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행동증상에 병원 찾아 삼만리…치매환자 기피 심각
이상행동증상에 병원 찾아 삼만리…치매환자 기피 심각
  • 조재민 기자
  • 승인 2019.04.22 16: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증상에 따른 치매환자 가려받기 분위기 자성해야”

A 여성환자는 파킨슨병이 동반된 치매환자다. 그는 새로운 요양병원을 찾아다니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 요양병원에서 성적인 이상행동 증상을 보여 쫓겨났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성기를 만지는 성적접촉부터 요양보호사나 요양원 측에서 본인을 죽이거나 돈을 뺏고 자녀들을 위협한다는 피해망상 증세까지 보이고 있다. 

이전 병원에서는 퇴원 조치를 당했고, 재차 찾은 다른 요양병원도 증상이 심하면 받아주지 않겠다고 미리 선을 그어 재차 쫓겨날 가능성도 큰 상태다. 

이처럼 이상행동증상에 따라 기피환자로 낙인 찍혀 상당수의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는 게 의료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다양한 이상행동증상이 발생하는 치매환자를 편의에 따라 차별해 입원시키는 일부 요양병원들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환자는 증상에 따라 행동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데 치매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부족할 경우 치매환자를 이해하는 진정한 케어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치매환자가 보이는 성적 이상행동은 음담패설을 하거나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부적절한 접촉을 시도하는 경우,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거나 자위행위를 하는 경우, 배우자가 아닌 사람을 배우자로 착각하고 성적 행동을 하는 경우 등이 포함된다.

일반적으로 치매로 인한 뇌의 특정 부위 손상, 약물에 의한 성적 충동 강화, 시각 및 청각 장애로 인한 성적 환상 등의 신체적 이유가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환자의 기억력과 신체기능이 저하되는 것에 대한 보상심리, 치매가 진행됨에 따라 상실하게 되는 타인과 접촉과 친밀감에 대한 보상 심리 등의 심리적 이유가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성적 이상행동 건상상태와 무관…적절한 대처요구 

충남대 간호학과 박명화 교수는 ‘성적 이상행동에 대한 대처’를 통해 성적 이상행동 치매 환자 등에 순발력 있는 적철한 대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박명화 교수는“성적욕구는 보행을 할 수 없거나 반신마비의 와상상태인 경우에도 표출되며 건강상태와도 무관하다”며 “성적인 표출 방법이 다양하게 나타나므로 환자를 돌보는 사람들이 순발력 있게 적절히 대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치매환자는 기억력의 감소와 행동 변화로 인해 스트레스를 가지게 되고 공포, 불안, 걱정, 우울, 분노 등의 감정이 흔히 나타나 때로는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치매환자를 돌보는 배우자 또한 환자의 계속되는 요구에 지치게 되고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멀어지게 될 수 있으며, 건강한 배우자는 치매환자와 성적 관계를 가지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거나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치매노인의 성적이상행동에 영향 요인 잘 알아야”

성적이상행동에 대한 영향 요인을 알기 위해서는 신체적 원인과 심리적 원인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체적 원인의 경우 인간의 뇌에서 성적 욕구를 주로 관장하는 특정 부위의 신경경로에 이상이 생기면 성적 욕구나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이에 다양한 성격변화와 함께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이 발생할 수 있으며, 욕구를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을 상실하기 때문에 자신의 성적 욕구도 조절할 수 없게 된다.

약물 또한 성적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데 파킨슨 질환 치료제나 알코올, 신경안정제 계통의 약물은 특히 성적 충동을 강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치매환자의 부적절한 성적 행위의 또 다른 원인으로 신체적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변이 나오는 부위의 감염이나 질염 등의 비뇨기계 문제가 있는 환자의 경우 회음부가 가려워 긁으려고 하는 행위가 부적절한 성적 행위로 잘못 인식되는 경우도 많다.

심리적 원인의 경우 현재의 성적 행동이나 관심은 과거의 성적 행동이나 관심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다. 

치매환자는 본인이 느끼는 외로움, 소외감, 고독감 등 치매로 인한 정서적 감정들을 신체적 접촉을 통해 보상받으려 할 수 있어 사회적으로 수용되지 않는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성격 변화에 대한 대응…다양한 방법 동원

박 교수는 성적이상 행동증상을 보이는 치매환자를 위해 함께 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제시하고 있다.

간단하게는 포옹이나 손을 잡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애정을 표현하고 치매 배우자의 부적절한 성행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부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을 받도록 조언한다.

특히 요양병원 등에서 약물의 신중한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신경안정제나 진정제 계통, 혹은 성욕을 억제시키는 성분의 약을 최후의 수단으로 쓰는 경우도 있으나 치매환자의 부적절한 성적 행동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다른 중재법이 효과가 없을 때 심리적 방법과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증상에 따라 ▲돌봄자는 환자가 다른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할 것 ▲일시적 환경이 원인이라면 환경을 변화(날씨가 덥거나 장소를 목욕탕 혹은 화장실로 착각해 옷을 벗는 것)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조용한 곳에서 환복 ▲더욱 관심을 보여주는 등의 행동을 통해 환자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 충족 ▲공공장소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남자환자의 경우에는 지퍼가 없는 바지를 입힌다거나 다른 흥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등으로 대처할 수 있다.

A 신경과 전문의는 치매환자 증상에 따라 환자를 선별적으로 받는 것은 상당히 문제가 있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전문의는 “치매환자를 선별적으로 가려 받는 것은 환자 당사자나 가족들 모두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것”이라며 “환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최선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진정한 치매국가책임제의 실현을 위해서는 치매환자를 치료하고 보살필 의사들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다시금 기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