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여만 명 노인, 난청으로 고통…현대 의학 도움받아야
270여만 명 노인, 난청으로 고통…현대 의학 도움받아야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7.27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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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한 난청, 인지기능 저하하고 치매 발생률 1.8~4.9배 높여

보청기가 유일한 난청 치료법 … 정부 지원 전혀 없어
난청이 인지기능을 저하시켜 치매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난청이 인지기능을 저하시켜 치매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나이가 들어 달팽이관 신경세포의 변화로 청력이 떨어지는 것이 노인성 난청이다. 청력의 감소는 30대부터 시작되며 진행 정도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노인성 난청은 노인 인구의 30% 정도에서 발견되는 흔한 질환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지난해 처음으로 900만 명을 돌파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65살 이상 고령인구는 901만 8,000명이다. 따라서 270여만 명 노인이 난청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관계 전문가는 난청이 심해지면 사회적으로 고립되거나 심리적인 부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른 시일 안에 정확한 검사를 받고 현대 의학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난청과 치매 사이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검증됐다. 대한이과학회가 12개국 30여 개의 난청과 인지 저하와 관련된 논문들을 메타 분석한 결과, 난청이 인지기능의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와 국립노화연구소가 600여 명의 노인을 관찰한 연구에서 노인성 난청은 정상일 때에 비해 치매 발생률이 1.8배~4.9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 발표된 대한민국 국민건강영양 조사에서도 난청과 인지기능의 연관성이 보고됐다. 조사 결과, 난청이 인지기능을 저하시켜 치매 발생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각종 연구에서 난청은 치매 발생에 유의한 예측인자로 지목되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난청이 심각할 경우 인지 부하를 증가시키고, 이는 뇌 구조 변화에 따른 인지기능 저하로 연결되면서 치매 발생률을 늘린다고 주장한다.

치매는 뇌 기능의 손상으로 인지기능 저하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청력 손실을 방치하게 되면 치매 발생률이 높아지는데, 그 이유는 뇌 피질에 소리 자극이 감소해 청각을 담당하는 뇌 피질 수축이 생겨 인지기능도 함께 떨어지는 것이다. 

난청의 치료 방법은 없다. 보청기가 유일한 난청 치료 방법인 셈이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청각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이뤄지지만 65세를 기준으로 한 노화성 난청 인구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청각장애 1, 2, 3급 판정을 받은 인원은 5만 604명, 청각장애 4, 5, 6급은 10만 8,503명으로 여기서 제외된 40만 9,000여 명(72%)이 보청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조기에 청력 재활을 받지 못하면 노화성 난청은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사회적 비용 증가를 초래하기 때문에 노인 청각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보청기를 구매할 때 지원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대한이과학회는 지난해 ‘제64차 대한이과학회 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생애 전환기 난청검진사업 및 노인 보청기 지원 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의료기관이 아닌 순수 민간단체인 한국치매교육협회는 청력검사지원사업과 강연을 통해 우회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관계 전문가는 보청기가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보청기 급여화’와 ‘생애 전주기 난청 관리 체계 구축’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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