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지급권 포함 총 8,200억 규모...올 하반기 임상 2상 예정
노바티스도 TREM2 작용제 임상 돌입...알렉터·애브비는 지난해 ‘고배’
프랑스계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Sanofi)가 미국 바이오텍 기업 ‘비질 뉴로사이언스(Vigil Neuroscience, 이하 비질)’를 총 4억 7,000만 달러(한화 약 6,500억 원)에 인수하며 알츠하이머병 신약 파이프라인을 강화한다.
사노피는 지난 21일 비질의 보통주 전량을 1주당 8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오는 3분기 중에는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계약에는 기존 주주들이 비질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VG-3927이 첫 상업 판매를 달성할 때 1주당 2달러를 추가로 받을 수 있는 조건부 지급권(Contingent Value Right, CVR) 조건도 포함됐다. CVR 가치까지 더하면 계약 규모가 총 6억 달러(약 8,200억 원)에 이른다.
단, 비질이 개발 중이던 성인 발병 백질뇌병증(Adult-onset leukoencephalopathy with axonal spheroids and pigmented glia, ALSP) 항체 신약 후보물질 ‘일루자네바트(Iluzanebart, VGL101)’는 원개발사인 암젠(Amgen)에 라이선스를 반환하기로 하면서 이번 인수에서 제외됐다.
VG-3927은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의 TREM2(Triggering Receptor Expressed on Myeloid cells 2)를 표적으로 하는 경구용 소분자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다.
미세아교세포는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인 아밀로이드 베타(Aβ)나 타우(Tau) 단백질을 제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TREM2는 주로 뇌 속 미세아교세포 표면에서 발현되는 수용체로, 신호 전달을 매개해 신경세포의 과활성화를 억제하는 등 다양한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VG-3927은 TREM2에 결합해 내부화를 유도하고, 세포외 도메인의 절단을 막아 가용성 TREM2(sTREM2)의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올해 알츠하이머병 및 파킨슨병 국제 학술대회(AD/PD 2025)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VG-3927은 총 115명(투여군 89명, 알츠하이머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에서 1일 1회 25mg 용량 투여군의 뇌척수액(CSF) 내 sTREM2 수치가 최대 50%까지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VG-3927의 혈장 대 뇌척수액 농도 비율이 0.91로 측정되면서 뇌혈관장벽(BBB)을 효과적으로 통과해 중추신경계(CNS)로 침투했다고 보고했다.
사노피는 올해 하반기 25mg 용량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 대상 임상 2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한편, 경쟁사인 스위스계 제약사 노바티스(Novatis)도 TREM2 표적 항체 신약 후보물질인 VHB937을 다양한 적응증으로 개발 중이다.
노바티스는 지난해 10월부터 초기 근위축 측삭경화증(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ALS, 루게릭병 Lou Gehrig disease) 환자를 대상으로 4주마다 1회(30mg/kg) VHB937를 정맥 투여하는 임상 2상(ASTRALS)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노바티스가 올해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ASTRALS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노바티스가 지난달 발표한 1분기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알츠하이머병을 적응증으로 하는 VHB937의 임상 2상이 시작될 예정이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TREM2 작용제 기전과 임상적 효능 사이의 연관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미국 알렉터(Alector)는 애브비(AbbVie)와 공동 개발한 TREM2 표적 항체 치료 후보물질 ‘AL002’가 지난해 임상 2상(INVOKE-2) 시험에서 1차 평가지표(CDR-SB) 달성에 실패했으며, 2차 평가지표나 바이오마커들에서도 유의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