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바스대 연구진, 웨어러블 EEG 검사 ‘패스트볼’ 개발
520장 이미지 173초간 노출...기억 기능만 특이적 측정
뇌파 모자 착용만으로 3분 만에 경도인지장애(MCI) 환자가 치매 단계로 진행할 가능성을 판별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가 나왔다.
영국 바스대(University of Bath)와 브리스톨대(University of Bristol) 공동연구팀은 가정에서 3분간 뇌파(Electroencephalography·EEG) 검사로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기억력 저하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패스트볼(Fastball)’이라는 이름의 이 검사법은 ‘고속 주기적 시각 자극(Fast periodic visual stimulation·FPVS)’ 기술을 활용해 뇌파 변화를 측정한다. 사용자가 모자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고, 화면에 빠르게 제시되는 이미지를 무의식적으로 바라보는 동안 나타나는 뇌파 반응을 포착해 기억 장애 여부를 판별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2021년부터 이 기술을 활용해 경도인지장애를 앓는 이들이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지 예측하는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진행해 왔다.
연구 대상자로는 영국 남서부 기억 클리닉에서 경도인지장애 환자 53명과 건강한 고령자 54명이 각각 모집됐다. 연구팀은 참가자에게 미리 선택된 8장의 희귀 이미지(oddballs)를 3초씩 보여주고 이름을 말하게 했다. 이후 각 이미지와 매칭해 이전에 보지 못한 방해 이미지(foils)를 섞어 제시하고 좌우 화살표 키를 사용해 방금 본 이미지를 고르도록 했다. 오답을 선택하면 정답을 고를 때까지 다음 이미지로 넘어갈 수 없게 했다.
다음으로는 416장의 표준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4장마다 1장씩 희귀 이미지를 끼워 넣었다. 단, 희귀 이미지는 연속되지 않게 무작위로 각각 13회씩 제시됐다. 연구팀은 이런 방식으로 총 520장의 이미지를 173초간 노출하면서 뇌가 반복 자극(3Hz)과 희귀 자극(0.6Hz)에 각각 어떻게 반응하는지 기록했다.
참가자들의 주의력 저하를 막기 위해 화면 중앙의 십자가가 빨간색으로 변할 때 키를 누르는 과제가 전체 진행률의 10% 정도 추가됐고, 반응 속도와 정확도도 함께 측정됐다. 검사 직후에는 전에 본 이미지와 의미·형태가 유사한 그림(lures)이 짝을 이룬 선택 과제를 수행하게 해 정확히 기억해 내는지 평가했다.
연구 결과, 기억상실형 경도인지장애군이 비기억상실형 환자군과 건강한 대조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낮은 패스트볼 반응을 보였다. 신경심리검사에서는 주의력과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지 않았지만, 기억 점수와는 밀접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패스트볼이 기억 기능만을 특이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1년 후 추적검사를 진행한 결과, 치매로 진행한 6명의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기준선에서 더 낮은 패스트볼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검사법은 전통적인 신경심리 평가에서 수행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교육, 발달, 불안, 언어, 문화 편향의 교란을 피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브레인 커뮤니케이션즈(Brain Communications)’에 실렸다.
한편, 연구팀은 오는 2027년 7월까지 패스트볼을 상용 제품으로 개발해 국민보건서비스(NHS) 전체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Source
George Stothart, Sophie Alderman, Oliver Hermann, Sam Creavin, Elizabeth J Coulthard, A passive and objective measure of recognition memory in mild cognitive impairment using Fastball memory assessment, Brain Communications, Volume 7, Issue 5, 2025, fcaf279, https://doi.org/10.1093/braincomms/fcaf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