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림 대표, 사고 나흘 만에 사내 사과문 공지...“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총력”
사측, ‘무단열람·외부공유’ 지적...노조 “회사가 개보위 신고 안해, 공익적 판단”
허술한 보안 관리로 개인신상 노출...임직원 마음건강 상담 기록 ‘징계’ 폴더에?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 삼성바이오로직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내 정보망에 전 직원의 인사정보가 공개된 사건을 두고 회사와 노동조합의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노조는 지난 6일 회사 인사팀(피플팀) 폴더가 전산 작업 과정에서 전 직원이 접근할 수 있는 상태로 방치돼 있었으며, 이를 노사담당 임원에게 통보했으나 회사가 축소·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노조는 지난 9일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고했다.

문제가 된 폴더에는 임직원 신상정보뿐 아니라 핵심 인력 및 저성과자(하위평가자) 관리 정책, 고과 비율 등 민감한 인사 문건과 함께 삼성전자 사업지원실 직원과의 대화 기록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존 림 대표, 사고 나흘 만에 사내 사과문 공지...“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총력”

존 림 대표는 10일 사내 공지를 통해 ”임직원 여러분들의 추가 피해 발생 예방 및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사과문을 올렸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지 나흘 만이다.

그는 “6일 오후 8시 40분께 고과, 승격 등 임직원 비공개 정보와 회사 경영정보 다수가 해당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임직원들도 열람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고객사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 주요 정보는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며 “임직원 개인정보가 사외로 유출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외부 유출 가능성을 감안해 9일 해당 기관에 신고했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이 같은 사실을 외부로 알린 노조 측을 ‘무단 열람’의 당사자로 겨냥했다. 존 림 대표는 “자료를 무단 열람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료 삭제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아직 일부 인원이 회사의 자료 회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들이 일부 자료를 외부에 공유하면서 자의적 판단에 따라 회사가 특정 직원에게 불이익을 주려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회사 경영 및 인사정보를 외부에 공유하는 행위가 회사 이익 및 직원들의 권리를 크게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측, ‘무단열람·외부공유’ 지적...노조 “회사가 개보위에 신고 안해, 공익적 판단”

반면, 노조는 전혀 다른 입장을 내놨다. 노조는 1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지난 6일 공유 폴더 이관 작업을 점검하던 중 중대한 사실을 발견했다”며 “인사팀의 공용 폴더가 ‘전체 공개’ 권한으로 설정돼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상태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더 이상의 개인정보 유출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공익적 판단하에 회사에 이 사실을 알렸다”며 “제보하기 전까지 회사는 유출된 사실조차 몰랐다”고 반박했다.

또한 회사가 “‘개인정보 유출이 아니다’라는 자의적 판단으로 개보위에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 폴더에서 유출된 문건 /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사 폴더에서 유출된 문건 /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

허술한 보안 관리로 개인정보 노출...임직원 마음건강 상담 기록이 ‘징계’ 폴더에?

이번 사건을 통해 회사의 운영 체계나 대응 방식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특히, 주민등록번호나 연봉, 고과 등 중대한 개인정보가 비밀번호조차 걸리지 않은 채 노출될 정도로 보안 관리가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태 대응도 미흡했다. 회사는 이번 사건을 ‘유출’이 아닌 ‘무단 열람’으로 축소하고, 신고를 미루는 등 미심쩍은 행태를 보였다.

임직원의 정신 건강을 위해 운영 중인 ‘마음건강 상담소’ 또한 논란에 휩싸였다.

상담소를 이용한 직원들의 기록이 인사팀의 ‘징계’ 폴더에서 발견되면서, 이용자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노조는 “‘마음 건강에 문제가 인력은 장기적으로 회사와 함께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비인권적 코멘트가 포함된 사실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입장문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 입장문

삼성전자 사업지원실의 관계사 인사 관리 개입 정황도 감지됐다. 사업지원실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직속 조직으로, 2017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해체된 미래전략실의 역할을 이어받아 그룹 경영을 조율하는 사실상 ‘컨트롤 타워’로 알려져 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는 사업지원실 직원이 메신저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사 업무에 직접 관여하거나 의견을 제시한 흔적이 남아 있어, 그룹 차원의 관계사 경영 개입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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