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밀로이드 표적 전략에 반기 든 신약 "T14 수치 주목"
아밀로이드 표적 전략에 반기 든 신약 "T14 수치 주목"
  • 원종혁 기자
  • 승인 2022.04.18 17: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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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대학 산하 뉴로바이오 개발, NBP14 후보물질 '순항'
출처: 뉴로바이오 홈페이지.
출처: 뉴로바이오 홈페이지.

알츠하이머 발병과 관련해 뇌의 '신경독성물질(neurotoxic chemical)'을 중화시키는 차세대 신약 후보물질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전망이다.

주요 병인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 등을 타깃으로 잡지도 않았다. 더불어 이들 표적 항체의약품(정맥주사제)과 달리, 투약이 간편한 비강 스프레이 제형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귀추가 주목된다.

의료계에 따르면, 새로운 신경독성물질을 표적으로 하는 알츠하이머병 신약 후보물질의 최신 임상분석 결과가 국제학술지 'Alzheimer's & Dementia: Translational Research & Clinical Interventions' 2022년 3월 3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영국 소재 바이오테크 뉴로바이오(Neuro-Bio)가 개발 중인 'NBP14(실험물질명)'가 해당 후보물질의 주인공이다. 뇌신경병리에 있어 화학물질 'T14'가 일으키는 신경세포 손상을 예방하는 작용기전이 핵심으로 정리된다.

뉴로바이오는 영국 옥스포드대학이 지난 2013년 출자한 생명공학 전문 바이오벤처 기업으로 알츠하이머 분야 경구 치료제 개발에 역점을 두고 있다. 바이오마커 개발부터 신약 후보물질, 진단기기 개발과 관련해 2019년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상황이다. 

뉴로바이오 창업자인 옥스포드대학 약학과 Baroness Susan Greenfield 교수는 논문을 통해 "연구단계는 아직 초창기 상태지만, 추후 결과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밀로이드 표적 문제점 지목 "알츠하이머 발병 사멸 뇌세포 따로 있다"

현재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 시장에는, 질병 발생의 주요 병인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 및 타우 단백질 등을 표적으로 잡은 단일클론항체나 저분자화합물 후보물질들이 집중적으로 개발되는 분위기다.

실제 작년 6월 최초의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신약으로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시판허가를 획득한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을 비롯해 동일 계열약 '레카네맙(lecanemab)', '도나네맙(donanemab)', '간테네루맙(gantenerumab)' 등도 임상이 한창이다. 이들 후보물질은 베타 아밀로이드 저중합체(oligomer)에 결합해 응집체 형성을 방지하는 유사한 작용기전을 가지고 있으나, 해당 단백질 구조의 서로 다른 부분을 타깃으로 삼으며 치료제마다의 차이점을 보인다.

일단 학계는 해당 항아밀로이드 연구 분야에서 아두카누맙이 치매 치료제 시장에 이정표 역할을 한 것에는 크게 이견을 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승인 이후 객관적 자료검증 과정에서 실효성과 안전성 이슈가 거듭 불거지며 치료제의 보험적용에까지 다양한 논란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미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보험서비스센터(CMS)는 지난 4월초 '알츠하이머 치매 항체 신약 보험가이드라인'을 공표하며, 아두카누맙의 치료적 혜택이 명확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 무분별한 처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Greenfield 교수는 "알츠하이머병 분야에 개발 중인 대부분의 약물은 주로 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잡고 있다"면서 "그러나 단일클론항체 등를 포함한 다양한 항아밀로이드제제들의 경우,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키는 효과를 놓고는 여전히 논란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이어 "베타 아밀로이드 표적 치료전략의 근본적인 문제는 '모든 뇌세포를 동일한 것'처럼 취급한다는 부분"이라면서 "연구 결과를 짚어보면 얘기가 전혀 다르다. 알츠하이머병에 취약한 일부 뇌세포들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뉴로바이오의 연구는 이러한 취약한 뇌세포를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 해당 취약 세포는 동형신경원 중심부(isodendritic core network)에 위치하며 척수의 상단부에서 위로 확장되는 '중앙 허브(central hub)'를 형성한다고 제시했다.

결국,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환자의 뇌에서 가장 먼저 사멸하는 최초의 세포들로 이들을 지목한 것이다. 여기서 동형신경원의 경우, 신경세포 가지돌기의 유형에 따라 어느 부위에서나 관찰되는 특징이 없는 형태의 신경원을 지칭한다.

◆주2회 비강 투여 "인지능 및 아밀로이드 수치 개선"…T14 검사툴도 개발

일단 비임상 연구 결과, T14 분자의 결합을 차단하는 해당 후보물질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연구팀은 "작용기전상 알츠하이머병의 업스트림 경로(upstream process)를 표적으로 하고 있기에 성공 가능성이 높으며 완전히 새로운 접근방식이 될 것"으로 자신했다.

여기서 NBP14 후보물질이 가진 차별점은 따로 있다. 정맥주사가 필요한 아두카누맙 등 단일클론항체 치료제와 달리, 뇌에 약물전달이 간편하고 효과적인 비강 스프레이 제형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마우스(쥐) 모델을 대상으로 한 비임상 연구를 살펴보면, 연구팀은 일주일에 두 번 실험용 쥐에 NBP14 후보물질을 비강으로 투약했다. 투약 14주차 인지행동평가 결과, NBP14를 투약한 쥐들은 일반적인 쥐들에 비해 인지능력이 향상됐으며, 뇌내 아밀로이드 수치가 현저히 감소했다. 연구팀은 "설치류 실험결과 투약한 쥐들에서 체중이 증가하며 전반적으로 내약성에서도 좋은 신호가 관찰됐다"고 소개했다.

이를 근거로 NBP14 후보물질은 영국 규제기관인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The Medicines and Healthcare products Regulatory Agency, 이하 MHRA)'으로부터 신속심사를 위한 혁신의약품지정(Innovation Passport) 지위를 부여 받았다.

Greenfield 교수는 "뇌영상검사나 기타 침습적인 모니터링이 필요치 않은 것도 장점이다. T14 수치를 검사하는 간단한 검사툴을 함께 개발할 계획"이라면서 "향후 특정 연령대에 맞는 T14 수치검사를 통해 정상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혈액검사나 피부생검을 받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논문> Greenfield SA, Cole GM, Coen CW, etal. A novel process driving Alzheimer’s disease validated in a mouse model: therapeutic potential. Alzheimer’s Dement. 2022;8:e12274. https://doi.org/10.1002/trc2.12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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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용태 2022-04-20 11:26:25
좋은 기사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