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에 효과 있다고 홍보하는 뇌 자극 기기의 최신 연구 결과
tDCS 원리의 비침습적 의료기기, 의사 진료와 함께 사용해야...
국내 많은 의료기기 기업이 전기 자극으로 뇌 기능과 회복을 돕는 치료기기를 내놓고 있다. 실효성 논란이 있음에도 비침습적 뇌 자극 치료기기 시장은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경두개직류전기자극(tDCS, 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방법을 사용한 가정용 기기의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우울증, 불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일반적인 정신건강 질환에 대해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 tDCS 원리의 비침습적 의료기기의 인기는 매우 높다. 집에서 직접 뇌를 자극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홍보하지만, 기기의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돼 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아직 이러한 기기를 ‘완전히’ 허가하지 않았다. 일부 기기에 대해서만 획기적 의료기기(Breakthrough Device) 지정을 허용했다. 미국은 휴대용 뇌 자극 기기 제품을 의료 개입으로 판매하지 않고 있어 이러한 기기는 법적 제재가 없는 ‘규제 회색 영역’에 속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개인이 온라인에서 이러한 제품을 구매하고 의료진의 지도나 지식 없이 ‘치료’를 스스로 시행하는 자유로운 환경이 조성됐고, 의료 서비스 제공자의 지침이나 지식 없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비침습적 뇌 자극기는 얼마나 효과적이고 안전하며, 임상의는 가정에서 사용 중이거나 사용을 고려 중인 환자에게 어떤 지침을 제공해야 할까? 그 연구 결과를 밝혔다.
가정용 뇌 자극 기기의 연구 결과
가정에서 감독 없이 사용하는 것과 의료진의 감독하에 사용하는 경우를 조사한 연구 결과는 이러했다. 2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시험의 결과에 따르면 우울증 증상에 대해 가정에서 보조적 tDCS 기기를 사용한 집단과, 가정에서 가짜 tDCS 기기를 사용한 집단에서 효능에 차이가 없었다.
브라운 대학교 워렌 알퍼트 의과대학의 정신건강의학과와 인간 행동학 교수인 노아 S. 필립(Noah S. Philip) 박사는“공정하게 말해, 예상치 못한 안전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고, 효과가 있다는 명확한 신호가 없는 것은 확실했다”라고 말했다.
필립 교수는 브라운 신경복원 및 신경기술 센터의 정신건강 연구를 이끌고 있다. 필립 교수는 이번 연구 외의 다른 논문에 대해 우울증과 성인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및 통증과 같은 기타 질환에 대해 뇌 자극 기기가 유망한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이러한 논문들은 종종 위약 대조 연구가 아니거나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필립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기의 사용이 증가하는 것은 표준 치료가 환자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뇌 자극은 약을 복용하는 대신 관련된 뇌 조직에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약으로 인한 전신 부작용 문제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며, “더 나은 개입에 대한 갈망이 이러한 기기 사용을 선호하는 동기”라는 점을 들었다.
tDCS는 두피의 전극을 통해 저강도의 전류를 흘려 뇌 활동에 영향을 주는 치료법이다. 일반적으로 경두개자기자극(TMS, 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과 같은 비침습적 뇌 자극보다 에너지 방출량이 적다. 하지만 단점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상의가 이러한 장치에 익숙해지고, 환자의 사용에 대해 질문하고,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체계적인 평가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에 국제 학술지 <랜싯(The Lancet)>에 발표된 무작위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중증 우울증에 대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를 사용하며 tDCS를 실제로 적용한 실험군과 위약 대조 실험군의 효과를 비교했을 때 유의미한 이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초 <Brain Stimulation>에 게재된 무작위 시험에 따르면 활성 tDCS를 받은 노인들은 가짜 그룹보다 우울 및 불안 증상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작년에 <SAGE Open Medicine>에 발표된 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조 tDCS가 난치성 PTSD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막으로 필립 교수 연구팀이 54명의 퇴역 군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무작위 실험에서는 tDCS와 가상현실이, 전투 관련 PTSD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노스웰 의과대학의 도널드 및 바바라 주커 의과대학의 가야트리 데비(Gayatri Devi) 박사는 “TMS와 tDCS는 알츠하이머병 환자에게 일부 기능을 개선하거나 기능 장애를 억제하는 데 사용되는 비침습적 뇌 자극 기술이다”고 설명하며, “많은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에 TMS와 tDCS의 사용에 대해 조사했지만, 연구 규모와 알츠하이머병의 이질성 및 기타 수반되는 여러 신경 병리, 환자의 인지 예비력 수준, 치료 매개변수의 변화, 보완 치료의 사용 등 반응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양한 변수가 있어 연구에 한계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뇌 자극 기기, 실증 데이터 공개해야
미국은 온라인몰에서 집에서 사용하는 뇌 자극 기기의 다양한 유형이 판매되고 있다. 임상의와 상담할 필요 없이 헤드셋을 통해 매일 뇌를 자극할 수 있다. 대부분 배터리로 작동하며 낮은 수준의 전류를 방출한다.
