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고위급 회의서 선언문 발표...글로벌 공중보건 의제 격상
치매가 지난 25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제4차 유엔 고위급 회의(The Fourth UN High-level Meeting·HLM4)에서 주요 비감염성 질환(NonCommunicable Diseases·NCD)으로 처음 인정됐다.
HLM4는 특히 2030년 이후를 목표로 정신 건강과 웰빙 증진을 위한 새로운 비전을 선언문(Political Declaration)에 담아 발표했다.
다만, 각국 대표단이 5개월간 검토를 거쳐 작성된 선언문은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지지에도 미국이 반대하면서 최종 승인이 미뤄졌다.
유엔 고위급 회의서 선언문 발표...핵심 공중보건 의제 격상
이번 선언문에서 정신 건강 문제는 ‘4대 비감염성 질환’(▲암 ▲심혈관질환 ▲당뇨병 ▲만성호흡기질환)과 함께 핵심 공중보건 의제로 처음 격상됐다. 선언문은 알츠하이머병 등 질환에 따른 치매를 비롯해 뇌졸증 후유증, 파킨슨병 등의 공중보건적 심각성을 언급했다.
비감염성 질환은 장기간 지속되는 만성적인 질병으로, 2011년 유엔 고위급 회의에서 국제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어 2014년 회의에서는 비감염성 질환의 예방·치료가 보편적 의료보장의 핵심 요소로 선정됐다. 2018년에는 정신 건강 문제를 함께 다루는 통합적 접근이 제안됐다.
반면, 치매는 그동안 비감염성 질환에 포함되지 않아 공중보건 정책 우선순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이번 선언을 통해 치매가 국제사회에서 주요 공중보건 문제로 인식되면서, 예방·진단·관리 전 과정에 걸쳐 다른 비감염성 질환과 동등한 수준으로 다뤄질 수 있게 됐다.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WHO)는 2017년 ‘Global action planon the public health response to dementia(2017-2025)’를 발표하며 치매 환자와 가족이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돌봄과 지원을 받도록 국가 차원에서의 행동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국제단체인 알츠하이머병 인터내셔널(Alzheimer’s Disease International·ADI)은 이날 성명을 통해 선언문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ADI가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 따르면, 치매는 오는 2040년까지 세계 사망 원인 3위로 부상할 전망이다. 또한 2050년에 이르면 전 세계 치매 환자 수가 1억 3,9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다른 주요 비전염성 질환과도 위험 요소를 상당 부분 공유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파올라 바바리노(Paola Barbarino) ADI CEO는 성명을 통해 “이번 선언을 통해 치매와 비전염성 질환 공동체가 연대해 치매 문제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해야 한다”며 “치매 발병은 최대 45%까지 늦추거나 예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래 유병률을 줄여 치매 환자와 가족의 삶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총회 본회의에 참석한 정은경 장관이 일차의료시스템의 중요성에 대해 발언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비감염성 질환과 정신 건강 문제가 저소득층·장애인·고령층과 같은 취약 집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노력뿐 아니라 전 세계의 통합적 행동과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