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약 성분 치매 치료? "임상근거 부족" 논쟁 불가피
발기부전약 성분 치매 치료? "임상근거 부족" 논쟁 불가피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10.28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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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립노화연구소, 연구비 지원 추가연구 공개
PDE-5 억제제 계열 "치료제 혜택 연관성 없어"
출처: 국제학술지 'Brain Communications'.

'발기부전 치료제로 치매 치료가 가능하다?' 이에 대한 물음을 놓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최신 평가 결과지가 나왔다.

비아그라(성분명 실데나필)나 시알리스(성분명 타다라필) 등과 같이 발기부전 치료에 사용되는 성분물질을 사용한 인원에서 알츠하이머병 및 관련 치매 위험도를 감소시키는 혜택이 관찰되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가 내놓은 골자로 풀이된다.

결국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과 치매 위험도 감소 사이엔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는 의견. 실데나필 성분을 복용하는 인원들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앞선 주장과는 상반된 결과물로 한동안 논쟁이 뒤따를 전망이다.

발기부전 치료제의 치매 위험도 감소 혜택을 평가한 새로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Brain Communications' 2022년 10월 4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책임저자인 하버드의과대학 역학과 Rishi Desai 교수는 논문을 통해 "관련 연구의 초기 분석 결과는 지난 가을에 최초 공개됐고 언론에서도 광범위하게 다루기도 했다"며 "당시엔 결과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방법론적인 결함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의 용도변경을 위해 다양한 임상연구들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종전 결과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적인 연구 편향(bias)의 위험을 줄이도록 디자인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PDE-5 계열약 임상근거 충분치 않아…전문가들 "혜택 평가에는 RCT 임상 필요"

통상 해당 계열약제의 경우 공통적으로 체내에서 PDE-5 (phosphodiesterase isoenzyme-5) 효소가 평활근을 이완시키는 물질인 cGMP (cyclic guanosine monophosphate)를 분해하는 것을 억제하는 작용기전을 가진다.

이 같은 작용기전을 이용해 처방권에 진입한 대표 성분물질은 두 가지가 있다.

실데나필은 ▲발기부전과 ▲폐동맥고혈압(pulmonary arterial hypertension, PAH) 치료에 사용된다. 장기에 분포한 평활근을 이완시켜 혈액 공급을 원활하게 만들어 발기부전과 폐동맥 압력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인다는 게 핵심이다. 용량에 따라 폐동맥고혈압 치료에는 20 mg 정제가, 발기부전 치료에는 25 mg, 50 mg, 100 mg 정제가 처방된다.

또한 타다라필은 ▲발기부전과 ▲양성전립선비대증(benign prostatic hyperplasia, BPH) 치료에 적응증을 가진 상황이다. 발기부전 치료에는 10 mg과 20 mg 정제를, 발기부전 및 양성전립선비대증 치료에는 5 mg 정제만이 이용된다.

일단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 평가에 따르면, 발기부전 치료제로 처방되는 전문약인 실데나필과 타다라필 등의 PDE-5 억제제 계열약은 기억력과 인지 기능을 개선시키고 독성 단백인 아밀로이드의 축적 부담을 줄이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문제는, 인간을 대상으로 잡은 임상시험에서는 이와는 전혀 다른 상반된 결과가 도출됐다는 대목이다.

공개된 연구를 짚어보면, 작년 발표된 연구와 이번 연구 모두는 미국 노인의료보험제도인 메디케어(Medicare)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행됐다. 다만, 평가 대상을 놓고는 서로 다른 환자 집단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는 것이 차이점으로 꼽힌다.

먼저 직전년 연구에서는 발기부전 치료제로 실데나필을 복용한 인원과 비복용군에서의 혜택을 저울질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해당 연구의 디자인상 실데나필의 가장 흔한 적응증인 발기부전 환자를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와 비교 분석한 결과로 해석에는 일부 제한점이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실데나필의 또 다른 치료 적응증이기도 한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주요 분석 대상으로 설정한 것이다. 연구는 해당 PDE-5 억제제를 복용한 인원에서의 알츠하이머병 및 관련 치매 발병률을 폐동맥고혈압 치료를 위해 기타 다른 약물을 복용 중인 인원들에서의 발병률과 직접 비교했다. 

더불어 성향매칭(propensity matching) 분석을 이용해 유사한 특성을 가진 환자군을 두 그룹으로 분류하고, 네 가지 분석 전략을 사용해 데이터를 평가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연구에 적용된 분석 전략과 상관없이 알츠하이머병 및 관련 치매 발병률에는 그룹 간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세포배양 연구에서도 PDE-5 억제제의 보호혜택은 관찰되지 않은 것이다.

연구팀은 "본 결과만으로 최종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며 "이러한 유형의 임상 분석 결과로는 인과성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전제했다.

이와 관련한 전문가 논평도 나왔다. 미국 로체스터 메이오클리닉 신경과 David Knopman 교수는 "해당 연구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이전 연구에 제한점으로 지목되는 연구 편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인상적"이라면서도 "실데나필 등의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의 명확한 혜택을 확인하기 위해선 무작위대조군연구(RCT)가 필요하다. 아직 임상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NIA)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논문> Rishi J Desai, Mufaddal Mahesri, Su Been Lee, Vijay R Varma, Tina Loeffler, Irene Schilcher, Tobias Gerhard, Jodi B Segal, Mary E Ritchey, Daniel B Horton, Seoyoung C Kim, Sebastian Schneeweiss, Madhav Thambisetty, No association between initiation of phosphodiesterase-5 inhibitors and risk of incident Alzheimer’s disease and related dementia: results from the Drug Repurposing for Effective Alzheimer’s Medicines study, Brain Communications, Volume 4, Issue 5, 2022, fcac247, https://doi.org/10.1093/braincomms/fcac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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