 현재 그는 치매검사에서도 사고 처리 및 문제 해결 능력에 문제를 보인다"며 "지금은 치매를 앓기 전 가졌던 정치적인 신념과도 정반대되는 행동을 한다. 나는 그를 사랑하지만 그가 투표할 수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치매 환자의 투표권을 제한하는 데 불공정성에 대한 의견도 팽팽히 맞섰다.

A회원은 "당신이 돌보는 사람이 더이상 말을 하지 못하거나 대리인을 지명할 능력이 없는 경우라도, 그것이 그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투표권 박탈은 불공평의 문제"라고 말했다.

B회원은 "치매에 걸린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들이 누구였는지 기억하고 과거 수년간에 걸친 행동을 근거로 그들의 선택을 지지해주는 것"이라며 "치매 환자의 견해에도 권리는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환자 투표권 제공을 놓고 보다 발전적 지원방안을 고민해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경험담을 적은 C회원은 "사랑스러운 나의 아내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 그녀의 하반신은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머릿속 생각은 이미 다른 행성에 가있다"고 담담히 적었다.

이어 "80세인 나는 그녀의 24시간 간병인이다. 우편투표를 시행한 경험이 있으나 내게 중요한 것은 선거 후보자들 누구도 치매 질환을 지원하고 치료법을 찾기 위한 펀딩에는 무관심하다는 것"이라며 "투표를 통해 어떤 정부가 구성되든 다양한 안건이 있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잔인하게 강탈해가는 치매라는 무서운 질병과 싸우기 위한 지원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입장을 달았다. 협회는 "제정된 의사결정능력법도 투표에는 적용되질 않는다. 이는 정신적 능력이 부족하다 할지라도 누군가의 투표권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면서 "투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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