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치매 극복 도전 7개 심포지엄, 30개의 전문가 발표 이뤄져
치매 분야 진정한 통섭의 해결책 모색

알츠하이머병 신경과학포험(Neuroscience Forum on Alzheimer's Disease, NFAD)은 2017년부터 치매 분야 임상 연구자와 뇌신경과학자, 산업 현장 리더들을 모아 강연과 토론을 통해 치매 분야 통섭(Consilience)의 해결책을 모색해 왔다. 8회째를 맞아 열린 광주에서의 3일간 일정이 마무리됐다. 마지막 날인 23일은 2개의 심포지엄과 8개의 발표가 이틀간 달궈진 강단의 열기를 이어갔다.

 

왼쪽부터 송호천 전남대 의과대학 핵의학과 교수, 이건호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 단장, 한규훈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교수,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 한진 인제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질환극복연구단 교수, 한인석 K-바이오랩허브사업추진단 단장, 안성수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교수, 김정웅 중앙대 생명과학과 교수 / 황교진 기자
왼쪽부터 송호천 전남대 의과대학 핵의학과 교수, 이건호 광주치매코호트연구단 단장, 한규훈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교수,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 단장, 한진 인제대 의과대학 생리학교실 교수,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질환극복연구단 교수, 한인석 K-바이오랩허브사업추진단 단장, 안성수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교수, 김정웅 중앙대 생명과학과 교수 / 황교진 기자

 

여섯 번째 심포지엄 주제는 ‘나노 구조 신경 병리학’으로 좌장은 안성수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교수와 이상명 중앙대 생명과학과 교수가 맡았다.

첫 번째 연자는 박한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전산 단백질 설계: 2024년 노벨 화학상에 대한 해설’을 발표했다. 2024년 노벨 화학상은 단백질 설계와 단백질 구조 예측의 획기적인 성과를 거둔 워싱턴주립대 산하 단백질설계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와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허사비스’, 선임연구원 ‘존 M. 점퍼’가 수상했다. 이 노벨 화학상은 AI 덕분에 구조 생물학에서 단백질 구조 예측과 단백질 설계를 풀 수 있게 된 성과를 치하한 것으로, 이는 단백질 구조 예측의 Al 혁명이며 단백질 설계의 Al 혁명이라고 전했다.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프로그램 ‘알파폴드(AlphaFold)’는 단백질 구조에 대한 예측을 수행해 혁신적인 연구 결과에 이바지하고 있다. 박 박사는 알파폴드가 단백질 구조 예측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생명과학과 신약 개발 연구에 어떤 파급력을 미칠지를 전달했다. 아울러 AI가 관여하는 단백질 구조 기반의 신약 개발은 개발 기간을 단축해 주지만 본질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이르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박한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와 2024 노벨 화학상 수상자 자료 / 황교진 기자
박한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와 2024 노벨 화학상 수상자 자료 / 황교진 기자

 

한규훈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교수‘무정형 단백질’에 대해 발표했다. 한 교수가 강단에 등장하자 객석의 모든 청중이 현시대의 거장을 마주하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경청했다. 공대 출신에서 단백질 연구로 진로를 바꾼 한 교수는 1996년 단백질 3차원 구조를 풀었다.

한 교수가 연구한 무정형 단백질(Intrinsically Disordered/Unstructured Proteins [IDPs/IUPs])은 비변성 조건에서 안정된 3차 구조를 형성하지 않음에도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단백질이다. 대략 30년 전부터 관찰하기 시작했으며, 정량적으로 연구된 IDP의 개수는 100여 개이나, 생물정보학 예측에 의하면 인체 단백질의 최소 수천 개가 무정형 단백질이다.

광우병 유발인자인 Prion, 인간 암의 절반 이상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p53을 포함해 알츠하이머병에 관여하는 tau 등도 IDP다. 이 IDP들이 어떻게 단백질 상호작용을 하며, 활성에 관여해 질병을 유발하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한 교수는 이 단백질들이 어떠한 기전으로 다양한 타깃(단백질, 핵산, 세포막, 저분자 등)과 결합해 기능을 수행하는지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인 과학자로서 첫 노벨상 수상 영광의 주인공이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만큼 위대한 학자의 풍모가 느껴지는 발표였다.

 

한규훈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교수 / 황교진 기자
한규훈 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교수 / 황교진 기자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질환극복연구단 교수‘알츠하이머병에서 성상세포 자가포식의 나노 구조적 분자 메커니즘’이란 제목으로 성상세포(Astrocytes)의 중요성을 발표했다. 뇌는 한 가지의 세포로 기능하지 않고 여러 세포가 작용한다. 신경세포의 이상으로 질병이 발생하지만, 여러 비신경세포의 스트레스와 손상으로도 생긴다. 성상세포는 아밀로이드 베타(Aß)와 알츠하이머병(AD)의 염증 신호를 포함한 유해 자극에 반응하는 반응성 성상세포로 변한다. AD에서 반응성 성상세포와 관련된 신경 병리학적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성상세포의 자가포식 가소성(Autophagy Plasticity)이 Aβ 응집체의 신경독성을 완화해 발병 위험을 줄이거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특별 강연으로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국가신약개발사업 및 신약개발 동향’을 설명했다. 박 단장은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중점 추진 전략을 소개하며 최신 글로벌 제약 바이오 환경과 글로벌경쟁력을 갖춘 국내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신약개발 사업 가속화 동향을 공유했다. 아울러 올해 임상 연구비 30% 증액 소식과 함께 치매 신약 개발 성공과 세계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전달했다.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질환극복연구단 교수,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 황교진 기자
류훈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질환극복연구단 교수, 박영민 국가신약개발사업단장 / 황교진 기자

 

제8회 NFAD의 마지막 심포지엄 주제는 ‘뇌 건강 관리 진단 및 관리’로 좌장은 김상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와 윤영철 중앙대병원 신경과 교수가 맡았다.

