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IC] “GLP-1 유사체, 투약 1년 만에 인지 저하 18%까지 늦춰”
[AAIC] “GLP-1 유사체, 투약 1년 만에 인지 저하 18%까지 늦춰”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4.07.3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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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폴 에디슨 교수, 리라글루타이드 임상 2b상...“뇌 용적 손실 50% 감소”
알츠하이머협회 “알츠하이머병 경과 바꿀 더 많은 옵션이 곧 나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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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병 치료 약물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ucagon-like peptide-1, GLP-1) 유사체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수축을 늦춰 인지 기능 저하를 1년 만에 최대 18%까지 늦출 수 있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

폴 에디슨(Paul Edison)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Imperial College London) 교수는 지난 30일(현지 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진행 중인 알츠하이머 및 치매 분야 세계 최대 규모 국제 학술대회 AAIC(Alzheimer's Association International Conference)에서 이 같은 연구 내용을 공개했다.

AAI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에디슨 교수는 경증 및 중증도 알츠하이머치매 환자 204명을 대상으로 영국 병원 24곳에서 리라글루타이드(Liraglutide)의 임상 2b상 시험을 진행했다.

리라글루타이드는 제2형 당뇨병(T2DM) 치료제인 GLP-1 유사체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삭센다(Saxenda)의 주성분이다.

알츠하이머병 형질전환 모델에서의 전임상 결과에 따르면, 리라글루타이드는 ▲아밀로이드 올리고머(Oligomeric Amyloid) 감소 ▲시냅스 가소성 맟 대뇌 포도당 흡수 정상화 ▲신경 전구세포 증식 증대를 통해 신경 보호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시험은 참가자 중 절반인 102명에게 리라글루타이드 최대 1.8 mg을, 나머지 102명에게는 위약을 12개월(52주)간 매일 피하 주사로 투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모든 참가자는 연구 시작 전후로 뇌 부피와 형태를 측정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MRI)과 포도당 대사 양전자방출단층촬영(FDG PET)을 하고 신경심리검사도 받았다.

그 결과 1차 평가지표인 뇌 피질 영역(해마, 내측 측두엽, 후측 대상회)의 대뇌 포도당 대사율 변화는 충족되지 않았지만, 2차 평가변수인 임상 및 인지 측정 점수 변화와 탐색적 평가변수인 뇌 용적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가 나왔다.

특히 치료 전과 24주, 52주 시점에 진행한 인지 테스트에서 리라글루타이드 투약군이 위약군보다 1년간 인지 저하가 18% 더 느려진 것으로 조사됐다.

MRI 분석 결과에서 투약군은 측두엽과 전체 회백질의 부피가 위약군보다 더 느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3차원 공간모형인 복셀(Voxel, 부피와 픽셀을 합친 조어로 정규 격자 단위값) 기반 형태 측정 분석 결과, 투약군의 전체 피질 회백질과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부피가 위약과 비교해 더 느리게 감소하는 것이 관찰됐다. 이는 알츠하이머병에 영향을 주는 뇌 영역으로,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인지 기능은 기억력, 이해력, 언어 및 공간지각능력에 대한 18가지 테스트의 종합 점수(ADAS-Exec z 점수)로 계산됐다. 52주 치료를 완료한 참가자(투약군 n=79, 위약군 n=87) 중 투약군에서 인지 기능 저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느려진 것이 확인됐다. (p<0.01)

부작용으로는 메스꺼움과 같은 위장 장애가 투약군 전체에서 25.5%로 가장 많이 관찰됐다. 위약군 18명(17.6%)과 투약군 7명(6.9%)은 심각한 부작용을 겪었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A) 로고 / AA 홈페이지
미국 알츠하이머협회(AA) 로고 / AA 홈페이지

 

에디슨 교수는 “뇌 용적 손실이 느린 것은 스타틴이 심장을 보호하는 것과 같이 리라글루타이드가 뇌를 보호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리라글루타이드는 뇌의 염증을 줄이고 인슐린 저항성과 알츠하이머 바이오마커인 아밀로이드 베타 및 타우의 독성 효과를 낮추며, 뇌신경 세포의 통신 방식을 개선하는 등 다양한 메커니즘을 통해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리라글루타이드를 투여한 연구 참가자들의 MRI 측정 결과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및 전체 회백질을 포함한 여러 뇌 영역에서 용적 손실이 거의 50%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마리아 C. 카릴로(Maria C. Carrillo) 알츠하이머협회(AA) 최고 과학 책임자이자 의료 책임자는 “우리는 알츠하이머병에 따른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단계의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 중인 전례 없는 희망의 시대에서 살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경과를 바꿀 수 있는 더 많은 옵션이 곧 나올 것이란 희망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미 다른 질환에 승인된 약물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이전 연구와 실제 사용 중 얻은 데이터 및 경험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번 연구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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