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치료제 시장 허와 실 … 美 페어 테라퓨틱스 매물로 나와
디지털 치료제 시장 허와 실 … 美 페어 테라퓨틱스 매물로 나와
  • 강성기 기자
  • 승인 2023.03.27 17: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테라퓨틱스 위기 반면교사 삼아야 … 디지털 치료제 보는 시각 변해야

정부 차원 투자·지원 확대 … ‘기술개발-적정수가’ 순환구조 이어져야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한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시장에 매물로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페어 테라퓨틱스는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치료기기를 개발한 디지털 치료기기업계 글로벌 선두주자다. 이 회사는 알코올, 마약 등 약물사용장애(SUD)와 마약성 진통제 중독 장애 인지행동치료(CBT)에 도움을 주는 보조 수단인 디지털 치료제 '리셋'과 '리셋오'를 허가받은 기업이다. 

디지털 치료제는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설정하고 육성에 남다른 의욕을 보이는 산업 중 하나여서 이번 페어 테라퓨틱스 몰락은 상징하는 바가 적지 않다. 

페어 테라퓨틱스가 2021년 상장 당시 기업 가치는 16억달러(한화 약 2조원)에 달했지만 지난 20일 시가 총액은 700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현재 자금조달을 위해 매각, 인수합병(M&A), 자산 매각, 기술이전 등의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어 테라퓨틱스가 회사를 매물로 내놓게 된 것은 영업 손실이 지속해서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 손실이 매출을 웃돌면서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적자가 약 3억 달러(한화 약 3,900억원)에 달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페어 테라퓨틱스의 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국내 디지털 치료제의 경우 건강보험과 의료수가 등 조정 등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실 페어 테라퓨틱스 위기는 어느 정도 예견됐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페어 테라퓨틱스가 의료 현장 안착에 실패한 주요 이유는 의료수가 조정의 어려움을 꼽을 수 있다.

디지털 치료제가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적정수가’라는 순환구조로 이어져야 하지만 이를 받쳐줄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게 현실이다.

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 각지에서 의료건강 분야의 디지털화 지원책을 꾸준히 만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디지털 치료제의 보험 등재 및 적용 범위에 기대할만한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디지털 치료제를 보는 시각에 변화가 없는 한 제2의 페어 테라퓨틱스 사태가 재현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즉 디지털 치료제가 ‘약’ 이라기보다는 ‘의료기기’로 평가받으면서 보험 적용에 곤란을 겪고 있어 ‘백약이 무효’라는 것이다. 

디지털 치료제란 질병이나 장애를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근거 기반의 치료적 중재를 제공하는 고도화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이다. 식약처는 디지털 치료제를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기 위해 환자에게 치료적 개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디지털 치료제는 기존 알약이나 주사약이 아니라 앱, 게임, VR(가상현실) 등을 기반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만성질환, 우울증 등 다양한 질환 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분야로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바이오기업들은 기존 약물치료의 단점을 보완하고, 제약산업의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삼정 KPMG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 치료제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29억달러(한화 약 3조7,500억원)에서 연평균 20.5% 성장해 오는 2025년까지 89억달러 규모(11조5,000억원)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국내 디지털 치료제 시장도 역시 연평균 27.2% 성장해 1,247억원에서 5,288억원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1호 디지털 치료제는 지난달 식약처 승인을 받은 에임메드 솜즈(Somzz)다. 솜즈는 불면증 증상개선을 목적으로 불면증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의 하나인 '불면증 인지행동 치료법'을 모바일 앱으로 구현한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국내에서 약 30~40개의 제품이 개발 중이며, 10개 제품이 임상시험 진행 중이다. 현재 국내에선 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ADHD)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환자를 위한 기억력 개선 솔루션, 우울증 개선에 도움이 되는 상담 솔루션 등이 개발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치료제 개발과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투자와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관련 업계 한 관계자는 "디지털 의료제품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개발되고 사용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라면서 ”특히 제품 특성에 맞는 규제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