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 로더 ADDF 공동 설립자 별세...‘뷰티 제국’ 넘어 ‘치매 정복’ 앞장서

레너드 A. 로더(Leonard A. Lauder) 알츠하이머병 약물 발견 재단(Alzheimer's Drug Discovery Foundation, ADDF) 공동 설립자이자 회장이 향년 92세로 별세했다.

16일 ADDF에 따르면, 로더는 지난 14일(현지 시간)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숨을 거뒀다.

1933년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화장품 기업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의 창업주인 에스티와 남편 조셉 로더(Joseph H. Lauder)의 장남으로, 지난 수십 년간 다양한 명품 브랜드를 발굴·성장시켜 회사를 최고의 글로벌 뷰티 기업 반열에 올린 경영자로 평가받는다.

고인은 1958년 정식으로 에스티 로더에 정식으로 합류한 이후 아라미스(Aramis), 크리니크(Clinique), 랩 시리즈(Lab Series) 등 주요 브랜드를 직접 출시했고, 맥(M·A·C), 아베다(Aveda), 조 말론 런던(Jo Malone London) 등 굵직한 브랜드 인수합병을 진두지휘해 에스티 로더를 ‘글로벌 뷰티 제국’으로 탈바꿈시켰다.

어머니의 알츠하이머병 투병 경험은 그의 인생 항로에도 영향을 미쳤다. 어머니 에스티는 2004년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1998년 동생 로널드 로더(Ronald S. Lauder·82), 하워드 필릿 박사(Dr. Howard Fillit)와 함께 ADDF를 공동 설립했다.

당시만 해도 알츠하이머병 연구에 대한 자금 지원이 부족하고 민간 부문의 관심이 제한적이던 상황에서 로더 형제는 신약 개발을 위한 혁신적 자선 모델인 ‘벤처 필란트로피(venture philanthropy)’를 도입해 관련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알츠하이머병 신약 개발 연구 자선 기관인 ADDF는 지금까지 총 21개국에서 765개가 넘는 신약 개발 프로그램에 총 3억 7,0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왔다.

또한 제약사와 벤처 캐피털, 정부 기관으로부터 30억 달러 이상 후속 자금을 유치해 마중물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알츠하이머병 진단 분야에서 연속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있다.

ADDF는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자회사인 아비드(AVID)에 투자해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서 최초로 승인받은 알츠하이머병 PET 스캔인 ‘아미비드(Amyvid)’ 개발을 이끌었다.

또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에 쓰이는 혈액 검사 ‘프리시비티AD(PrecivityAD)’를 개발한 C2N 다이어그노스틱스(C2N Diagnostics)에도 투자했다.

최근에는 사상 최초로 FDA 승인을 받은 혈액 검사로, 머지않아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 패러다임을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후지레비오 진단(Fujirebio Diagnostics)의 ‘루미펄스(Lumipulse)’ 개발에 초기 자금을 제공했다.

이와 더불어 빌 게이츠 등 자선가들과의 함께 ‘Diagnostics Accelerator(DxA)’ 프로그램을 만들어 비용이 저렴하고 접근성 뛰어난 진단 도구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치료제 연구에서는 노화 생물학 기반 접근법을 선도적으로 적용해 염증이나 신경보호, 혈관 건강, 시냅스 기능 등 다양한 질병 경로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 후보군 중 약 70% 이상 관여하고 있다.

로더는 1993년 전 부인인 에블린 로더(Evelyn H. Lauder)와도 유방암 연구 재단을 설립해 명예 이사회 의장도 역임했다.

공동 설립자이자 ADDF 최고과학책임자(Chief Science Officer)인 필릿 박사는 “레너드 로더는 동생 로널드와 함께 알츠하이머병 연구 지형을 바꿔 놓았다”며 “그는 알츠하이머병이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처음부터 깨달았다”고 평가했다.

마크 로이트마이어(Mark Roithmayr) ADDF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는 “레너드가 ADDF와 알츠하이머병 연구 분야 전반에 미친 영향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며 “그의 리더십, 관대함, 인류애는 앞으로도 매일 ADDF의 사명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