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2] 치매 관심 높아졌지만…치매환자 투표는 인식 ‘태부족’
[기획2] 치매 관심 높아졌지만…치매환자 투표는 인식 ‘태부족’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2.02.25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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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가능 여부-부족한 제도적 보완-홍보와 인식개선 등 문제 산적

대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앞으로 5년간 진행될 치매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디멘시아뉴스가 차기 대통령이 유력한 두 후보자의 치매 관련 공약을 분석했다. 더 나아가 국내와 해외 치매환자의 참정권에 대해 알아봤다.

1. 유력 후보자 치매 관련 정책
2. 국내 치매환자와 참정권
3. 해외 치매환자와 참정권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투표에 대한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치매친화 정책을 약속한 후보가 당선될 경우 치매환자와 가족들에게도 밀접한 영향을 주는 만큼 투표권의 행사가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셈이다. 이를 보면 치매환자와 가족은 치매지원을 약속한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알림 통계인 ‘치매 오늘은’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치매환자는 86만3,542명으로 이들의 투표수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더욱 높아질 치매 유병률을 고려하면 치매환자 투표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실상은 치매환자의 투표권에 대한 고찰이나 연구, 정책적 지원, 인식이 크게 부족한 현실이다. 현재 치매환자의 투표 방안은 존재하지만, 중증도에 따른 투표 지원 방법이나 기타제반 사항이 크게 부족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디멘시아뉴스는 현행 치매환자의 투표 현황과 문제점, 나아가 국내와 해외 치매환자의 참정권까지 폭넓게 살펴봤다.

◆현행 제도 투표는 가능…“관심은 ZERO”

현재 규정으로도 치매환자 역시 투표 참여는 가능하다. 거소투표를 활용할 경우 사전투표소나 투표소까지 갈 수 없는 선거인이 사전에 신고하면 투표소에 가지 않고 우편으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다.

군인이나 경찰 또는 병원, 요양원, 구치소 등에 머물거나 신체장애로 거동이 어려울 경우 이를 활용 수 있다. 다만, 거소투표는 선거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어 사유를 엄격히 제한해 실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신고서를 작성 후 본인 주소지 관할 구·시·군청(읍·면·동)으로 직접 제출하거나 등기우편으로 발송하면 된다. 거소투표는 사전 신고를 통해서만 가능하며, 신고 기간은 선거일 전 22일부터 5일 이내로 제한한다. 병원이나 요양원의 경우 10명 이상 거소투표 신청 시 별도 투표소를 설치해 운영해야 한다. 

◆치매환자 거소투표 말처럼 쉬울까…고려사항多

거소투표 이용 가능자를 고려하면 실행 자체가 어려운 제도는 아니다. 하지만 대상을 치매환자로 국한하면 고려할 문제가 많아진다. 과거 요양원 등에서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요양원장이 치매환자들에게 몰표를 유도해 투표권의 행사를 방해한 사례가 있어서다. 해당 사건이 일어난 지역에서는 26표차로 선거의 당락이 결정됐고, 당선무효 소송까지 이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또 치매환자별 중증도 여부에 따라 투표에 자신의 의견이 얼마나 오롯이 반영할 수 있는가에 관한 판단 기준이나 근거 연구 등도 충분치 않다는 점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사실상 치매환자는 육체나 정신 증상 등이 다양해 스스로 투표를 진행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가족의 도움이 필수인데, 투표자의 온전한 내면의 의사가 아닌 가족의 의견이 투영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또 몇몇 사례를 보면 치매초기 환자는 가족이 투표를 돕다가 제지를 당한 경우도 다수였다. 

실제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치매 시어머니의 투표를 돕기 위해 투표소에 갔던 며느리가 선거 사무원의 제지로 충돌이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투표용지까지 훼손해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환자의 투표권을 등한시하는 분위기와 투표 참여를 곤란하게 만드는 여러 사정이 이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치매의 경우 돌봄 부담과 피로도가 큰 만큼 투표권의 행사가 일상생활보다 후순위로 밀려 외면받는 경우도 많아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치매환자 투표홍보 부족…인식개선 절실

치매환자의 투표에 대한 인식 부족도 여전하다. 사회적 인식, 가족의 인식, 치매환자의 인식, 정책적 인식 모두 크게 낮은 상태다.  

최근 국내 최대 치매가족 카페 중 하나인 ‘치노사모’에는 대선 기간에 근접해 치매 어머니의 대선투표 참여 방법을 묻는 질문이 게시됐다.

환자 가족인 게시자는 치매초기인 어머니의 대선 투표를 돕고 싶지만, 앞서 참여했던 타 투표 현장에서 선거원의 제지로 제대로 돕지 못해 이번 대선 투표에 원활하게 참여할 방법을 문의하는 글이었다. 댓글을 작성한 타 가족들도 정확한 참여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치매환자의 투표에 대한 정보와 인식 부족이 다수임을 유추할 수 있는 사례인 셈이다. 이럴 경우도 거소투표를 활용해 참여가 가능하다. 

◆일선 전문가, “치매환자 투표 인식부터 바꿔야”

경기도광역치매센터장을 역임했던 연세대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우정 교수는 치매환자 투표에 대한 편견을 우선적으로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매환자면 투표에 무조건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치매초기인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투표가 가능한 경우도 많다는 의견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점은 치매환자의 대표적 증상인 기억력 저하가 판단력 저하와 동일한 의미가 아니며, 상황에 따라 투표 참여가 충분히 가능한 사례도 다수라는 설명이다.

쉽게 말해 임상치매척도인 CDR(Clinical Dementia Rating)에서도 기억력 점수, 생활 점수 등을 세분화해 평가하는 것처럼, 단순 치매를 이유로 투표가 어려울 것이라고 못박아선 안 된다는 의견.

김우정 교수는 “치매환자가 투표에 참여하는 건 인권에 직결되는 문제로 투표 참여를 원할 경우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환경을 사전에 조성하는 등 인식개선과 제도적 지원의 구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결국 치매환자의 꾸준한 증가가 예상되는 만큼 이들의 참정권을 보장할 수 있는 국가차원의 정책적 지원과 사회적 인식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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