김문일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교수‘질병 바이오마커의 고급 바이오센싱 및 그 이상을 위한 활성 부위 엔지니어링 나노자임’이란 제목으로 암세포 작용과 더불어 알츠하이머병에도 작용하는 나노자임에 대해 발표했다. 세포 안 활성산소 조절에 유리한 것이 나노자임이며, 활성 부위 엔지니어링 나노자임을 개발하는 방법과 바이오마커를 위한 바이오센싱에서의 대표적인 응용 현황을 전달했다.

이은주 C&R리서치 매니저는 ‘허가 후 임상시험에 대한 제언’이란 제목으로 허가 후 임상시험의 필요성, 의약품 임상시험 분류 방법과 단계별 수행 내용 등을 설명했다. FDA 허가를 위한 임상시험에서 인종 다양성의 데이터를 강화한다는 점, 허가 후 임상시험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 RWD(Real-World Data 실제임상자료)를 이용한 RWE(Real-World Evidence 실제임상근거) 해석 시 주의할 점과 데이터 표준화, 데이터 검증 등을 전했다.

김문일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교수, 이은주 C&R리서치 매니저 / 황교진 기자
김문일 가천대 바이오나노학과 교수, 이은주 C&R리서치 매니저 / 황교진 기자

 

고명진 실비아헬스 대표‘치매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 에이지테크 스타트업’이란 제목으로 창업의 배경,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타깃으로 한 웰니스 소프트웨어와 치매 진행을 늦추는 솔루션인 세이지(인지 건강 평가 키오스), 실비아(인지 건강 관리 앱), 소피(MCI 디지털치료기기) 등을 설명하며 다운로드 10만 건 이상, 뇌 건강 데이터 200만 건 이상 수집 성과를 발표했다.

이번 포럼 전체의 마지막 연자로 손민지 제이어스 수석 연구원‘디지털 기반의 뇌 건강 관리 솔루션’을 발표했다. 보행은 신경계, 근골격계, 심혈관계, 전정계 등의 복합적인 신체 조절 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며 수행되는 과정이므로, 특정 질환이 있으면 보행 패턴에 변화가 생긴다. 따라서 정밀하게 수행한 보행 분석 결과는 다양한 질환과 건강도를 판별하는 디지털 바이오마커로 활용할 수 있다. 보행을 통한 질환 분석 고도화, 파킨슨병과 램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심각도 등을 모니터링해 유효성 검증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고명진 실비아헬스 대표, 손민지 제이어스 수석 연구원 / 황교진 기자
고명진 실비아헬스 대표, 손민지 제이어스 수석 연구원 / 황교진 기자

 

2박 3일간 모든 발표가 끝나고 주최 기관인 아시안치매재단 조성희 이사장은 “IT업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NFAD 교수와 연구진의 열정이 대단한 것에 감사드린다. 내년에 더 좋은 모습으로 더 많은 연구로 뜻깊은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공동대회장 이건호 교수는 폐회사로 “2박 3일 일정이 잘 마무리됐다. 우리는 포럼이다. 포럼은 열린 공간에서 사람들이 모여 자유롭게 소통하고 대화하는 광장이다. 임상의, 신경과학자, 산업계 개발자 등 여러 전문가가 소통하는 자리로 출발한 NFAD가 치매 극복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협력 소통해 치매 극복의 미래를 주도하는 발판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아시안치매재단 조성희 이사장, 공동대회장 이건호 교수 / 황교진 기자
아시안치매재단 조성희 이사장, 공동대회장 이건호 교수 / 황교진 기자

 

과학자들이 자신의 견해와 연구 성과를 대중과 공유하고 첨단과학의 쟁점을 토론하는 온라인 지식살롱 ‘엣지’(edge.org)가 있다. 이 엣지에 지식인 선두 그룹 110명이 내놓은 생각을 정리한 책 《위험한 생각들》(원제: What Is Your Dangerous Idea?)에 리처드 도킨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대니얼 골먼, 리처드 니스벳, 재러드 다이아몬드 등 석학들이 위험한 사회 현실의 위험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하버드대 물리학 교수이자 과학사학자 제럴드 홀턴(Gerald Holton)은 20년 전부터 ‘고령화사회는 위험하다’고 쓰며 초고령사회가 안겨줄 문제들을 예견했다.

당대 최고의 석학들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기본 전제들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롭게 사고하기를 제안한다. “당신에게 위험한 생각은 무엇인가? 과학적으로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과학적으로 올바르기 때문에 드는 위험한 생각은 어떤 것이 있는가?”라고 질문한다.

제8회 알츠하이머병 신경과학포럼(NFAD)이 7개의 심포지엄과 30개의 전문가 발표로 공유되는 과정에 질문이 생겼다. 치매를 위험하고 두려운 병으로 보지만, 과학적으로 올바르게 치료해 가고자 하는 그 도전적 모의는 초고령 인류에게 얼마나 안전한 생각들인가? 뇌과학 최고의 석학들이 3일 동안 한곳에서 공유한 연구 발표들은 위험한 질병에 대한 안전한 생각들이며, 인류애를 위한 가치 있는 활동으로 정의해도 무방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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