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공동연구진, 신경세포 축삭 끝 액틴과의 결합구조 규명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을 일으키는 원인 단백질로 알려진 헌팅틴(Huntingtin)이 신경세포 축삭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헌팅틴은 주로 세포 내 소포 운반을 돕는 단백질로만 알려져 왔다.
송지준 카이스트(KAIST) 생명과학과 교수를 비롯해 파리 뇌 연구원(Paris Brain Institute), 스위스 연방공대(EPFL) 등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헌팅턴병은 유전적으로 반복되는 CAG 염기서열이 헌팅틴 유전자에 비정상적으로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진행성 신경퇴행 질환으로, 운동 장애와 인지 기능 저하, 정신적 증상을 동반한다.
연구팀은 쥐의 뇌세포에서 헌팅틴을 제거했을 때 신경세포 돌기가 제대로 뻗지 못하고 성장 끝부분(성장 원뿔)의 구조가 흐트러지는 현상을 확인했다.
특히 헌팅틴은 세포 안에서 미세소관과 신경 돌기를 지탱하는 액틴(F-actin) 단백질에 직접 결합해 다발 형태로 가지런히 묶이도록 직접 조직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자현미경 관찰에서는 액틴이 단독으로 있을 때 가느다란 섬유 형태인 반면, 헌팅틴과 공존할 경우 규칙적인 교차 다리(cross-bridge)를 가진 다발 구조로 정렬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구조적으로는 헌팅틴의 N-HEAT와 다리 영역이 액틴 세 단량체에 직접 결합해 안정적으로 연결되는 과정에서 C-HEAT 도메인은 밀려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리 영역의 아미노산(Basic2)이 액틴과의 결합에서 꼭 필요한 고리 역할을 하는데, 이 부분이 손상되면 헌팅틴은 액틴에 붙지 않았다.
연구팀은 헌팅틴이 없는 신경세포에도 N-B 단편만 투입하면 액틴 다발화가 유지돼 축삭 성장이 회복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폴리글루타민(polyQ)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진 헌팅틴도 정상 단백질처럼 액틴에 잘 결합하고 다발 형성 능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헌팅턴병이 액틴의 결합력 자체보다 그 이후 과정에서 세포 기능 조절에 문제가 생겨 병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송 교수는 “이번 성과는 헌팅턴병 발병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세포골격 관련 질환 연구에도 파급 효과가 클 것”이라며 “세포 분열, 이동, 기계적 신호 전달 등 다양한 생명 현상에서 헌팅틴 단백질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9일(현지 시간) 국제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실렸다.
Source
Rémi Carpentier et al. ,Structure of the Huntingtin F-actin complex reveals its role in cytoskeleton organization.Sci. Adv.11,eadw4124(2025).DOI:10.1126/sciadv.adw4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