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발언에 효율성 넘어선 인권·사회적 인식 논란 가열
6월 30일 제랄드 다르마냉 프랑스 내무‧법무장관은 RTL 라디오 인터뷰에서 극심한 교도소 과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폐쇄된 노인요양시설을 재소자 수용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다르마냉 장관의 발언은 현재 프랑스 교도소가 설계 수용 인원을 훨씬 초과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나온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교정 시설은 약 6만 2,5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나, 현재 수감자 수는 약 8만 3천여 명으로, 전국 평균 수용률은 130%를 넘는다. 특히 남부 지역 일부 교정 시설의 수용률은 200%를 초과하는 등 심각한 과밀 상태다.
다르마냉 장관은 독일과 스페인 등 인접 국가의 교도소를 임차해 외국에 수감자를 보내는 방안도 함께 검토 중이라고 RTL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급했다.
프랑스 정부는 새로운 교정 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완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감자는 매 분기 약 1천 명씩 증가하고 있어, 당장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기존 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노인요양시설이 대체 공간으로 언급된 것으로 분석된다.
다르마냉 장관의 발언 직후, 관련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즉각적인 반발이 터져 나왔다. 프랑스 요양시설 업계는 노인요양시설이 교도소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강화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2035년까지 예상되는 노인 인구 증가로 인한 요양시설 부족 문제까지 고려할 때 이러한 제안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법조계 역시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프랑스 헌법상 교정 시설 운영은 국가의 고유 사법 권한에 해당하며, 이를 외국에 위임하거나 요양시설과 같은 민간 용도의 공간을 교정 시설로 전환하려면 사법적 주권 양도에 대한 법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정부는 이전에 외국인 수감자를 출신 국가로 추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등 교도소 과밀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일각에서는 형 집행 자체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등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휴 노인요양시설, 다양한 활용 가능성과 사회적 함의
프랑스의 사례처럼 노인요양시설을 재소자 수용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은 다소 이례적이지만, 유휴 요양시설을 다른 용도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국내외에서 꾸준히 논의됐다. 이는 요양시설이 갖춘 방 단위의 개별 공간, 화장실, 공용 식당 및 활동 공간 등 주거와 집단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반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프랑스나 한국에서 요양시설, 호텔, 연수원 등이 생활치료센터나 임시 격리 시설로 전환된 적이 있으며, 지역 인구 변화나 수요 감소로 문을 닫은 곳은 일반 주거 시설, 공공 임대 주택, 복지관, 직업 훈련원 등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티 시설로 탈바꿈하기도 했다.
이러한 재활용은 공간 효율성과 함께 변화하는 사회적 수요에 기존 인프라를 유연하게 적용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시설의 물리적 특성만을 고려하여 목적을 전환할 경우, 기존 시설의 정체성 훼손, 새로운 용도에 따른 사회적 편견, 법적·윤리적 문제 등 복합적인 난관에 봉착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프랑스의 사례 역시 시설 활용의 효율성 이면에 놓인 사회적 수용성과 윤리적 딜레마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노인요양시설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조심스럽다. 일부에서는 노부모를 시설에 모시는 것을 전통적인 '고려장'에 빗대어 죄책감을 느끼거나, 마지막 보루라는 부정적 시각을 가지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유휴 노인요양시설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논의는 더욱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시설이 본연의 목적을 잃고 특정 집단을 격리하는 공간으로 인식될 때 이는 노인 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휴 요양시설의 재활용은 해당 시설이 사회에서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질지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동반해야 한다. 특히 인권 문제나 특정 집단에 대한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활용 방안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시설 전환이 불가피하다면 지역 사회와의 충분한 소통과 투명한 절차를 통해 목적 변경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새로운 용도가 사회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