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환자 12.7% 격리, 6.9% 강박...치매 환자 초과 사례 31건 포함
최근 유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격리·강박된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환자를 창틀에 강박한 병원을 정신건강복지법 등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하기도 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전국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27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정신과 입원실을 운영한 전국 정신의료기관 399곳 중 보호실이 없는 기관 10곳 등을 제외한 총 388곳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 방식은 각 기관이 제출한 조사표를 시·군·구 보건소가 직접 현장 방문해 확인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조사 대상 기관의 총병상 수는 6만 7,477개이며, 보호실 수는 2,198개였다.
조사 결과, 입원 환자 총 18만 3,520명 가운데 12.7%인 2만 3,389명이 격리를, 6.9%인 1만 2,735명이 강박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 1인당 평균 시간으로 환산하면 격리가 23시간 28분, 강박이 5시간 18분으로 조사됐다.
특히 연속 최대시간(격리 24시간, 강박 8시간)을 초과 사례가 있는 병원은 57곳(14.7%)으로 집계됐다.
복지부의 ‘격리 및 강박 지침’에 따르면 입원 환자 중 위험성이 뚜렷하게 높아 연속 최대시간을 초과해 격리나 강박이 필요한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면 평가를 거쳐 추가로 연장할 수 있다. 또 다학제평가팀의 사후회의를 통해서도 적합성 검토를 받는다.
초과 격리 사례는 모두 1,482건으로 이 중 72시간 초과 격리가 408건(27.5%)을 차지했다. 초과 강박 사례는 총 130건이며, 이 중 24시간을 초과한 강박이 40건(30.8%)에 달했다.
초과 사례의 질환 유형을 분석한 결과 ▲조현병 ▲중독 ▲양극성장애 ▲우울장애 ▲발달장애 순으로 많았다.
격리·강박의 주요 사유로는 ▲폭력성이 높아 다른 사람을 해할 위험이 높음 ▲정신적·신체적으로 환자 스스로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할 우려가 높음 ▲자살 또는 자해의 위험이 높음 등이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치매 환자도 격리·강박 조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단, 치매 환자가 초과 격리된 사례가 27건(1.8%), 강박 사례는 4건(3.1%)에 불과해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지는 않았다.
다만, 치매 환자는 특성상 일반 환자와 환경 변화에 극도로 취약하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제한된 환경에서 감각적 자극이 차단될 경우, 불안과 혼란이 심해져 환자의 인지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섬망 등의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관에서는 폭력적 행동, 과도한 흥분, 투약 방해 등의 이유로 격리·강박 조처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한편, 복지부의 격리‧강박 지침 외에도 자체 매뉴얼을 마련해 운영 중인 기관은 273곳(70.4%)으로 조사됐다.
또 억제대를 사용 중인 보호실을 대상으로 억제대 종류의 비중을 조사한 결과, 3종류의 억제대에 ‘있음’으로 응답한 696개 사례 중 ▲자석 억제대 14.7% ▲가죽 억제대 4.5% ▲섬유 억제대 80.8%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보호실 내 CCTV 설치율은 84.5%, 관찰창문 설치율이 93.2%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신의료기관 내 격리·강박 최소화를 위한 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책임 연구자인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전수조사는 해외에서도 호주 등을 제외하고는 드문 일”이라며 “향후 연속적인 조사를 통해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형훈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조사 결과를 잘 검토해 정신의료기관 내 격리·강박을 최소화하는 등 치료 환경을 개선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