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의료 개념부터 범위 명확히 정립해야
재택의료 개념부터 범위 명확히 정립해야
  • 박원빈 기자
  • 승인 2023.11.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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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수가로 인해 의료진 참여율 떨어져
일본 1992년 의료법 개정...다양한 직종과 연계 필요
재택의료센터 방문하여
지난 5월 보건복지부 이기일 2차관이 재택의료센터를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있다. / 보건복지부 

정부는 13개의 시범사업을 통해 방문 진료 형태의 재택의료를 허용하고 있지만 재택의료의 개념이 모호한 데다 낮은 수가, 법적 정의조차 없어 개념부터 범위, 서비스 모델 등을 명확히 정립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수행되고 있는 재택의료 사업은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 ▲가정전문간호사 제도 ▲방문간호사 제도 등이 있다.

이들 사업의 공통적인 한계는 낮은 수가로 인해 의료진의 참여율 자체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간호사, 간호조무사, 사회복지사 등 관련 인력을 동반하는 데에 대해서도 거의 보상이 전무하다 보니 의사나 간호사의 단독 방문이 이뤄지고, 진료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지역사회 자원 연계 또한 미비해 환자를 발굴하기도 어렵다.

이동형 대한재택의료학회 총무이사는 본지 기자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의료법은 응급환자와 일회성 왕진 외에 의료기관 외의 의료행위는 원칙적으로 안 된다”라며 “재택의료는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계획을 세우고 치료와 완치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본은 양로원뿐만 아니라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라며 “다양한 곳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스펙트럼을 넓히고 특히 집에서 진료하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해 줬으면 한다”라고 강조했다. 

재택 치료가 법적으로 개정돼야 수가 체계가 잡히고 의료진이 사명감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이사는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범사업은 하루에 근무하는 금액을 정해서 지급하고 있는 것이 전부이다”라며 “법 개정이 이뤄지면 주사, 진찰, 처치 등 수가를 개별화 할 수 있어 의료진들도 안정된 수익을 기반으로 근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가가 명확하지 않고 의료진의 선의로 진행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시범사업이 구체적으로 전환이 되고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라며 “제일 큰 문제는 법적인 안전망이 없어 치료 결과가 좋게 나오지 않으면 법적인 분쟁이 일어나기 때문에 빨리 법 개정이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의사가 방문했을 때 환자 진료 뿐만 아니라 가정환경, 식사, 집안의 위생 환경을 살펴보기도 한다”라며 “의사 혼자 할 수 없으므로 간호사 및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역이 같이 방문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환자를 케어하고 있는 보호자가 연로하거나 건강이 안 좋은 경우도 있어서 시설 입소 권유도 필요하기 때문에 다른 직역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 인력 기준과 제공 조직 법제화뿐만 아니라 의료법상에 재택의료 지원센터 조항을 신설하고 그 정의와 기준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이동형 이사의 설명이다.

◇ 일본 1992년 의료법 개정...재택의료 행위별 수가 구분
지난 7일 신현영 의원과 이종성 의원 주최로 진행된 ‘바람직한 재택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재택의료는 지난 1992년 의료법을 개정했으며 환자나 가족의 요구에 따라 신속 방문해 진료를 시행하는 왕진과 정기적으로 환자 자택을 방문해 진료하는 방문 진료로 나뉜다. 

방문 진료 대상 환자는 재택 요양 중이며 질병 등으로 인해 통원이 곤란한 자로 한정된다.

바람직한 재택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 / 신현영 의원실

일본 재택의료 수가는 ▲재택환자 방문진료료 ▲재택 진료 의학종합관리료 ▲시설 입소 의학종합관리료 ▲재택요양지도관리료 ▲재택요양관리지도비 ▲왕진료 ▲외래와 같은 약제·검사·처치료 등 행위별 수가로 구분된다.

재택요양지원진료소 외의 가장 낮은 시설 기준으로 방문 진료를 월 2회 실시하는 경우 재택환자 방문진료료, 재택 진료 의학종합관리료, 포괄적 지원 가산, 재택요양관리 지도비 등이 포함돼 5만 2720엔(환화 약 45만 9000원)의 수가가 산정된다.

방문 진료 1회 진료 수가(2만 6360엔 환화 약 22만 7803원)가 외래 진료 1회 수가(5120엔 환화 약 4만 4256원) 보다 5배 더 많은 셈이다. 방문 진료 시 환자 본인 부담률은 10% 수준이다.

재택의료에 필요한 의료기능으로 ▲일상적인 요양지원 ▲퇴원 지원 ▲증상 급변 시 대응 ▲케어 등 4가지가 있는데 이를 수행하기 위해 다양한 직종에 의한 의료·돌봄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바람직한 재택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 / 신현영 의원실

이날 발표를 진행한 일본 츠바사 재택의료클리닉 카미가이치 리에 전문의(재활의학과)는 “고령자 등을 지원하는 재택의료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 하나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며 “의사, 방문간호, 방문재활, 영양사, 요양보호사, 방문입욕, 약국, 치과, 케어매니저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과 연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토론을 주최한 이종성 의원은 “우리나라보다 일찍 고령화 시대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재택의료가 보편화된 상태이다”라며 “ 지난 1992년 의료법을 개정하면서 거동이 불편해 의료기관을 방문하기 어려운 고령자 등을 위한 의료 서비스로 재택의료를 중점 지원해 온 결과다”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우리나라도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고령층의 의료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재택의료와 비슷한 개념인 방문 진료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재택의료는 용어 정의조차 모호한 상태로, 우리 국민의 지속할 수 있는 의료동반자로 함께 하기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신현영 의원은 "우리나라는 거동이 불편하더라도 살던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바라는 어르신이 56.5%에 이르지만, 가정호스피스, 방문진료 등 불충분한 재가서비스로 여전히 생애말까지 병원 혹은 시설에서 지내야 하는 현실이다"라며 "초고령화의 가속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지역의 일차의료기관들이 재택의료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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