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 '뉴로그라닌·알파-시뉴클레인' 주목 이유?
알츠하이머병 '뉴로그라닌·알파-시뉴클레인' 주목 이유?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1.11.17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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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 바이오마커 가능성 분석 결과 공개 

알츠하이머병의 새 바이오마커로 '뉴로그라닌(neurogranin)'과 '알파-시뉴클레인(alpha-synuclein)' 조합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지금껏 해당 지표와 퇴행성 뇌신경질환들에는 연관성이 속속 밝혀지는 상황이었는데, 최신 연구를 통해 진단 및 모니터링 지표로서의 활용 가능성에도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알츠하이머병의 진단 및 모니터링에 있어 뉴로그라닌과 알파-시뉴클레인의 역할을 파악한 임상 결과가 국제 저널 Laboratory Medicine 52호에 게재됐다.

일단 뉴로그라닌은 주로 뇌에서 발현되는 칼슘결합단백 칼모듈린(calmodulin)에 결합하는 단백질로 알려졌다. 칼모듈린의 가용성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한편, 신경세포간 정보전달의 구조와 기능이 지속적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시냅스 가소성(synaptic plasticity) 및 기억, 학습 중추 등을 담당하는 것으로 조사된다. 

최근들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척수액(CSF)내 뉴로그라닌 수치가 일반 건강한 인원에 비해 높게 보고되면서, 새로운 바이오마커로서의 가능성도 함께 조명받는 상황인 것이다.

더불어 알파-시뉴클레인의 경우도 얘기는 다르지 않다.

실제 학계에서는 신경 뉴런과 기타 각종 세포 내부에 존재하는 알파-시뉴클레인의 과도한 응집반응이 파킨슨병 및 루이 소체 치매 등 다양한 퇴행성 신경질환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서 알파-시뉴클레인은 세포에서 세포로 전달되어 뉴런의 기능부전 및 손상을 유발시키고, 파킨슨병 발병으로까지 이어지게 만드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때문에 뇌 실질에서 이러한 알파 시뉴클레인의 응집을 줄이는 것이 파킨슨병을 비롯한 루이 소체 치매, 다계통 위축증(multiple system atrophy, 이하 MSA) 등의 발병과 진행도 어느 정도 감소시킬 것으로 생각하는 이유였다.

지금껏 보고된 유전자적 관점의 연구 결과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에 따르면, 알파 시뉴클레인 N-말단 부위의 점 돌연변이(A53T, A30P, E46K 등 포함)가 생기거나 유전자 복제 및 삼중 복제에 의한 WT 단백질의 과발현이 아밀로이드 생성을 유도한다. 동시에 알파 시뉴클레인 중합체(oligomer) 및 원시섬유(protofibril) 응집체들이 만들어진다고 보고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의 바이오마커로서 뉴로그라닌과 알파-시뉴클레인의 진단적 가치를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가능성 확인 "민감도 및 특이도 높아"…국내서도 뉴로그라닌 지표 주목 연구 진행

연구를 살펴보면, 알츠하이머병을 가진 인원과 없는 인원(대조군)을 대상으로 코호트 비교 연구를 시행했다. 뇌척수액내 뉴로그라닌과 알파-시뉴클레인의 수치 분석에는 현재 가장 널리 이용되는 면역정량분석법인 효소면역정량법(enzyme-linked immunosorbent assays, 이하 ELISA)을 이용해 민감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연구팀은 몇 가지 관점에서 뉴로그라닌과 알파-시뉴클레인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단 뇌척수액내 뉴로그라닌 및 알파-시뉴클레인 농도가 알츠하이머병의 핵심적 바이오마커로 연관성을 제시했다는 것과, 이러한 뇌척수액내 뉴로그라닌, 알파-시뉴클레인, 전체 타우(total tau, 이하 tTau) 및 인산화 타우(phosphorylated tau, 이하 pTau) 수치 사이에는 유의한 상관관계가 포착됐다는 대목이다. 

특히, 특정 지표의 민감도와 특이도를 파악할 수 있는 수신자조작특성(Receiver operating characteristic, 이하 ROC) 곡선 분석상에서도 뉴로그라닌의 알츠하이머병 진단 정확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이유에서였다.   

실제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을 가진 인원에서는 대조군 대비 뇌척수액내 뉴로그라닌과 알파-시뉴클레인의 수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뉴로그라닌의 경우 tTau 및 pTau와도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저하와도 연관성을 가졌다"고 보고했다.

이와 관련, ROC 분석 결과 뉴로그라닌은 컷오프 값(cutoff point) 306 pg/mL 지점에서 알츠하이머 진단 정확도가 좋게 나왔다. ROC 곡선의 하위영역을 뜻하는 AUC (Area under the Curve) 지표의 경우,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84.2%, 78%로 분석됐다.

책임저자인 이탈리아 팔레르모대학 임상생화학연구소 Luisa Agnello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신경 시냅스 손상과 관련한 두 가지 바이오마커로 뉴로그라닌과 알파-시뉴클레인의 잠재적 역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CSF 내 뉴로그라닌 수치 모니터링이 중요해질 것"이라며 "추후 모집 샘플을 늘려 대규모 인원에서 확증적 연구가 필요하다. 알츠하이머 진단과 인지저하 환자의 모니터링에 활용될 가치가 있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도 알츠하이머병에 뉴로그라닌의 역할을 조명한 연구가 3년전 발표된 바 있다. 건양대의대 알츠하이머병 연구실은 2018년 3월 23일자 Experimental and Molecular Medicine 온라인판에 뉴로그라닌과 알츠하이머병의 연관성을 보고한 것이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기억력이 나빠진 쥐의 해마에서 뉴로그라닌이라는 단백질이 감소되고, 이러한 감소를 인위적으로 증가시켰을 때 인지능력이 정상으로 회복됐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의 인지기능 장애 원인이 뉴로그라닌의 감소임을 발견했다"며 "뉴로그라닌을 증가시킬 수 있는 환경 및 두뇌훈련, 외부자극, 약물, 유전자 치료법 등을 찾아낸다면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을 개선하는 치료법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논문> Agnello L, Gambino CM, Lo Sasso B, Bivona G, Milano S, Ciaccio AM, Piccoli T, La Bella V, Ciaccio M. Neurogranin as a Novel Biomarker in Alzheimer's Disease. Lab Med. 2021 Mar 15;52(2):188-196. doi: 10.1093/labmed/lmaa062. PMID: 32926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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