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NCA 2024] 인지 장애 환자의 의사 결정...‘자율성’ 대 ‘안전성’
[WONCA 2024] 인지 장애 환자의 의사 결정...‘자율성’ 대 ‘안전성’
  • 황교진 기자
  • 승인 2024.10.07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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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발병률 증가에 따른 인지 장애 환자의 의사 결정 문제
주치의의 역할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제29회 WONCA Europe 2024 유럽 콘퍼런스 홈페이지 캡처

세계가정의학회(World Organization of Family Doctors)라고 불리는 WONCA는 일반의/가정의학의 국립대학, 아카데미 및 학술협회의 세계 기구 첫 글자로 구성된 약자다(World Organization of National Colleges, Academies and Academic Associations of General Practitioners/Family Physicians). WONCA는 가정의학 분야의 수준 높은 진료를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하는 것을 사명으로 두고 있다.

제29회 WONCA 유럽 콘퍼런스가 지난 9월 25일에서 28일,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열렸다. 이 WONCA 2024 유럽 콘퍼런스에서 인지 장애 환자 진료에 관한 주제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유럽 전역에서 인지 장애 유병률이 증가함에 따라 가정의학 진료의가 환자의 의사 결정 능력을 평가하고 지원하는 핵심 주체로 부상 중이다.

 

(좌) 알리나 지다루 박사, (우) 닉 마모 박사 / WONCA Europe 2024

WONCA Europe 2024에서 더블린 아일랜드 의과대학의 알리나 지다루(Alina Zidaru) 박사는 “가정의학 의사는 인지 장애 진료의 핵심이며 주치의는 환자의 병력을 이해하고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하면서 법리와 가족의 의견뿐 아니라 환자의 가치관을 반영한 결정을 내리는 가장 좋은 위치”라고 말했다.

지다루 박사의 동료인 닉 마모(Nick Mamo) 박사는 영국 글래스고에 있는 EYFDM(European Young Family Doctors Movement) 회원으로 환자의 인지 상태와 관계없이 환자의 권리와 선호를 존중하는 데 있어 가정의학 의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정의학 의사는 인지 장애를 가장 먼저 발견하는 경우가 많으며, 환자의 의사 결정에 법적, 윤리적 환경을 신중하게 탐색해서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모 박사는 “우리는 종종 피해를 방지하는 데 과하게 집중하면서 자율성의 원칙을 간과한다”라며 “현명하지 않은 결정으로 보일지라도 환자에게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제이의 사례

제이(Jay 43세)는 다운 증후군(21번 삼염색체증)이 있고 중간 정도의 지적 장애가 있는 남성이다. 그는 탈장 수술을 받을지 말지 결정해야 한다. 지다루 박사는 “제이의 경우, 의사로서 중요한 과제는 인지 능력의 한계가 있더라도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그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의 사례는 환자의 자율성과 안전성의 균형을 맞춰야 할 의사가 직면하는 복잡한 윤리적 딜레마를 보여준다. 많은 사례에서 인지 장애 환자는 독립적으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다.

세션이 진행되면서 청중은 제이의 사례에서 그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허용할지, 의사로서 제이의 인지 능력을 평가하는 데 자신감이 있는지를 표시하도록 요청받았다. 이에 대한 응답은 다양했고 엇갈린 감정을 드러냈다.

 

유럽 전역의 법적, 문화적 차이

이 세션에서 유럽 각국의 인지 장애인 의사 결정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 살펴봤다. 가족이 당연하게 의사 결정권을 부여하는 국가와 법적 선임이 필요한 국가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했다.

영국에서는 2005년 정신능력법에 따라 의사 결정이 불가하다는 입증이 되지 않는 한 환자에게 의사 결정 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진료의는 검증된 도구를 사용해 환자의 의사 결정 능력을 평가한다. 또한 의사 결정 능력이 부족한 경우 환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가족 구성원은 위임장과 같은 공식적인 수단을 통해 임명된 경우에만 법적 권한을 갖는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는 환자가 역량을 입증하는 분야에서 의사 결정 권한을 유지할 때 기능 평가를 시행한다. 법원에서 지정한 후견인은 특정 분야에 국한되며 환자의 자율성을 대체하기보다는 지원하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

프랑스와 포르투갈에서는 특정 영역에서 후견인제도를 시행하지만, 항상 환자의 의사 결정 참여 능력을 우선시한다.

콘퍼런스에 참석한 튀르키예 의사에 따르면 튀르키예는 법원과 가까운 가족 구성원이 의사 결정 책임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지다루 박사는 아일랜드의 2015년 의사 결정 지원(능력)법에 따라 인지 장애 환자를 대하는 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일랜드는 모든 의사가 사용하는 표준화된 기능 테스트를 채택한다. 환자가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이해하고, 기억하고, 평가할 수 있는 한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사 결정 능력이 떨어지면 의사 결정 보조자, 공동 의사 결정자 또는 대리인을 지정할 수 있지만 항상 환자의 의지와 선호도가 우선이다.

 

점점 커지는 의사의 책임

마모 박사는 “법적인 틀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문화적 인식과 초기 의사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환자가 잘못된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는가? 그리고 주치의로서 어떻게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존중할 수 있을까?”

이 세션은 인구 고령화와 치매와 같은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함에 따라 인지 장애 환자의 의사 결정에서 주치의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으로 마무리됐다. 업무량이 증가함에 따라 명확하고 일관된 지침이 매우 중요하다는 의견이 오갔다.

지다루 박사는 “의사는 이러한 문제를 관리하는 데 계속해서 중심적인 역할을 할 테지만 환자의 웰빙을 해치지 않으면서 환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도록 더 많은 자원, 더 많은 교육,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계가정의학회 아태지역회의(WONCA Asia Pacific Regional Conference)는 1979년 1회 개최 이후 2년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순회하며 개최돼 왔는데, 2025년 제44차 WONCA Asia Pacific Regional Conference가 부산에서 열린다.

 

Source
https://www.woncaeurope2024.org

Autonomy vs Safety in Cognitive Impairment Decision-Making
https://www.medscape.com/viewarticle/autonomy-vs-safety-cognitive-impairment-decision-making-2024a1000hzw?ecd=wnl_edit_tpal_etid6877970&uac=113689FX&impID=6877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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