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고갈 막는 방안, 개혁인가 땜빵인가
국민연금 고갈 막는 방안, 개혁인가 땜빵인가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03.1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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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로 상향’과 ‘보험료율만 12% 상향’ 중 선택
현행 9%의 적립기금 고갈 연도 2054년, 개혁안의 보험료율 조정으로 해결될까
공론화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 /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

국민연금제도에 늘 따라다니는 말이 ‘고갈의 위험’이다. 연금 수령자인 노인층은 많아지고 연금 납부자인 젊은 층은 급속도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가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을 조합한 2개의 안을 내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국민연금개혁에 속도가 날지 주목된다.

지난 1월 31일,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는 5월 말 이전에 국민연금개혁안을 도출하려는 목표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3월 8일부터 10일까지 공론화위원회 의제숙의단과 시민대표단 500명은 워크숍을 열어 연금개혁의 주요 7개 의제별 대안 개발 세션을 진행했다. ▲소득대체율 및 연금보험료율 조정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관계 조정 ▲의무 가입 연령 및 수급 개시 연령 ▲퇴직연금제도 개선 방안 ▲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 제고 방안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 방안 ▲공적연금 세대 간 형평성 제고 방안 등이다.

이어서 11일, 의제숙의단은 국민연금개혁안으로 두 가지 안을 내놨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50%로 늘리는 1안과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로 유지하는 2안이다. 두 가지 개혁안은 시민 대표단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을 거칠 예정이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나온 이 개혁안이 얼마나 연금 고갈을 해결할 대안으로 적합할까?

1안은 현재 9%(직장가입자는 가입자와 회사가 절반씩 부담)인 보험료율을 13%로 올리되, 42%(2028년까지 40%로 하향 예정)인 명목소득대체율을 50%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0만 원 소득자가 9만 원 내던 것을 13만 원으로 상향 납부하고 연급 수급자가 됐을 때 현행 40~42%에서 50%로 받자는 것이다.

2안은 보험료율을 12%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현행으로 유지하자는 것이다. 보험료율 인상 폭이 1안보다 1% 낮은 대신 보장 수준은 현행 그대로 두자는 것이다. 100만 원 소득자가 9만 원 납부에서 12만 원으로 올리되 연급 수급은 9만 원 납부했을 때와 같다는 내용이다.

두 안 모두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보험료율을 인상하자는 방안이다. 두 가지 안 중 1안이 채택되면 그동안 낮아지기만 하던 명목소득대체율이 다시 높아진다는 의미가 있다. 명목소득대체율은 1998년 1차 개혁 당시 70%에서 60%로 낮아졌고, 2007년 2차 개혁에서 다시 2028년까지 40%로 낮추기로 결정됐다.

 

국민연금 재정수지 및 적립금 추계 결과(보험료율 9%) /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기금 고갈 위기 측면에서 보면 두 가지 안 모두 재정 안정 효과가 크지 않다. 복지부는 작년 현재의 보험료율과 명목소득대체율을 유지하면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은 2054년으로  내다보고 있다. 1안이 채택되면 2062년으로 7년 미뤄지고, 2안대로면 2063년으로 8년 늦춰질 뿐이다.

명목소득대체율은 40년 가입을 전제로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을 뜻한다. 가입자의 평균 가입 기간은 2022년 기준 19.2년 수준이어서 실질 소득대체율은 이보다 훨씬 낮다. 2020년 기준 실질 소득대체율은 22.4%였다.

국민연금개혁 방안을 놓고는 보험료율을 인상해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재정 안정론'과, 소득대체율을 올려 보장성을 올려야 한다는 '보장성 강화론'이 맞서고 있는데, 1안에는 보장성 강화론의 주장이 반영됐다.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하에서 기금 고갈을 해결하기 위한 보험료율은 35%다. OECD 최고 수준인 이탈리아의 33%를 뛰어넘는다. 100만 원 소득자의 경우 국민연금으로 35만 원을 납부해야 하니 이 정도 납부 수준을 받아들일 국민이 얼마나 될까? 게다가 소득대체율은 44% 정도로 현행과 큰 차이가 없는 충격적인 수치다.

인구 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보험료율 조정과 함께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는 구조개혁 방안을 같이 논의해야 한다. 현재 국민연금에서 세대 간 형평성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세대의 기대수익비가 1보다 크기 때문이다.

기대수익비는 자신이 낸 보험료와 그 보험료를 바탕으로 적립한 기금 운용 수익, 그리고 자신이 받을 총연금 급여의 전체 규모에 대한 비율을 말한다. 기대수익비 1은 연금을 낸 돈의 100%를 받는다는 뜻이다.

세대 간 형평성을 심각하게 악화시키는 원인은 저출산이다. 현재의 저출산 상황에서 기대수익비의 최고치는 1이다. 누군가가 1보다 더 받는다고 하면 누군가는 1보다 적게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 재정의 운용 방식을 구분하면, 보험료의 원리금을 기금으로 조성해 연금급여를 충당하는 적립식과 뒷세대의 보험료로 앞세대의 연금을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나뉜다. 현행 국민연금은 적립기금을 쌓다가 기금이 소진되면 부과식으로 전환하는 부분적립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KDI FOCUS '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 이강구, 신승룡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영상 캡처

이에 지난 2월 21일 한국개발연구원 재정사회정책연구부는, 출산율이 낮아 기대수익비 1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대수익비 1을 보장하기 위해 완전적립식의 신연금 도입을 제안했다.

미래세대에 희생을 요구하지 않기 위해 개혁 시점부터 납입되는 모든 보험료를 신연금의 연금기금으로 적립하고 향후 기대수익비 1의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행 9%의 보험료와 기금 운용 수익으로는 현재 약속된 급여의 3분의 2 정도밖에 지급하지 못한다.

따라서 현재 약속된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을 계산하면 15.5% 수준이다. 연구위원은 완전적립식 신연금 15.5%의 보험료율이 2006년생부터 현행 평균 연금급여 수준을 보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세대 간 갈등을 부르는 국민연금의 개편안의 논의가 계속 있었지만, 그동안 ‘반쪽짜리 수준’으로 비판받아 왔다. 이번 21대 국회 임기 전에 마련한 선택안인 ‘보험료율 13%에 소득대체율 50%로 상향’과 ‘보험료율만 12% 상향’은 국민연금의 ‘개혁’인지 ‘땜빵’인지 많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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