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기능개선제 적응증 삭제 여파 "마땅한 대안 없어"
뇌기능개선제 적응증 삭제 여파 "마땅한 대안 없어"
  • 김민지 기자
  • 승인 2022.09.28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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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재성 교수 "2세대 향체약 기대감 여전"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재성 교수

치매 치료제 개발은 여전히 난공불락이다. 지난해 미국 바이오업체 바이오젠사가 개발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이 최초 상업화에 성공했지만 안전성·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며 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 역시 연구논문 조작 의혹을 받으며 신뢰성에 타격을 입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뇌기능개선제 성분 의약품들이 적응증 삭제 위기에 처했다. 현재 뇌기능개선제는 인지기능 개선 효과 등을 근거로 경도인지장애 등 환자에게 처방되고 있다.

디멘시아뉴스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임재성 교수(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를 만나 경도인지장애부터 치매에 이르기까지 설왕설래가 오가는 약물에 대한 전문가 입장을 들어봤다.

먼저 임 교수는 "치매 환자들은 도네페질, 리바스트그민, 갈란타민 등의 약재 중에 하나를 단독으로 먼저 쓰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약을 변경하거나 메만틴을 추가하는 병합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다만 경도인지장애의 경우에는 콜린알포세이트, 옥시라세탐과 같은 약물들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내에서는 뇌기능 개선용도로 콜린알포세레이트와 아세틸엘카르니틴, 옥시라세탐 등이 사용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뇌기능개선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줄줄이 임상 및 급여 재평가 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의 경우, 임상시험에서 '뇌혈관 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 질환'에 대한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다.  

아세틸엘카르니틴 다음으로 높은 실적을 기록하는 옥시라세탐 제제 역시 재평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옥시라세탐의 경우 '혈관성 인지 장애 증상 개선' 적응증에 대해 임상재평가를 진행 중이며, 올해까지 결과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만약 효능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아세틸엘카르니틴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뇌기능개선제의 효과를 볼 수 있는 환자군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임 교수는 "규제 당국에서는 뇌기능개선제를 충분한 근거를 가지지 않고 쓴다고 지적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례가 있다"며 "콜린알포세레이트, 옥시라세탐 등의 약물을 임상에서 관찰하면 실제로 검사 점수가 좋아지고 효과가 있는 환자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약을 처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면 MRI에서 발견할 수 있는 백질 변성의 경우 콜린성 경로를 단절시키는 패턴이 있다"며 "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콜린 결핍 상태인 환자들을 가려내 약을 처방하는 것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뇌기능개선제 성분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점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요구하는 과학적 근거는 임상 시험으로 효과를 증명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며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적응증이 계속 삭제되면 환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효과를 경험한 환자들조차 약을 쓸 수 없게 된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에 기반해 개발 중인 치료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현재 최초의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항체약인 아두카누맙(aducanumab)이 유효성 등 논란이 발생하면서 같은 계열의 후속 신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임 교수는 "1세대 치료제에 비해 아두카누맙을 포함한 2세대 항체 치료제는 비교적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침착 등에서 효과를 일관되게 보이고 있다"며 "오는 11월 열리는 알츠하이머병 임상시험 국제학술대회에서 간테네루맙(gantenerumab), 레카네맙(lecanemab) 등 임상연구 결과가 발표된다. 현재 베타 아밀로이드 가설이 맞는다는 방향으로만 나온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서 연구들을 통해 어떤 환자들에게 어떤 치료제를 쓰면 어떤 단계에서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정보가 축적되고 있다"며 "아두카누맙에서 일부 성공을 거뒀고 앞으로 발표될 2세대 항체 치료제들에서 연속적인 성공을 거둔다면 나중에는 스탠다드(standard)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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