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경기 호르몬치료 치매 안전성 이상무? "일부 위험"
폐경기 호르몬치료 치매 안전성 이상무? "일부 위험"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10.1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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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경기 HRT 70만명 대규모 조사, 일부 병용조합서 위험성 증가해   

폐경기 증상 완화에 빈번히 시행되는 '호르몬대체요법'이 노년기 치매 발생 위험을 늘리지 않는다는 최신 안전성 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에서 진행된 70만 명 이상의 대규모 환자-대조군연구(case-control study) 결과를 근거로 한 것인데, 여성들이 호르몬대체요법에 장기간 노출되지 않는 이상 전반적인 치매 발생 위험은 증가하지 않는다는 결과지가 제시된 셈이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론 논란도 남겼다. 호르몬요법 중에서도 에스트로겐(estrogen)과 프로게스틴(progestin) 병용요법에 오랜기간 노출될 경우, 치매 발생 위험이 20% 가까이 상승하며 일부 관련성을 시사해 귀추가 주목되기 때문. 

최근 의료계에 따르면, 폐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호르몬대체요법(hormone replacement therapy, 이하 HRT)의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물이 국제 학술지 BMJ 2021년 9월 30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책임저자인 영국 노팅엄대학 Yana Vinogradova 교수는 논문을 통해 "지난 20년간 여성 폐경기 호르몬대체요법과 관련한 치매 발생 문제에는 논란이 많았다"고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결과를 짚어보면 폐경기 호르몬요법은 전반적으로 안전성을 보였다"면서도 "하지만 호르몬 치료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향후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에는 일부 상관관계를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병용조합을 5년 이상 장기간 사용한 경우 이 같은 연관성이 두드러진 것이다. 이는 프로게스틴과 결합된 에스트로겐이 뇌의 노화과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존 의견과도 일치했다.

연구팀은 "폐경기 증상과 유사한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증세로 고통받는 여성들은 다른 여성들에 비해 호르몬치료를 더 오래 지속했을 수도 있다"며 "폐경기 호르몬대체요법을 장기간 사용하는 데 따른 치매 발생과의 연관성은 앞서 보고된 유방암 위험 증가와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스트로겐+프로게스틴 병용 10년 이상 노출 "치매 위험 20% 육박"

폐경기 호르몬대체요법에 치매 발생 위험 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난 2003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논란을 키웠던 '여성건강기억연구(Women's Health Initiative Memory Study)' 데이터에 따르면, 65세 이상 여성에서 에스트로겐과 합성 프로게스테론 호르몬제제인 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 아세테이트(medroxyprogesterone acetate, 이하 MPA)를 평균 4년간 병용치료한 경우 모든 원인에 기인한 치매 발생률(incidence of all-cause dementia)은 두 배 늘었다고 보고했다.

그런데, 비교적 최근에 진행된 핀란드 연구에서는 "호르몬대체요법의 치매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상충된 의견을 내놓으며 논란을 지속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살펴보면, 영국 일차의료기관에 등록된 70만 명 이상의 QResearch 및 CPRD 환자 의무자료를 분석했다.

대상이 된 55세 이상 11만 8,501명은 폐경기 호르몬대체요법을 시행 중인 인원이었다. 이들은 1998년~2020년 사이에 치매를 진단받은 경우였다. 치매를 진단받지 않은 49만 7,416명을 대조군으로 설정해 비교 평가를 시행했다. 분석에는 가족력 및 흡연, 알코올 습관, 기타 처방약 등과 같은 다양한 인자들이 고려됐다.

이후 전체 1만 6,291명(14%)의 치매 환자군과 6만 8,726명(14%)의 대조군이 진단 전 최대 3년간 폐경기 호르몬대체요법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호르몬대체요법과 치매 발생 위험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 사용된 호르몬 유형을 비롯해 투약 용량, 제형, 치료기간 등과도 관련이 없었다. 

실제 일부 하위분석 결과에서는, 10년 이상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을 받은 80세 미만 여성들 일부의 경우 치매 위험이 15% 감소하는 경향성을 보고하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호르몬대체요법 중에서도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병용요법에서는 치매 발생 위험이 다소 상승하면서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분석 결과, 해당 병용요법의 치료기간에 따라 위험도가 일부 증가한 것이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 병용요법을 5년~9년간 시행한 경우 위험도는 11%, 10년 이상 시행한 인원에서는 위험도가 19% 증가했다.

이는 여성 인구 1만 인년(woman-years)당 각각 5건 및 7건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이번 연구는 영국 국립보건연구소(U.K.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Research School for Primary Care Research) 지원으로 이뤄졌다.

<논문>Vinogradova Y, Dening T, Hippisley-Cox J, Taylor L, Moore M, Coupland C et al. Use of menopausal hormone therapy and risk of dementia: nested case-control studies using QResearch and CPRD databases BMJ 2021; 374: n2182 doi: 10.1136/bmj.n2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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