필립 교수는 이러한 장치를 구하는 방법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고 언급했다. 일부는 온라인 상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반면, 다른 일부는 일반적으로 기기 사용 방법에 대한 지침이 포함된 처방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러한 가정용 뇌 자극 기기 중 FDA의 허가를 받은 제품은 없지만, FDA는 2023년에 우울증 치료 장치로 Sooma Medical에, 2022년에는 Flow Neuroscience에 획기적인 의료기기 지정을 부여했다. 2023년 8월, Flow Neuroscience는 가정용 tDCS가 항우울제보다 ‘2배 더 효과적’이라는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FDA의 정식 허가를 검토 중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2019년에 유럽에서 승인받았다.
필립 교수는 더 많은 고품질 무작위 대조 시험이 필요하며 “조만간 많은 회사에서 데이터를 공개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위약 효과가 작용했을 가능성에 대해 필립 교수는 “부분적으로는 그렇다”고 답했다. “사용자들은 종종 우울증 및 다른 상태를 관리하는 데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고, 이는 행동 변화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가정용 뇌 자극 기기 사용은 의학적 개입 필수
코넬 의과대학의 조셉 J. 핀스(Joseph J. Fins) 박사는 위약 효과도 작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위약 효과에 대한 인식 없이는 기기에 효능을 부여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대규모의 위약 대조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가 직접 가정용 기기를 사용하는 데는 약물 부족, 제때 신경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 등 여러 이유가 있다.
핀스 박사는 “환자들 스스로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고립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환자들은 가정용 tDCS에 절망적으로 망가진 자기 뇌를 기술적으로 빠르게 고치는 역할을 기대한다. 기기를 구매한 환자에게 어느 시점부터는 임상의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핀스 박사는 기기 분류에 따른 규제 감독 방식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보충제에 비유했다. 보충제는 의약품 등 특정 분류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다며 가정용 뇌 자극 기기가 엉성한 규제를 받는 경우를 걱정스럽게 보았다.
핀스 박사는 “우리는 낡은 규제 프레임워크 안에 새롭게 진화하는 기술을 수용하면서 엉성하게 조작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소비자가 된 환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즉 충분한 안전성과 효능을 확보하고 사기를 당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용 기기의 안전성과 관련해 적어도 의도한 대로 사용하면 신체적 위해를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필립 교수는 “위험한 상황은 사람들이 직접 기기를 만들거나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약물이나 알코올 또는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 다른 요인과 함께 사용할 때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DIY로 만든 제품은 화상이나 과도한 에너지 출력의 위험이 높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Annals of Neurology>에 게재하기도 했으며 2016년 신경과 전문의 그룹이 작성한 ‘공개서한’에 DIY tDCS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필립 교수는 특히 인지능력 개선용으로 가정에서 tDCS를 사용한 환자가 조증에 빠진 사례를 본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tDCS의 여러 가지 특이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일반적으로 불안, 공황 발작, 밝은 빛에 대한 민감성, 정신과적 개입이 필요한 조증의 출현이 대표적이다”라고 언급했다. 따라서 사람들이 가정에서 tDCS를 쓰고자 한다면 의학적 개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Sources
Borrione L, Cavendish BA, Aparicio LVM, et al. Home-Use Transcranial Direct Current Stimulation for the Treatment of a Major Depressive Episode: A Randomized Clinical Trial. JAMA Psychiatry. 2024;81(4):329–337. https://doi.org/10.1001/jamapsychiatry.2023.4948
DIY Brain Stim Is Growing in Popularity, but Is It Safe, Effective?
https://www.medscape.com/viewarticle/diy-brain-stim-growing-popularity-it-safe-effective-2024a1000iti?ecd=WNL_mdpls_241015_mscpedit_psych_etid6906800&uac=113689FX&spon=12&impID=6906800
Hausman, H. K., Alexander, G. E., Cohen, R., Marsiske, M., DeKosky, S. T., Hishaw, G. A., O'Shea, A., Kraft, J. N., Dai, Y., Wu, S., & Woods, A. J. (2024). tDCS reduces depression and state anxiety symptoms in older adults from the augmenting cognitive training in older adults study (ACT). Brain stimulation, 17(2), 283–311. https://doi.org/10.1016/j.brs.2024.02.021
Neurostimulation in AD: TMS and tDCS
https://decisionpoint.medscape.com/neurology/viewarticle/988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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