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고위험-고령자 위한 인지건강디자인은 일회용품?
치매고위험-고령자 위한 인지건강디자인은 일회용품?
  • 조재민 기자
  • 승인 2021.12.31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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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 보수 등 장기간 관리 대책 사실상 부재

고령자 치매예방 등 인지건강관리를 위해 설치된 서울시 인지건강디자인이 파손-철거 등으로 장기관리 대책이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이 인지건강관리에 꾸준히 활용할 수 있도록 유지-보수 등 장기적 관리 대책이 필요함에도 설치 이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최근 서울연구원 김현주, 이승지 연구원은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지를 통해 ‘주거지에 적용된 인지건강디자인 시범사업의 유지관리 실태 연구’를 발표했다. 

인지건강 디자인은 인지능력이 저하된 노인이나 치매환자 등을 위해 기존의 익숙한 주거환경 디자인을 변형해 인지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명확한 개념과 범위 등은 여전히 체계화가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는 서울시가 2014년부터 고령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디자인 차원에서 추진한 인지건강디자인 시범사업 사례를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사업의 유지·관리를 분석하고 향후 지속 가능한 인지건강설계 촉진-확대 시사점 제시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서울시 인지건강지침에서 제시한 공간유형과 공간요소에 대해 유지관리-손상-파괴로 구분하고, 현장조사를 바탕으로 4개 시범사업의 실태를 분석했다.

현장조사 등 실태 분석결과, 많은 부분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됨에 따라 개선의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정비보다 파손과 철거 비율이 높았다는 문제점이 도출됐다. 고령층이 장기간 인지건강 관리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문제 발생 시 정비가 우선 필요함에도 파손과 철거 비율이 가장 높았다는 지적이다. 

또 내구성이 낮은 디자인과 기법 적용도 문제로 지적됐다. 외부환경에 바닥자국이 적용된 경우 대부분 분실되거나 알아보기 어려웠으며, 물품보관 및 차량·이륜자동차 주차 등으로 기능이 제한된 경우도 다수였다. 

주거 형태에 따라 편차가 컸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저층주거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사업내용이 제한돼 아파트형보다 많은 인지 디자인 요소가 철거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가 전문기관들을 통해 분석한 인지디자인 검증 결과도 긍정적 평가를 받아 인지건강디자인의 장기적인 활용의 필요성을 더했다. 

대한치매학회, 한국주거학회, 한국의료복지건축학회 등 전문기관이 참여한 사업 사후 효과성 평가결과 2014년에 설치된 다세대‧다가구 밀접지역인 양천구 신월동의 경우 노인의 길 찾기 75.9%, 산책-외출 빈도 22.1%, 일상생활 수행능력 77.7%가 모두 향상됐다. 2016년도 노원구 공릉동 노인대상 검증 결과에서도 길 찾기와 산책-외출 빈도가 각각 56.5%, 39.9% 늘었으며, 안전사고는 24.4%가 감소했다. 

김현주, 이승지 연구원은 현장 조사 등에 따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제안했다. 

먼저 시간이 지나도 디자인이 유지될 수 있는 공간 유형과 공간 요소의 프로젝트 내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를 위해 지속 가능한 설계와 기술적 해결책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또 저층 거주지에 인지건강디자인 적용이 어려운 부분도 해결 과제로 지목했다. 인지건강 디자인의 주요 이용자인 고령자의 저층 거주 비율이 높음에도 저층 구역 인지 디자인 적용 제한점이 많다는 건 설계상 큰 문제라는 해석이다. 

인지건강 디자인의 지속적인 활용과 개선을 통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한 치매관리 생활 인프라 확산에 대한 관심 환기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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